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플레…인생의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

수플레

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달콤한 맛을 전해주는 음식 종류들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디저트 종류들을 가까이 대하는 경우가 드물다.

 

책 제목인 수플레-

 

달걀흰자를 거품을 낸 것에 그 밖의 재료를 섞어서 부풀려, 오븐에 구워낸 요리 또는 과자. 수플레란 ‘부풀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이다. 슈(chou) 껍질에 거품을 낸 난백을 섞은 슈 재료, 걸쭉한 커스터드크 림에 거품을 낸 달걀흰자를 섞은 크림 재료, 되직한 베샤멜소스에 거품을 낸 달걀흰자를 섞은 베샤멜 재료, 설탕 조림을 한 과일을 체로 걸러낸 것에 거품을 낸 달걀흰자를 섞은 푸르트 재료 등의 4가지 재료가 기본이다. 초콜릿 · 바닐라 · 커피 등을 넣어 여러 종류의 수플레를 만들 수 있다. 수플레는 식으면 부푼 것이 쭈그러들므로 구워낸 즉시 따뜻할 때 내야 한다.- 네이버 지식에서 발췌

그러고 보니 사진이나 방송, 제과점, 영화에서 본 음식이다.

만드는 과정은 글로서 읽을 때는 무척 간단한 손동작의 강약만 잘 조절하고 오븐의 온도와 시간을 제대로 맞춘다면 맛난 수플레가 완성이 되겠단 생각이 들게 하지만 이 책에서 그려지는 수플레의 완성작은 그리 쉽지만은 않게 보인다.

각기 다른 세 사람의 인생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이야기, 그 속에서 내 이야기 일수도 있고 이웃의 이야기 일수도 있으며 먼 훗날의 나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 큰 물결은 오지 않지만 작은 물보라가 커다란 파도로 변할 때 마주하게 되는 주인공들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책 커버에서도 나와있듯이 수플레를 중심으로 세 사람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각기 전혀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연령대와 하는 일들도 모두 다르다.

필리핀인으로 미국으로 이민 와 남편과 결혼을 하고 베트남 아이 둘을 입양해 부모로서 뒷바라지를 했던 62살의 릴리아, 파리에서 만화 화랑을 운영하는 55세의 마크는 자식은 없지만 그를 사랑하고 이해해 주는 아내 클라라와 살고 있는 평범한 파리지엥, 터키 이스탄불에 살고 있는 60대의 페르다는 어릴 적부터 이기적이면서 본인 중심적인 친정 엄마로 인해 엄마로부터 그늘을 벗어 날 수없는 채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이자 아내이며 파리에 가 있는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과연 무슨 일들이 생긴 것일까?

기껏 키워놨더니 양부모로서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 한 목적에 따라 자신들을 입양했단 비난을 일삼은 아이들, 오로지 자신의 조용한 공간와 침묵을 즐기는 남편 때문에 자신의 유능한 화가로서의 재질을 펴보지 못하고 살던 릴리아의 생활 반경은 오로지 남편 위주로 된 삶의 일부였다.  그런 그 남편의 뇌졸중은 그녀의 삶에 또 하나의 걷잡을 수 없는 생활 패턴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며, 마크는 또 어떤가?

갑자기 쓰러진 채 삶을 마감한 아내의 그리움 때문에 모든 생활을 접다시피 했으며 그녀가 얼마나 자신을 위해 애를 써왔는지, 요리의 주방기구들을 모두 바꾸고 요리를 하게 되면서 점차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렇다고 페르다라고 다르겠는가?

친정엄마 네시베 부인이 넘어지면서 자신이 집으로 모시고 오게 된 이후로 그녀와 엄마의 힘겨운 하루하루의 생활은 엄마의 걷기를 거부하는 행동과 더해가는 치매로 인해 극에 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러던 세 사람에게 모두 찾아온 것을 바로 수플레를 요리하는 방법이 적힌 요리책, 가장 큰 실망을 준다는 부제가 달린 책을 집어 들게 된 세 사람은 사는 곳도, 생활의 패턴도, 처한 환경도 모두가 다르지만 각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수플레 만들기에 도전을 한다.

