상원사에서 있었던일

조선일보2010,1,9.2010.01.0815:35

6·25전쟁때,상원사에는무슨일이있었나

19506·25전쟁은민족의비극이었다.그전쟁으로민족의분단은더욱더고착화되었고,남북간의이념대결이극심하게전개되었다.그리고전국의문화재도헤아릴수없을만큼소실되었다.전쟁이한창이던1950년12월,북진을하던국군과유엔군은중공군의참전으로눈물을머금고후퇴를하였다.마침내국군은38선상에서도중공군의총공세에밀려다시남쪽으로후퇴를하였고,주민들도다시피란을가야만되었다.이것이이른바4후퇴이다.

“이제불을지르시오.

“스님,이러시면어떡합니까?”

“나야죽으면어차피다비茶毘에붙여질몸이니내걱정은말고어서불을지르시오.

“스님!이러시면안됩니다.나오세요!”

"너희들은군인으로서상부의명령에의해불을놓는것이니불을놓으면되고,나는중으로서부처님

제자로서마땅히절을지켜야돼.너희는상부의명령을따르면되고,나는중으로서부처님명령을따라절을지키면되지않느냐?본래중들은죽으면당연히불에태우는것이다.그런데내가나이도많고죽을날도멀지않았으니잘된것아니냐.그러니걱정말고불을질러라.”

절의소각을전해들은한암스님은장교에게잠시기다리라는말을하고서는방에들어가서가사장삼을입고,법당의중앙에가부좌를하였다.그리고는장교에게이제되었으니불을놓으라고하였던것이다.

이렇게노승과장교는상원사소각을놓고눈에핏발이선대결을하였다.장교의옆에있는사병이“이제끄집어낼까요?”라고말을하였다.당시이장면을지켜본한암스님의상좌와보살은어찌할바를모르고우왕좌왕하면서장교에게제발살려달라고울면서부탁하였다.잠시후,무엇인가를골몰히생각한장교는“이스님은보통스님이아니다.도인스님이분명해.”라고말을하면서부하사병들에게상원사법당밖으로나갈것을지시하였다.

그리고는장교는절을태웠다는증명을하기위해,절의문짝을태워연기라도내야하겠다는양해를노승에게얻었다.장교는부하사병들에게상원사의문짝수십여개를떼어내서마당에놓고불을지르도록하였다.문짝을태운검은연기는상원사하늘로높이올라갔다.그래서멀리서보면상원사에불이난것처럼보였다.문짝을다태운장교는불을놓았다는증거로노승이옻칠한깨진죽비하나를가지고상원사를내려갔다.한암스님의생사불이적인생사관에서기인한절의수호정신으로상원사는기적적으로소각을면한것이다.당시한암스님의말을듣고소각중지명령을내린그중위의신상은전하지않고있다.

상원사와문화재를지킨,한암스님은누구인가

한암스님의죽음으로맞선기세와지혜로운국군장교의결단으로상원사는건재하였다.그로인하여상원사의문화재,즉상원사동종(국보제36호),문수동자상(국보221호),상원사중창권선문(국보제292호)은전쟁의참화에서벗어나오늘날까지우리에게전해지고있다.이문화재들은조선시대세조가상원사에행차하여문수동자를만났다는기연으로인하여조성되거나이운된것이었다.

상원사문화재를수호한한암스님은조계종의종정을네번이나역임한근대고승,큰스님이다.한암스님은1876년강원도화천에서태어나,그의나이22세때인1897년금강산장안사에서출가하였다.그는치열한수행을하여금강산신계사와해인사에서두차례의깨달음을겪었다.그래서그는당시근세선불교의고승인경허에게인가를받았고,통도사내원선원에서30세의나이로조실을역임하였다.1923년에는서울의봉은사조실로추대되었으나,일제에의해국권을상실당하고,불교마저도친일불교로전락되어,파계승이들끓는현실을비판하면서“천고에자취를감출지언정춘삼월에말잘하는앵무새는되지않겠노라.”는말을남기고오대산상원사로들어갔다.

그는이렇듯이산중에칩거,수행하면서도불교경전공부와참선수행을치열하게하였다.이같은한암스님의명성은전국에퍼졌다.그래서당시전국의선방수좌들은상원사선방의한암스님회상에서한철수행을하려고몰려들었다.한암스님은월정사승려와그를찾는승려들에게반드시지켜야할승가5칙즉참선,간경,염불,의식,가람수호를가르쳤다.이5칙을다지키면좋겠지만그중의한가지는꼭지키라고강조하였다.이전통은지금도월정사스님과한암문도회스님들에게는전설로,가풍으로전해진다.

19506·25전쟁이나자,그는그의제자들을안전한남쪽으로보내고그의상좌인희찬스님,그를시봉하던평등성보살과상원사를지키고있었다.상원사소각을저지한한암스님은3개월후인음력으로2월24일,상원사에서좌탈입망座脫立亡으로열반하였다.그런데마침한암스님의열반직후그곳을들른국군8사단정훈장교인현기대위가그열반직후의모습을카메라에담아그의마지막모습은세상에알려졌다.그리고김현기대위의육사동기이며인접사단에서정훈장교로근무하던소설가,선우휘는한암스님의상원사이야기를전해듣고,1969년1월의《월간중앙》에<상원사>라는단편소설로기고했다.그후한암스님의문화재수호이야기는세상에전해졌다.상원사문화재에는이렇듯이애틋한이야기들이배어있다.월정사와상원사를찾는사람들은이이야기를알고나있는지궁금하다.지금상원사에는낙엽이뒹굴고바람이세차게불겠지만한암스님의단호함그가르침은여전할것이다.

글·김광식동국대학교연구교수
사진·월정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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