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빛과 소금으로]<5> 고양 의선교회 (동아일보)

“땅끝까지仁術을”의사들이세운교회

《‘나이한종(74)은이제살수있는날이얼마안남은것같습니다.거동도힘들고복수(腹水)는점점차오릅니다.호흡도버겁습니다.희망없이살던저였습니다.그런제게한줄기희망을쥐여준분들에게이제는얼마되지않는저의전재산을드리고싶습니다.임대아파트보증금200만원.살수있다는희망보다더큰희망은내가사랑받으며이세상떠날수있다는것아닐까요.그사실을깨닫게해준의선교회에헌금으로드리니부디받아주시기바랍니다.2010년11월18일.’》

앞뜰에서바라본교회는북카페나운치있는펜션같다.‘교회같지않은교회’를추구하는까닭을물었더니‘주민들이부담없이쉬고갔으면’하는이명동담임목사의바람때문이라고했다.그래서예배당도지하에만들었다.“웅장한건물이아닌베푸는행동으로교회는드러납니다.”이목사의말이다.일러스트레이션권기령기자beanoil@donga.com

이명동담임목사

경기고양시덕양구행신동에있는의선교회(예장통합).벌써한해가지났지만이한종씨(생존)의유언장을앞에두고그때의일을떠올리는이명동담임목사(52)의눈에눈물이고였다.

“저희가안받을까봐거동도힘드신분이법무법인사무실에가서공증까지받아놓으셨더라고요.몇번을사양했지만한사코쥐여주시는어르신의손을붙잡고저도울고어르신도울었습니다.”

교인도아닌이씨가의선교회와처음만난건2009년한복지관을통해서였다.신도중의사간호사등40여명의의료진이매월복지관을찾아몸이불편한지역주민들을무료로치료해주던중거동이불편한이씨의소식을들었다.집에찾아가보니이씨는심장질환을앓고있었고복수까지차올라천식과탈장증상을보였다.그날이후교회측은매월이씨를방문해진료와약제공,생활비지원,이불빨래등을해주고있다.

의선교회는1981년서울서대문구충정로에‘의료선교교회’라는이름으로설립됐다.기독교인의사28명이‘의료선교를통해하나님의사랑을실천하자’는취지로교회를세우고방글라데시로의료선교봉사단을파송했다.이렇게시작된의료봉사는지금까지계속되고있다.1997년경기고양시로옮겨와매월셋째주일요일에내과,치과,정형외과,통증외과,정신과,피부과와한방등다양한분야의진료를무료로실시하고있다.하루평균150명의사람이진료를받고약도타간다.주민들은의선교회의의료봉사팀을‘종합병원’이라고부른다.

1년에하루는지방의료봉사의날.지금까지제주북제주,충남몽산포,인천강화,충북옥천등의지역을방문해진료,약처방,미용,영정사진촬영등다양한봉사를해왔다.한번지역이정해지면3,4년간지속적으로방문한다.올해는충북옥천군청산면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600여명을진료했다.옥천방문은네번째다.방글라데시,몽골,미얀마등해외에서도꾸준히의료봉사를하고있다.의선교회교인들은13일부터5박6일일정으로미얀마의료봉사를다녀왔다.미얀마현지에서어린아이를진료하는모습(왼쪽).오른쪽은1981년처음교회를설립할당시모습이다.‘의료선교교회’라는팻말이보인다.의선교회제공

2년전몽골의료봉사를갔던한상환씨(56)는다리를다친한소년의긴박했던순간을떠올렸다.

“다리에뼈가보였죠.피부조직은썩어들어가고있는상태였습니다.방치했다가는다리를절단해야만할상황이었어요.보호자도없고치료해주겠다고나서는이하나없던어린소년을저희가데려와다리를잃을고비를넘겼습니다.”

이담임목사는“예수그리스도가이땅에서하신두가지는사람들을치료하고가르치는일이었습니다.우리도예수그리스도가하신일을그대로행한것일뿐입니다”라고말했다.

취재를위해교회를처음방문했을때교회건물을쉽게찾을수없었다.작은교회건물이그흔한붉은네온사인십자가하나없이주변과어우러져있었다.최근에는이동네에처음온대학생들이교회를‘북카페’로오해하고들어온적도있었다고한다.교회앞엔아담한연못과푸른나무,벤치가어우러진작은뜰도있다.흰깃발이꽂힌종탑이한가운데세워져있다.

“교회는크고웅장한건물로드러나는것이아니라,교회가베푸는사랑과행동으로드러나는것아닐까요.교인부흥을목표로삼기보단예수그리스도의사랑을닮아‘의(義)롭고선(善)한교회’가되는것이저희들의꿈입니다.”

이목사의말이다.‘의선교회’라는이름에는‘의료선교’의뜻만있는것은아니었다.

▼이명동목사의‘내가배우고싶은목회자’한태인목사

신도수아닌‘사람’에집중하는목회

한태인목사(81·사진)는서울도봉구창3동에있는도원교회원로목사님이다.내가20대청년이었을때평생의가르침을주셨다.‘사람을외면하고서하나님과가까이할수는없다’는가르침이다.이것은지금나의목회철학이다.

목사님은신도수가아니라‘사람’에게집중하셨다.한사람한사람이사랑받는존재라는것을,그것만으로도행복해질수있음을늘말씀하신다.매번의료봉사를나갈때마다되뇌는말이다.은퇴이후에도활발히강의활동을하고있는목사님.남을탓하기전에항상교회의갱신을강조하셨다.교회를향한세상의비판에대해서도겸손하게자신을돌아보는용기를가져야한다고가르치신다.며칠전전화를드렸을때도같은말씀을당부하셨다.

고양=김진기자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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