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저녁을먹고남편과함께산책을나섰다.천변으로가자고가다가최근주변정리를한동네골목으로한번올라가볼까하며가다보니바로산으로올라가는길이었다.기왕들어선것끝가지가보자고하고얼마를올라가자바로꼭대기가나왔다.
올라왔던길과는반대편으로내려가기로하고돌아서는데웬점퍼가숲에떨어져있었다.음료수먹은페트병이나과자봉지가떨어져있더니만이제는웬옷까지?하며지나치는데옷가지옆숲에누군가대자로누워있는것이보였다.아마도옷임자같아보였는데술이취해누워있나보다생각하고지나쳤다.
산에서내려오니예전살던동네아파트뒤쪽이었다.잠시놀이터의자에앉아쉬는데어쩐지불안한생각이들었다.벌써날씨는어두워져캄캄해졌는데아무리생각해도숲속에누워있던사람이정상이아니란생각이들었던것이다.날씨가춥지않으니괜찮겠지하다가혹시세상을버리기위해약을먹은사람이면어떡하나하는생각이났다.평소와는전혀다른엉뚱한길로우리가올라간것이혹시그사람이살려고그랬는지도모른다는생각도들었다.
신고하는것이낫겠다결론을짓고119로신고를했다.그리고는몇분이지나지않아119소방대원들과경찰이들이닥쳤고그아파트경비들이뭔일인가싶어몰려왔다.1차도착한사람들은남편이먼저안내했고2차로도착한소방대원들은내가안내해서산으로올라갔다.이미캄캄해서손전등으로길을비추며올라가야했다.
가보니경찰들과소방대원들이누워있던사람을깨워앉혀놓고여러가지를묻고있었다.집이어디인지데려다주겠다고하니노숙자라고하며잘자는사람을왜깨웠느냐는것이었다.경찰들은숲에서잘수없다며시립숙소로가자고하고그노숙자는계속몸을못가누고머무작거렸다.
우리는더이상있을이유가없어인사를하고그자리를떠났는데산에서내려오니밑에서기다리던소방대원이수고했다며만나자마자했던이야기를또했다."좀깨워보시지그러셨어요.""혹시술이취해행패를부리면어떻게하라구요."
한바탕소란을겪고나서돌아오는길이피곤하긴했지만개운했다.귀찮아질까봐신고를안했더라면밤새그생각으로불안했었을것같다.IMF이후부쩍늘어난노숙자들의문제는이사회의본격적인문제거리가되었다.얼마나경제가회복되고나라살림이나아져야’노숙자’란단어가사라지겠는지…
이번일로깜짝놀란것은내가신고하자마자불과몇분만에나타난경찰과소방대원들이었다.항시대기하며사회의온갖궂은일을하는정말힘든직업이라는생각이들었다.미국에서는소방대원들이존경받는직업이라는데우리사회에서도그래야마땅하다는생각을새삼스럽게했다.
산책을나간다고가벼운마음으로샌들을신고나섰다가느닷없이두번씩이나산에오른날은그간슬슬해온산에오르는것에내가얼마나익숙해졌는가를확인한날이기도했다.
(2005.7월씀)
ThosewholoveChristhaveaheartforthelost.
그리스도를사랑하는사람에게는길잃은이들에대한사랑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