한평생 믿었던 남편으로부터 유산 정리 문제로 인해 배신감을 느낀 릴리아에겐 수플레를 만드는 과정이 자신만이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고, 마크는 수플레 외에 여러 요리를 해봄으로써 아내의 대한 추억과 사랑에 대한 감정을 요리 시간이라는 것에 희석을 시켜 새로운 또 하나의 사랑의 가능성을 주지시키는 역할을 하게 해 주었으며, 페르다 또한 수플레를 만들 때만은 친정엄마나, 그 밖에 자신이 해보고 싶었으나 해보지 못하는 시간에 대한 개념을 여기에 온전히 쏟아붓는 매개로 사용을 하는 과정들이 인생의 반 정도를 넘어섰거나 이미 넘어서버린 경험이 쌓인 사람들의 또 다른 인생 도전기이자 요리가 주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는 과정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수플레를 만드는 과정에서 달걀을 분리하고 머랭을 치는 순간의 힘 조절과 시간, 오븐의 시간까지 지키고 있다가 꺼냈다고 해도 한순간 푹 꺼져 버리는 중간의 거품 자국들은 인생이란 것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만든다.

가장 아프게 다가왔던 두 사람은 릴리아와 페르다였다.

릴리아의 경우엔 믿었던 남편에 대한 믿음이 실망감과 배신감으로 변해버린 감정, 하숙생에 대한 미묘한 떨림을 감지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내쳐야 했던 일, 입양한 자식들에게 매몰차게 대접받을 이유조차 없건만 그대로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그녀의 심정이 끝내는 그녀의 꿈마저 접어버리게 만드는 상황들이 안타까웠다.

페르다의 경우엔 넘어짐으로  인해 몸이 불편해지고 치매가 겹치면서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심정의 변화를 어쩌면 그리도 잘 그려놨나 싶을 정도로 자식이 부모를 대할 때의 죄책감과 원망, 그녀 또한 엄마이자 할머니였기에 쉽게 엄마를 내칠 수 없는 상황의 묘사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점을 볼 때 작가 또한 이러한 일들을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를 생각해 보게 한다.

남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까지 자식으로서 엄마를 대하는 그녀의 탈출구는 바로 시장에 나가서 싱싱한 재료를 보거나 구입을 하고 수플레가 완성됐을 때의 한순간의 기쁨  정도가 사치에 속할 정도로 느껴진 점이 인생의 각기 다른 구불거리는 정도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서 만드는 수플레, 그 안엔 인생의 한 때의 찬란했던 달콤함과 미처 생각지도 못하게 꺼져버리는 중간의 거품처럼 인생의 큰 파도가 몰아쳐 오는 경우를 비교해 보게 만드는 과정이 작가의 절묘한 대비를 연상시키듯 흐르는 글들이 인상적이다.

부엌은 엄마의 가슴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며, 우주의 중심이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부엌에 있을 때 비로소 세 사람은 진정한 자신에 대한 사랑을 느꼈으며, 아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요리를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인생의 다른 가능성을 느꼈을 것이고, 조그만 공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따뜻한 말 한마디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정성스러운 음식을 맛나게 먹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진정 우주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

영미 문학권이 아닌 터키 문학권을 모처럼 대한 것도 좋았고 터키란 나라가 위치한 지정학적인 것과 문화적인 느낌이 왠지 동양적인 분위기와도 많이 비슷한 면도 엿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아들은 장가보내기 전까지만 내 자식이고 딸은 죽을 때까지 내 자식이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여러 가지 사연들을 지닌 세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치유해가는 과정이 설렐 듯 말 듯 하는 로맨스가 섞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인생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 하고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문득 수플레가 먹고 싶어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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