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빛이 점점 짙어져가면서 담쟁이는 점점 붉어지고 하늘은 점점 푸르러지고 있습니다.
1989년 여름, 대학 졸업 후 8년만에 대학원을 가겠다고 하고 대학원 시험을 치렀습니다. 서류 전형과 영어필기시험을 통과하여 면접시험을 치르는데 세 번의 면접을 거쳐야 했습니다. 교수님들의 1차 면접, 설립자인 학원장님의 단독 2차 면접, 마지막으로 학원장님과 교수님들의 합동 3차 면접.
2차 면접을 끝내고 나오는데 학교 직원분이 면접 시간이 제일 길었다고 했는데 정말 길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면접시 여러 질문과 답이 오갔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 시대 상황도 여러가지로 복잡했고 시끄러웠을 때였습니다. 학원장님이 탄식을 하시면서 이런 세상을 어쩌면 좋으냐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하였습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한 답은 지금은 금방 세상이 다 무너질 것 같이 보여도 정리될 것은 정리되고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답을 하였습니다. 바다에서 태풍이 불면 바닷속까지 모든 것이 뒤집어져 혼탁하지만 결국은 가라앉을 것은 갈아앉고 평온해지는 순간이 오고 이 과정은 되풀이 되는 것이며 따라서 그렇게 세상을 향해 낙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잘못된 것들이 드러나고 논란이 될 때마다 잘못된 것들을 고치고자 하는 노력들이 더해질 것이고 우리의 내일과 역사는 발전된 방향 사람들에게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사람들과 우리 사회에 소망을 계속 가져도 좋겠다는 것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답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느나라보다도 역동적으로 변해왔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싶은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공감하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인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회오리바람이 불다가도 해결하고 나아가는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격량이 닥쳐와도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