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6년 11월 7일

꽃도령 유랑단

꽃도령꽃도령 유랑단
임현정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0월

방송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얼마 전 종영을 했다.

예전의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시리즈를 읽으면서 재밌고 역사 속 빈 틈의 한 줄을 상상하면서 글을 쓴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던 기억이 있는 만큼 이제는 순수 문학의 영상화 차원을 넘어 웹툰에서 인기를 끌거나 이런 류이 역사 속의 한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독자들에게 상상의 즐거움을 주는 책들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시인으로서 그동안 시를 통해 자신의 글 색채를 발표해 왔던 저자가 이번에는 자신의 글을 소설이란 장르를 통해서 십분 그 영향을 끼친다.

 

제목 자체가 유랑단, 그것도 꽃도령이라고 하니 요즘 말로 소위 말하는 꽃미남을 말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꽃도령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주위는 온통 밝게 빛나게 하고 이들이 한번 장안에 떴다 하면 과부는 물론이고 모든 처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각기 독특한 재주들을 가지고 있는지라 이들이 펼치는 공연은 가히 둥근 구름이 떠가듯 온통 세상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든다.

 

명망 있는 집안의 장악원 악생이었으나 가문 몰락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서 해금을 켜는 신세로 전락한 이지, 글쟁이로서 꽃도령의 실제 행세를 담당하는 문지는 자신의 아비가 책쾌인 관계로 글에 능한 지성인에 속한다.

무예에 뛰어나지만 영 무식이라면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힘센 장사인 예호랑, 실제로 은별을 납치해 오는 역을 맡게 된다.

 

약초에 빠삭한 홍삼, 조방꾼 아비 탓에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엔 으뜸인 방정, 여기에 어두운 영혼을 데리고 다니는 점복사 말똥이 까지…

 

이들은 왜 여자이면서도 남장을 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탓에 지팡이에 의지해 가며 거리에 떠돌다가 양반집 순면 도령의 책비로 살아가던 은별을 납치한 이유는 뭘까?

 

모두가 남자 아닌 남자이자 여자로서의 은별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서로가 다투어 은별을 보호하려 하지만 비밀에 쌓인 은별의 행동과 은별을 사모하는 또 다른 인물 공유의 등장, 그리고 기생 애월의 존재감이 드러나면서 펼쳐지는 숨 가쁘면서도 달달한 로맨스가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쉼 없이 흐른다.

 

천하디 천한 신분에 속한 그들이 왜 은별을 거둘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그들의 비밀스러운 존재감의 탄생이 드러나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각자가 속한 영역에서 또 다른 주인을 모셔야 하는 자로서의 고민들이 담겨 있고 거리의 아이를 거두었던 사연들이 합쳐지면서 또 다른 이야기의 전개를 펼쳐 보이기에 스릴과 로맨스,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자신의 신분 때문에 감추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꽃도령이란 이름 하에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신들이 그 시선들을 쥐고 흔들었을 때에 보이는 진짜  그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신이 나면서도 재미를 준다.

 

한국 소설에서의 한국 맛이 느껴지는 옛 말이라든가 아름다운 색채가 연상되는 말들을  요즘은 책 속에서 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어떤 이는 표준어란 자체가 말 그대로 어긋난다고, 진짜 아름다운 우리말의 사투리라든가 방언들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진정으로 우리말에 대한 아름다움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고심해 볼 때라고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 만큼 이 책 속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생김 표현이나 풍경의 묘사 같은 구절들은 따뜻한 파스텔톤 같은 느낌과 함께 우리나라 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인 것 같아 읽는 동안에 글을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인 것과 동시에 풋풋한 감성 로맨스를 같이 즐겨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유행의 흐름인 만큼 드라마화로도 나온다면, 이것 또한 색다른 재미를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