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초파일 휴일에 어디로 갈까 찾다가 판화박물관이 있다는 명주사로 가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초파일이면 간혹 북한산에 올라 승가사에 가서 산나물비빔밥을 먹고 오고는 했습니다.
금대리를 지나 가다가 지난 겨울 가팔라서 중간에 되돌아온 영원사 푯말이 눈에 들어와 방향을 틀었습니다.
영원사까지 0.9km를 앞둔 곳까지 가서 차를 주차해놓고 걸어 올라가는데 가파른 길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사찰에 도착하여 할머니 보살님들과 우리 같은 나그네 손님들과 둘러 앉아 치악산에서 땄다는 두릅, 취나물, 머위나물, 무생채 등으로 만든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본인이 먹은 그릇은 본인이 씻으라는 팻말을 보고 그릇을 씻어 놓았습니다.
밥을 먹은 후 한바퀴 둘러보는데 지붕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가 산사 풍경과 어울려 그림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찰 입구에 신도들의 묘로 조성된 지역에 탑 모양의 묘지석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기독교 또는 천주교 모역은 보았으나 사찰에 있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창건될 당시 이름 영원사(永遠寺)가 1000여년이 흐른 조선시대에 영원사(鴒원(原鳥))로 바뀌었다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거기에 ‘원’자가 근원 원(原)변에 새 조(鳥)를 붙여쓰는 자로 중국에서만 사용하는 한자를 썼다는 것은 더 특이했습니다.
다양한 종교가 아무 마찰 없이 잘 지내는 대한민국의 포용적 문화 환경이야말로 글로벌 시대에 잘 맞는 사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 가팔라서 힘들었던만큼 수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