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봉지

어느날아침한쪽어깨에는핸드백을매고다른쪽손에는검은봉지를들고출근길에나섰다.
엘리베이터가내려가다가중간에섰고한사람이들어섰다.

나처럼한쪽어깨에는핸드백이그리고다른한손에는똑같은모양의검은봉지가들려있었다.
우리는동시에서로의검은봉지에시선을잠시주었고새로탄사람은등을보이고돌아섰다.

1층까지엘리베이터가내려가는동안참으로민망한마음이라보통때보다더시간이걸리는것같았다.
엘리베이터안에있던두사람다전날음식쓰레기를미처내다버리지못한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내린두사람은앞뒤로나란히걸어갔다.
앞사람이음식쓰레기통뚜껑을열고검은봉지를털어넣더니자리를비킨다.
나도통앞으로가서봉지를털고는옆에그런검은봉투들을넣는커다란드럼통에봉지를넣었다.

그리고는앞에가던사람은큰길쪽으로걸어가고나는다른방향의샛길로들어섰다.

평소퇴근할때필요한것들을하나둘사들고올때가있다.
그러면나처럼필요한한두가지를사들고가는모습들을많이본다.
때로는저녁장을잔뜩봐가지고가는모습을볼때도있다.
그손에는슈퍼마켓이름이적힌하얀봉투들도있지만대부분검은봉지들이다.
크고작은…

바깥일을하든안하든집안의먹거리를책임지는아내요엄마의모습들이다.
그래서주부는날이갈수록기운이떨어져도팔힘은세어지는것같다.
오늘도내일도사랑하는가족들을위해검은봉지를든모든손길에축복이함께하기를!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