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비아 한국대사의 편지 (리비아소식지 제52호)

얼마전부터리비아소식지를받고있습니다.

한창어지러운현지의생생한소식과우리정부의대응방안까지알게되면서진정소통의시대가되어가고있구나하는생각을하게됩니다.

전쟁과분쟁이있는곳에평화와평안이회복되기바랍니다.

주리비아한국대사의편지(리비아소식지제52호)

안녕하세요.조대식입니다.두번째로인사드립니다.지난번이메일을의아하게생각한분들도있으리라생각됩니다.왜나에게?하는질문에대해좀더설명드릴까합니다.지난번추가된그룹중중동.아프리카관련교수,중동지역특파원,외교부출입기자단까지는그래도이해가갈것입니다.그런데인도적지원과개발관련시민단체,문화교류단체,지방자치단체등에이르면의문이들것입니다.

여기까지대상을확대한것은기업과시민사회까지외교활동의주체로포함하기위해서입니다.구체적인예를들어봅니다.지난주저는이번내전의최대격전지인미수라타를다녀왔습니다.카다피에가장격렬히저항한이도시는3개월간정부군에포위되어있었습니다.리비아제3의도시인이곳은인구60만중사망자1,400명,부상자1만명이나온곳입니다.시정부와치안사령관을만나보니가장시급한것이부상자치료를위한의료장비,시외곽의지뢰제거,내전과정에서주민들의정신적외상치료라합니다.

이경우전통적인외교활동을조금거칠게단순화하면이렇게이루어집니다.일단본국정부에이런상황을보고합니다.인도적인차원에서그리고미래재건시장진출을위한투자차원에서도미스라타에대한지원이필요하다는판단을붙여본국정부가의료장비와지뢰제거를지원해줄것요청하는건의를합니다.건의결과본국에서지원결정이되면시정부에지원품목을전달하고,아니면아니라고통보해주면완결됩니다.

그러나제가꿈꾸는것은여기서한걸음더나가는것입니다.본국건의까지는동일합니다.본국정부는통상적으로중앙정부차원에서이루어지는지원여부만을결정합니다.그래서지방정부,기업,시민사회역량은활용되지않습니다.바로이나머지역량을동원하고결집하는콘트롤타워를대사관이하는것입니다.예를들면이렇게됩니다.이건의에대해본국중앙정부에서는지뢰제거분야만지원을해주는것으로결정되었습니다.그러면빠진것은의료장비와부상자치료입니다.대사관은진출기업,한국의인도적지원과개발분야를다루는NGO와시민사회,병원,지방자치단체등을수소문하여이러한분야에지원을희망하는단체,기업,개인을물색합니다.

어떤진출기업은한국으로후송하여치료하는데필요한몇명의항공료를부담합니다.미수라타에무역사절단을보내려고하는어떤지방자치단체는지방의시립병원에서치료비용을담당합니다.병원에간리비아인의말이안통해어려움이있다는이야기를들은중동지역학을하는한교수는이를보고학교의아랍어과학생중자원자를몇명모집해하루에3시간씩통역자원봉사를지원합니다.인도적지원을담당하는NGO는한국병원에서후송되어치료하는동안리비아인의정신적외상치료를하는의사를?아도와줍니다.어떤언론인은이런것을보고민주화와경제발전을한발짝먼저이룬우리가이제출발점에서있는리비아를지원하고격려해야하는이유를방송을통해소개합니다.어떤단체는이러한보도를보고리비아에단기의료지원단을모집하여보냅니다…안데르센동화에나오는삼형제입니다.천리밖을보는망원경,하늘을나는양탄자,사람을살리는사과를가진삼형제가서로자기가가진것을단계별로사용해가면서먼나라의아픈공주를치료하듯이,꼬리에꼬리를물고이어지는파도처럼모자이크를완성해갑니다.

이것이바로지난번말씀드린새로운외교패러다임인공공외교라는것입니다.이것은우리사회의3대축인국가,기업,시민사회가모두외교활동의주체로참여한다는측면에주목하면총력외교라는말로도표현합니다.또우리가활용하는수단이과거에쓰던군사력이나경제력에국한되는것이아니라리비아사람들의마음을사기위한소프트파워자원을사용한다는의미에서복합외교또는소프트파워외교라고도부릅니다.

이런일이가능하려면이런정보를공유하고교류할수있는허브와같은플랫폼이필요합니다.이런플랫폼기능은페이스북이나블로그를통해서도가능할것으로생각되는데,현단계에서는우선이소식지를중심으로해보려고합니다.그래서소식지의성격이일방적인정보제공에서쌍방향의허브로바뀌게될것입니다.내용과형식도개선을하고있습니다.

여기까지읽다보면이제의문이생깁니다.취지가참좋기는한데제한된인력과자원을가진대사관이과연그렇게까지할수있을까?대사관은그렇다치고이익창출이최고의가치인기업이과연?나아가시민사회까지?지구촌에서경쟁이가장치열한나라(지구촌에서다살지는않았으니이말은과장이군요.제가살아온7개국중가장경쟁적인나라로수정합니다^^)학생은스펙쌓기에만도시간이없어절박하고,직장인은각자살아남기에만도바쁜이런현실속에서시민사회까지이런일에주체로참여한다는것이과연현실적으로가능할까?이것은오랫동안제가스스로에게던진질문입니다.현실을도외시하고이상적인시나리오를구름위에서구상하는것은시간낭비이기때문입니다.

대사관의경우전통적인일중에서환경변화로이미부가가치가없어진일을제거해나가면서그시간을이러한새로운영역으로전환해나가고있습니다.기업이나시민사회의경우돈을많이가진사람,시간이충분한사람,경제적으로여유가있어남을생각할수있는유복한환경의사람만이역할을할수있을까요?본부국장시절시민사회와다른부문의사람들을많이만났습니다.이런문제의식을공유하고있는분들을…88만원세대라고부르는학생조차도뜻만있으면몇시간의시간을내서이런일에동참할수있다는것…여유가없어도,누구보다바쁜사람들일수록,돈이없어도오히려더큰역할을하는것도보았습니다.이런편지를쓸힘을얻은것은이런역설을보았기때문인지도모르겠습니다.읽기도힘든긴편지를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사실저도집에와서늦게까지쓰느라고힘들었습니다.시계가11시반을넘어서서저도자러갑니다^^)

2011.10.31(월)트리폴리에서조대식드림(dsjo84@mofat.go.kr,FacebookID:Daesh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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