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정리하면서책상서랍에보관되어왔던명함들을정리하였다.
남편이20여년간사회생활을하면서받았던명함50여갑,내가16년간사회생활을하면서받은명함10갑(나는중간에직장을한번옮겼을때기존명함을다정리했던터라남편에비해양이적었다)을버리는데하루저녁을다썼다.
오랫동안보관해왔던명함을버리고자결심했던것은필요한명함은주소록에다있고그명함들은꺼내볼일이없이서랍공간만차지하고있었기때문이다.
받을때다일로서받았고준사람의인격이담겼다고생각하니그냥버릴수가없고혹시잘못사용될까봐일일이손으로찢다가나중에는가위로귀퉁이를조금씩오려서버렸다.
그명함들에남편과나의일한세월들이담겼다고생각하니여러가지감회가떠올랐다.그러면서처음사회생활을시작할때벌어졌던명함파동(?)이떠올랐다.
1982년대학을졸업하고대기업업무부에입사했을때의일이다.대학을졸업한여자를처음으로공채로뽑았던그기업은당시3000여명의남자사원과30여명의여자사원을뽑아같이교육을시켰고여사원들을각계열사에2명씩배정을했었다.대졸여사원의입사는각계열사마다센세이션을불러일으켰고많은에피소드와문제가일어나게만들었다.
명함파동은그중의하나이다.입사며칠후담당대리가명함을신청하라고해서아무생각없이신청서를작성해서총무과에제출을했었다.3-4일이지난후퇴근직전에나를찾는전화가왔었다.아직전화번호를알려준데가없는데누가나를찾는가궁금해하며받았더니총무과여직원의전화였다.
내용인즉슨명함을내줄수없다는것이었다.이유가무엇이냐물었더니회사창립후몇십년동안여직원에게명함을만들어준일이없다는것이었다.
나는여직원이라줄수없다면4급직원(대졸직원의자격이4급이었다)의자격으로달라고했다.뒤에서전화내용을듣고있던담당대리는즉시총무과로달려갔고직원들에게강명옥씨는여사원이아니라4급직원이라고강변하고돌아왔다.
이윽고퇴근시간이되어탈의실(모든여직원이유니폼을입게되어있었다)에들어갔더니여직원몇명이서모여앉아이야기들을하고있었다.서로인사를나눈것도아니기에묵묵히옷을갈아입고있었는데귀에선뜻한단어들이들렸다.
"지가뭔데얼마나버티는지두고보자"그다음이야기는듣지않아도바로나더러들으라고하는말이라는것을알수있었다.갑자기등골이써늘해지면서문제가터져도크게터졌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
다시사무실에들어가내게전화를걸었던여직원에대해물어보니나보다한살위인들어온지5년이된고참여직원이라는것이었다.책상자리가어디인지확인하고집에돌아와밤늦게까지고민을하였다.
결론은정면돌파하자는것이었다.진심을담아편지를썼다.’나는이제사회생활이처음이고누구나회사에입사하면명함을받는것으로생각했다.더욱이담당대리의지시에의해신청을했는데남자가아닌같은여자직원이나의명함내주는것에반대를했다는것이무척서운하다.나는모두와잘지내고싶다.도와달라’가나의서신요지였다.
아침에일찍출근하여그여직원의책상위에편지를놓고왔다.업무가시작되고1시간쯤지나서바로그여직원에게서전화가왔다.이야기하자고…여직원들이커피를준비하는작은방이있었는데거기서비교적오랜시간을이야기하였다.
마침그여직원도사회생활을어느정도한터이라그리고성격도상당히직선적이고솔직하여이야기가잘끝났다.사실자신이자격지심이들어대졸여사원의존재가신경에거슬리던판에명함신청이들어와심술도났고해서퇴짜를놓았는데담당대리까지나의역성을들어난리(?)를피우는것이너무미워서그랬다는것이다.
자신이잘못했고앞으로잘지내자고선선히사과를하는바람에크게번질뻔했던명함파동은가라앉았다.그후약한달이지나서내이름석자가박힌명함을받았을때의감격(?)이란…
이후부서가바뀌고승진을하고하면서나의명함도여러장으로늘었고다시직장을두번정리하고새로시작하는동안그숫자는더늘고있다.자신의일이자얼굴인명함들을명함첩에한장씩기념으로정리를하고미처다쓰지않고남겨졌던명함들은다버렸다.나의주요역사를정리한셈이다.
앞으로더몇장의명함이늘어날는지는하나님만이아시는일이다.
(2001.12월씀)
weweretheoneswhowerel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