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 누리기 [2] 반곡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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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을 가기 위해 반곡역에 내리던 첫 날 조금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분주한 기차역을 주로 오가다가 갑자기 오래된 시골역 같은 풍경이 ‘혁신도시’에 있는 기차역으로 무엇인가 어울리지 않은 듯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원주로 이사오기 전 두 달 넘는 기간을 기차로 출퇴근하면서 점점 좋아하게 되었고, 정이 들어 갔습니다. 청량리역에서 6시40분에 기차를 타고 1시간 20여분 걸려 반곡역에 도착해서 내리면 바로 느껴지는 알싸하고 깨끗한 새벽공기가 좋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어스름 해가 진 저녁무렵 반곡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도 정겨웠습니다.

오가는 동안 기차안에서 주로 책을 읽었는데 매일 읽다보니 상당한 양을 읽게 된 것도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출근시 집에서 청량리역까지 퇴근시 울에 도착해서 집까지 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거의 5시간을 매일 오가는데 쓰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의 원근에 관계없이 출퇴근하면서 쉽지 않은 생활을 하며 휴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녀들 교육 문제와 순환근무 등으로 가족들이 함께 이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 방을 나눠 여러명이 함께 생활하는 숙소생활을 하거나 원룸 등을 구해 주중에 거주하고 주말이면 집으로 가는 생활들을 합니다. 

더욱이 관계기관 및 인사들과의 업무 협의 등으로 수시로 서울을 오가야하는 시간도 상당합니다. 참 쉽지 않은 생활들입니다. 전국의 혁신도시들로 이사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상입니다.

반곡역에 정거하는 기차 수가 적어서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때는 원주역으로 가는데 어느 날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분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혁신도시가 들어서면 인구가 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가 컸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오는 것이 아니라 혼자 내려와 살고 주말이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 도시가 텅 빈다는 이야기, 혁신도시 많은 상점들이 불황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 괜히 많은 돈 들여서 혁신 도시 만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예전으로 돌리는 것이 나을까요? 돌릴 수는 있을까요? 답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내렸습니다.

반곡역은 내년에 강릉까지 KTX가 달리게 되면 기차역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문을 닫아도 반곡 역사는 전시관 등 문화 공간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곡역에 기차가 서지 않는 날이 와도 새벽에 나와 오밤중에 들어가던 기차 출퇴근에 대한 추억과 반곡역에 대한 추억은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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