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내가 너에게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평범하게 보이는 한 가정에 일어난 커다란 파문을 , 그 파문의 여파 속에는 저마다의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던 비밀들이 해제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책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홍콩에서 이주한 아버지 때문에 미국에 정착하고 살고 있는 이민자의 후손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이 책에서 보이는 설정들의 주인공들은 혼혈아,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다.

1950년대의 미국은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인종 차별적인 정치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소설의 배경인 1950년대는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더 심했을 것이란 짐작이 간다.

그랬던 만큼 동양인 아버지 제임스와 백인 어머니 메를린 사이에서 태어난 세 아이들은 아들 네스와 막내 한나만 빼고 둘째인 리디아만 백인적인 특성을 지닌 아이로 태어난다.

학교에서 잘못한 것도 없지만 왠지 모를 왕따 비슷한 것을 겪었던 아이들, 그런 둘 사이에서의 남매애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리디아의 눈에 비친 엄마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치는 엄청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의 이런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던 한 사람인 오빠 네스마저 아빠 자신이 시대적인 인종차별에 맞서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행동들을 기대하는 중압감을 견디면서 살아왔기에 오로지 대학 입학으로의 탈출만이 희망적이었던 가족의 분위기-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여 의사란 직업에 대한 희망을 안고 하버드에 입학했지만 제임스와의 사랑에 빠지고 네스를 임신하는 바람에 주부로서 안착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는 리디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데, 한 번 집을 나갔던 엄마의 부재는 리디아에게 커다란 충격이었고 그런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던 힘겨웠던 리디아의 삶을 반영한다.

 

이들 가족에게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리디아의 죽음이라는 문제의 시점에서 시작한 이 소설은 리디아가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이 되고 본격적으로 그 이후의 남겨진 가족들의 사이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보여준다.

 

리디아의 죽음의 원인이 처음엔 잭이란 불량 청년에게 용의자로 지목이 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이 되지만 이것을 하나의 과정의 일부분이면서도 가족 전체에게는 리디아의 죽음이란 해결을 풀기 위한 가족 전체에 짊어진  과제였다.

 

이 책은 인종차별이란 설정하에 뛰어난 실력임에도 교수직을 맡지 못하고 보스턴을 떠나 오하이로로 이사 갈 수밖에 없었던 제임스란 인물을 통해 이민자로서 주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썼던 사람들의 모습을, 엄마 메를린은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적인 사회적인 인식에 도전에 성공하지 못했던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가족이란 이유로 무엇하나 제대로 터놓고 대화를 하지 못했던 소통 부재에서 온 아픈 과정들을 그리고 있는 책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바라기 위해 자녀들에게 무한의 기대치를 걸게 된다.

자녀들의 인생은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삶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쉽사리 그들의 인생에 손을 떼기가 쉽지 않은 상황들이 마치 우리나라의 부모들의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자녀들의 아픔을 부모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갇혀서 제대로 아이들이 무엇을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며,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려는 노력이 없었단 사실이 서글픔을 전달해준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리디아의 죽음의 범인은 누구일까? 어떤 식으로 밝혀질까를 염두에 두고 읽어나갔지만 결국 이 책은 리디아의 죽음을 둘러싼 한 가족의 분열과 해체, 그리고  다시 복원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책이기에 여타 다른 책들과는 다른 아픔과 안타까움을 전해준 책이기도 했다.

 

책 제목인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정말 내용에 부합되는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가족이기 때문에 나를 이해해주겠지, 내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아주겠지, 내가 이런 말을 해도 가족이니까 이해하고 넘어가겠지….

 

이 모든 것을 너무나도 간과하고 지나쳐버렸던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진정으로 가족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말하기 싫어서 말을 안 했던 것이 아닌 말할 수가 없어서였단 사실이 책을 덮고서도 떠나지 않게 하는 아픈 감정을 지니게 하는 책, 뭣보다 책을 통해 내 가족과의 관계를 더듬어서 생각해 보게 책인 만큼 한 번 읽어봐도 좋을 듯싶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4개의 생각

  1. 데레사

    미국이라는 사회의 병폐, 인종차별은 지금도
    많이 남아있더라구요.
    제가 잠깐 머물렀을때 공원에서 자주 마주치던
    백인할머니는 날 벌레보듯 하더라구요.

    그러니 50 년대에 그곳에 정착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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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정원 글쓴이

      책을 읽다보면 간접적으로 와닿는 작가의 체험적인 삶을 들여다 볼 수가 간혹 있는데, 저자가 그린 이야기 속에서도 이민자의 자녀로서 겪는 외로움과 방황, 그리고 보편적인 가정 내에서의 소통부재를 다룬 점들이 눈길을 끌더군요.
      여전히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인종차별이란 것은 정말 없어야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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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벤자민

    혹시 저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은게 있는건 아니겠지요 ㅎㅎ
    뭐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즐겁게 볼 수 있다는
    그런 비결 같은거라던지 ㅋ
    사실 이민생활하면은 하고 싶어도
    얼굴보기 힘들어 말못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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