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출퇴근 단상

반곡1

오랜 기간 일을 해오면서 근무기관이 대부분 광화문, 시청 근처여서 걸어서 출퇴근 하거나 이동시간이 길어봐야 1시간 이내였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가을 원주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들어가면서 장거리 출퇴근을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면접 때에도 ‘만약 합격을 한다면 원주로 이사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왔었습니다.

합격 통지를 받고 바로 이사를 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았고 출근 시점부터 3개월 후에 이사가 가능하며 기차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새벽예배를 마치고 청량리로 이동하여 6시40분 무궁화호를 타고 반곡역에 내리면 8시3분에 도착하고 사무실까지 걸어가면 충분하였습니다. 저녁 퇴근은 일찍 끝나면 저녁 6시 42분차를 타고 청량리 도착하면 저녁 8시5분,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저녁 9시였고 그 다음 기차를 이용하면 저녁 7시 27분차를 타고 8시 49분에 도착하면 거의 10시에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집에서 4시 50분에 나와 저녁 9시 또는 10시에 도착하는 일상이 3개월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국회 감사가 있을 때는 집에 가는 시간을 놓쳐서 이틀간 사무실 소파에서 눈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원주로 이사를 하여 2년간 잘 지냈고 계약 기간을 연장하려고 하였으나 여의치 않아서 2018년 가을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처럼 기차 출퇴근을 할까 하다가 마침 통근버스가 집 근처에서 탈 수 있어서 통근버스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5시 50분에 집을 출발하고 승차시간이 6시 30분, 원주 도착시간이 8시 40분에서 50분. 퇴근시 저녁 6시 20분에 원주를 출발하여 서울에 도착하는 시간이 8시 40분,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9시가 됩니다. 물론 저녁 일정이 있으면 원주역이나 고속터미널에 가서 늦은 기차나 버스를 타고 귀가하면 거의 12시가 되고는 하였습니다.

새벽에 원주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지방으로 가는 출퇴근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 ‘세종시’라고 쓴 버스를 보게되면 원주보다 시간 더 걸리겠다 싶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동안 머리로만 이해를 했던 장거리출퇴근을 새벽 출근, 오밤중 퇴근으로 체험을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전국의 혁신도시로 이전을 하였고, 대부분 이사를 하거나 기관에서 준비한 숙소에서 지내겠지만 일부 출퇴근을 하는 경우 고단한 생활입니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거나 숙소에서 지낸다고 해도 주말이면 집에 가는 생활은 말 그대로 나그네 생활이란 생각이 듭니다. 서울에서 지내다가 전주로 이사를 한 후에는 전주에서 주말에만 운영하는 통근버스를 타거나 서울에서 통근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전주에서 처음으로 원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던 날, 승차 지점을 호남제일문 근처라고만 기억을 하고 차를 기다리다가 눈 앞에서 버스가 그냥 지나가는 것을 보고 무척 당황했었습니다. 알아보니 승차 지점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전주에서 원주로 가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결국은 KTX 타고 서울로 와서 다음 날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이 날 새벽에 숙소에서 가까운 통근버스 승차지점을 ‘공덕역 1번출구’라고만 기억하고 갔다가 역시 당황했던 것이 정확히 어느 지점이라는 것을 확인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새벽에 통근버스를 기다리느라 줄서 있는 곳마다 가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가는 줄이냐고 묻게 되었습니다. 결국 알아내지 못하고 그 통근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직원에게 문자를 보내 정확한 승차지점을 확인한 후 성공적으로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통근버스를 이용하게 되면 오가는 시간만 5시간 30분에서 6시간 걸립니다. 언젠가 사업 평가에 참여하였을 때 점심을 먹으면서 세종시에서 출장을 온 공무원들과 장거리 출퇴근과 출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 때 들었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장거리 출퇴근시 차 두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전설처럼 서울에서 울산까지 출퇴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장거리 출퇴근 관련하여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계속 되어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싶었습니다. 직접 체험하고 살기 전에는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고단하겠다’에서 그쳤었던 사실입니다.

장거리로 여기저기를 오가면서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것을 자주 생각하는 요즈음입니다. 특히 오늘 세종시로 출장을 가려고 하니 그간의 장거리 출퇴근에 대한 여러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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