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레터

레터

라스트 레터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6년 7월

지금은 없어졌지만 라디오 방송에서는 해마다 예쁜 엽서전이란 것을 전시하던 때가 있었다.

하루가 빠르게 변하다 보니 이제는 이런 엽서전에 대한 행사가 없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유명 가수가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선 이런 엽서들이 많이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더군다나 이런 기억의 소산물은 사촌집에 갈 때면 당시에 중. 고등학생이었던 사촌들이 책상에 앉아서 규격의 엽서에다 저마다 자신들이 최대한 솜씨를 드러낼 수 있는 그림들을 그렸던 장면들이 많이 봐왔기에 지금도 여전히 엽서~하면 그런 장면들이 연상된다.

 

요즘엔 이런 것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컴의 이멜에서 스마트 폰 카톡까지… 언제 어디서고 금방 확인과 답신을 바로 주고받을 수 있는 편리성이 대세가 됐지만 어찌 보면 아날로그적인 이런 감성적인 추억들을 간직 할 수 없게 된 시절로 온 것 같아서 조금은 감성이 메말라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필체를 남길 수 있고 상대방이 나에 대해 기억을 해 주는 매개체로 편지만 한 것이 있을까도 싶은, 또 하나의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책을 읽었다.

 

‘미 비 포유’의 저자인 조조 모예스 신작인 ‘더 라스트 레터’다.

마지막 편지~

왠지 어떤 기막힌 사연이 들어 있을 듯한 예감은 어김없이 독자들의 감성을 다시 두근거리게 한다.

시대는 전작의 작품처럼 비슷하게 두 시대를 오고 가면서 펼쳐지는 방식인데 1960년대의 제니퍼 스털링과 2003년도의 앨리 하워스의 이야기로  오고 간다.

교통사고를 당한 제니퍼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당시의 기억을 잃는다.

남부럽지 않은 광산 사업으로 인해 일취월장 중인 남편 래리와의 결혼 생활은 타인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요, 피티에 여주인으로서 그녀가 지닌 우아함과 도도함, 그리고 미색을 입에 오르내리는데, 도대체 자신이 왜 어디를 가려고 했는지, 남편을 바라보아도 왠지 서막함을 느끼던 차. 자신에게 절절한 사랑 고백을 한 신문기자 앤서니 오헤어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의 관계가 어떤 사이였는지 기억하려고 애를 쓰는 제니퍼,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는 남편을 두고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앤서니에게로 가려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와 함께 하기 위해 애를 쓰는데….

 

(Brian Hyland – Sealed With A Kiss)

한편 2003년도 앨리는 신문사에서 특집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는 31살의 여성이다.

작가인 유부남과 1년이 넘도록 불륜의 상대로서 관계를 이어가던 중, 어느 날 신문사 이전 때문에 서류를 정리하던 중 오래된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편지의 내용인 앤서니가 쓴 내용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되고 이 편지의 주인을 추적 끝에 제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앤서니의 편지는 두 여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매개체이다.

 

1960년대의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이어나가는 수동형의 제니퍼가 부부로서의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던 무늬만 부부로서 살아가던 그 시기에 열정적인 사랑이란 무엇인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앤서니임을 알아가는 과정과 그에 걸맞은 행동을 옮기기까지의 어려웠던 결단력들을 이루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면 불륜관계를 청산하고 자신에게 올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었던 앨리는 앤서니의 편지로 인해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녀 곁에 다가오는 또 다른 남자 로리와의 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다른 사랑을 하려는 용감성을 보여준다.

 

편지란 오고 가는데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체통에 넣고 다시 답장을 받기까지 며칠이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절실한 기다림 속에 그 안에 들어간 내용을 통해 때론 희망을, 때론 설렘을, 때론 실망감을 느끼게도 되지만 앤서니와 제니퍼의 어긋난 40년간의 이별 시간을 이어주는 것도 또한 편지였다.

 

사랑의 감정이란 그토록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기에 때론 신문에서도 보아왔던 믿기지 않은 사실들, 20대 때 만나서 사랑을 하다 헤어진 시간이 너무나 길었지만 백발노인들이 되어서도 만나는, 우리들이 보기엔 여전히 세월의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들이지만 이 책 속에서 보이는 앤서니와 제니퍼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들은 여전히 헤어질 당시의 모습들만 기억하는 것처럼, 오랜 세월과 시간이 주는 것에 사랑의 감정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 적어도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아름답고 설레는 마음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이 책에선 따뜻한 시선으로 느낄 수가 있게 한다.

 

서로가 처한 상황과 오해들 때문에 만남과 이별을 겪어야 했던 만큼 오랜 시간을 두고 다시 만난 그들의 사랑의 시선이 마지막 편지가 아닌 진행형으로 이어진 편지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한다.

 

 

인스턴트식의 빠른 전개식의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의 화법의 사랑법도 싱그럽고 재밌지만 오랜 묵은지 맛이 나는 이런 구식적인 패턴의 사랑법도 로맨스물의 전형적인 감동을 준다는 사실, 조조 모예스의 장기가 드러난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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