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막에 해본 주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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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아내가 손목에서 팔굽히는 곳까지 하고 있었던 깁스를 풀고 왔다. 지난달설을 며칠 앞두고 손목을 다쳐서 한 깁스였다. 자기가 할일은 아프더라도 철저히 하여야하는 아내는 길고긴 벌을 받은 것같이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남들이 깁스를 하고 메고 다니는 것 흔히 보고 그 아픔과 어려움이 어느정도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지나쳐보았는데 이번에 아내가 하고보니 그것도 여느병으로 아픈 것 몾지 않게 많이 아프기도 하고 곤혹스러웠다.

그런대로 건강하여 큰 불편없이 지났는데 밤마다 아프다고 신음하고 칭얼대고 말할 수 없이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며 지났다. 걸어 다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니 얼마나 불편하며 게다가 쑤시는 통증으로 아파하는 모습을 한달반 넘게 보고 지나며 나는 한달반을 주방일을 하였다.

어릴때 어른들 말씀 남자는 부엌에 들어오면 안된다고 하였다. 그래서는 아니지만 나는 정말 주방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방일 많은 설때는 며느리가 해주었지만 50 여일 동안 밥하고, 무설고 파설어 된장 찌지고, 감자 껍질벗기고, 설거지하고, 사과 껍질벗기고… 빨래도하고 아내 머리 감겨주고 옷 입혀주고 벗겨주고… ㅎㅎ

​정말 둘이서 함께 고생을 했다 그런데 그 고생은 어찌 보면 값진 고생이었다. 아내는 내가 설거지 할때마다 “미안해요!”를 하였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결혼한 후 47년동안 정말이지 나는 부엌일 해본 기억이 없고 시장보기도 해보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들으니 내가 아내보다 더 미안하고 또 지금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안들것이나 참고 있는, 그러나 미안해요 하는 마음을 사려해보니 내가 더 미안해서 나도 “아니 내가 더 고마워요” 로 답을 하였다 그것은 마음에 안들 것인데 참아주어서 고맙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아 이거참 야단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앞으로 약 한달 반 정도를 이래하고 지나야 한다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울하기도 했으며 또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가까울 즈음, 아니다 이것은 혹시나 아내가 없을 때를 대비해서 먼저 나 홀로 살아가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였다.

그런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없으면 아내 혼자는 어찌할가? 그래서 한번은 “내가 먼저죽으면 당신은 나사못 박는 드라이버를 어느쪽을 돌리면 나사가 빠지는지도 모르고 한번도 써보지 않고 살았는데 어찌 살래요?” 했더니 “걱정 말아요! 나는 그때 요양원에 갈거에요.” 하였다.

사람 일생 지루한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잠깐 이라고도 하는데 돌이켜보면 참 긴 시간으로 여겨진다 이제 이런걸 생각하며 지나고 있는 두 늙은이가 되었다. 그래 사는 동안 아내는 가난한집 맏며느리가 되어서 많은 내형제 남매들 때문인지 독하게 맘먹고 내 아이는 둘뿐이다.

그 당시는 요즈음 흔해빠진 임신 중절하는 의료기구 콘돔도 없었다 그러니 얼마나 독하게 지났을까 나도 협조 하기는 했지만.ㅎ

그리고 인생후반에 낯설은 중국에까지 가서 무지막지한 중국인들과 힘겹게살기도 했다. 11년만에 귀국했으나 정든 살던지역 떠나서 아들이 직장 때문에 와있는 수도권 변방에까지 와서 정 줄사람 주는사람 없는 곳에서 살고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저런 잔병도 자주 있고 몸들이 어둔해져서 인지 젊을때는 사람조심 늙으면 낙상 조심이라고 하더니 우리는 그 두번을 다 조심하지 않아서 그 벌을 받으며 살고있다.

다시 이야기 하지만 정말 사람 조심해야 한다, 요즈음 그것 잘못해서 꼴이 말이아닌 사람들 보면 많이 안타깝다.

아내는 이제 깁스를 풀고와서 아직은 보호대로 잡아매어 두어서 움직이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나 날아갈 기분이라며 좋아한다. 그리고 그동안 애썼다고 꽃을사서 내게 주었다.

그꽃을 받고 나도 지금 행복하다.ㅎㅎ

4 Comments

  1. 데레사

    2018년 3월 22일 at 7:26 오전

    참 잘 하셨습니다.
    부인이 아파도 모르는채 하는 남자들도 많거든요.
    두 분 다 훌륭하십니다.

    • 산고수장

      2018년 3월 24일 at 3:07 오전

      과한 칭찬이십니다.
      안그러면 저도 굶게되지요.ㅎㅎ
      감사합니다.

  2. journeyman

    2018년 3월 28일 at 2:57 오전

    사모님의 인상이 푸근하고 인자해 보이셔서 기억에 오래 남네요.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산고수장

      2018년 3월 28일 at 9:25 오전

      너무 반가워요.
      문안드리고 싶어서 가서 댓글을 쓸려니되지않고
      전화를 할까 했는데…
      감사합니다.
      위주소로 찾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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