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40여년가까이어머니가해주시는밥을먹었던내게부엌은참먼장소였다.학교다닐때에도대부분학교일을맡아했고개인적으로도많은모임과활동이있어집에일찍들어가본일이손에꼽을정도였기때문이다.
이형편은졸업후에도마찬가지여서야근과모임때문에내귀가시간은늘늦었고사실저녁밥을집에서먹은횟수도따져보면얼마되지않았다.
돌이켜보면어릴적집에서우리끼리(내겐남동생둘이있다)있어라면을끓여먹을때에도주로동생들이끓여서같이먹었기때문에내가부엌에들어가본기억이거의없다.
오죽하면동생이"누나가끓여주는라면한번먹어봤음소원이없겠다"라는말을할정도였다.무정해서가아니라먹고싶은사람이끓여먹으라는누나의권위(?)를동생들이따를수밖에없었기때문이다.
어릴적에는"공부만해라"고하셨던어머니는나중에어떻게든부엌일을가르쳐보려고시도하셨다가여러가지이유로실패하신후"내가딸을잘못가르쳤다"라고한탄하셨다.먹는일에별로관심이없었고그러다보니만드는일에는더더욱멀었던내게결혼을결정하고나서가장무서웠던것이바로부엌일이었다.
결혼후한동안음식배우느라정신이없었다.미역국끓이는법,김치찌개끓이는법은남편에게배웠고매번식사를준비할때마다고민을많이했다.
그래서요리책을보고또보고했는데그제서야나는어머니들의수고와노고에대해음식을만드는손길의귀함에대해깨달았고어머니께서반찬의양념에대해아까워하시던마음이이해되었다.내가음식을만든이후로는먹다남은반찬의조금이라도버리기가정말아깝다는생각이들었던것이다.
저녁준비하려면거의두시간이걸려해내는나의노고(?)에맛있다고칭찬하던남편은시간이조금지나자식단에대해이견을내기시작했다.음식만들다가이것도넣어볼까저것도조금넣어볼까하고만든나의창조(?)적인작품보다는원래고유음식메뉴대로먹고싶다는것이었다.
그뒤로남편의요구대로시댁에갈때마다시어머니만드시는음식을배우기시작했고몇가지에대해서는"똑같애,합격이야"하는판정을받았다.지금은그런대로해나가지만오랫동안공포의지대로남아있던부엌살림은여전히어렵다는생각이든다.
딸을잘못가르치신죄로친정어머니는아직도가끔씩들르셔서이것저것밑반찬을만들어놓고가시며전화로늘밥을잘해먹고지내느냐고확인하시느라고단하시다.
그러나아픈나를데리고한의원에가셔서는"우리애기데리고왔어요.진맥좀봐주세요"하시는어머니말씀에서40중반에이르러가는딸을여전히애기로보시는어머니가오늘날나로하여금부엌을그토록멀게느끼도록원인제공을하셨지않은가하는핑계아닌핑계가슬그머니떠오른다.
(2001.12월씀)
Themouthoftherighteousisafountainoflife,
butviolenceoverwhelmsthemouthofthewicked.(Proverbs10:11)
의인의입은생명의샘이라도악인의입은독을머금었느니라.(잠언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