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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함께

고래와함께

고래도 함께
존 아이언멍거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1월

시원스러운 바다의 냄새를 느끼게 하는 그림, 그 안에 거대한 꼬리를 하늘로 치솟은 채 바다속에 자신의 몸 반 정도를 잠기게 한 고래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작가 존 아이언멍거의 작품이 출간됐다.

이미 유명 상을 탄 저자의 작품의 세계는 책 표지의 그의 좀 이색적인 성장 배경과도 맞물리지만 그가 그려놓은 이 책의 내용은 사뭇 가볍게 읽히면서도 진중한 물음, 여기에 위트가 가미된 곳곳의 대사를 통해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게 만든다.

 

 

 

영국 지도에서 ‘작디작은 발가락의 저기 저 맨 끝’에 있는 콘월 주의 외딴 어촌 마을-

세인트피란 이란 곳에 알몸의 젊은 남자가 바닷가에 실려 온다.

처음 발견한 마을 사람들은 당장 구조에 나서게 되고 그가 깨어나자 곧 마을의 주민처럼 받아들인다.

 

조 학, 그의 이름이다.

런던 유명 금융 시티의 금융회사에서 공매도 딜러들과 함께 일하는 컴퓨터 개발 프로그래머이자 애널리스트이다.

통계적인 확률을 근거로 공매도를 하게 되는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그의 회사생활은 극적 생존에서의 사막처럼 시시각각 목마름과 그 책임감 때문에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던 차, 그가 개발한 ‘캐시’라 이름으로 불린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고위층 회장의 눈에 들게 된다.

 

회장은 묻는다.

 

“세끼만 굶으면 우리 사회가 무정부 상태가 될 거라고 하는 얘기. 들어본 적 있나?” – p140

 

만약 캐시로 하여금 입력을 통한 자료를 통해 세계적으로 위험도에 노출될  근거를 찾을 수 있겠느냐고…

망설이는 조에게 회장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고 이후 조는 공매도가 실패함에 따라 회사로부터 도망쳐 나온다.

바다에 뛰어든 그, 죽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바다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를 구해 준 것은 다름 아닌 긴 수염고래다.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고, 뉴스도 보지 않는 곳, 천혜의 자연환경이라고도 하면 좋은 말이지만 문명과는 거리를 둔 그곳에서 조는 자신이 개발한 캐시를 통해 곧 전 세계적으로 닥칠 위기를 알게 되면서 그 자신이 행동에 옮기게 되는데…

 

외딴곳의 인구라고 해봐야 고작 307명이 사는 곳에 조가 도착함으로써 벌어지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저자는 과연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은 본성이 어떻게 변할까? 정말로 국가가 붕괴되고 식량의 해결이 안 된다면 서로의 약탈을 통해 전쟁이 벌어질까? 에 대한 하나의 실험처럼 느껴지는 과정들을 가상의 마을 세인트피란이란 장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희망’ 이란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모든 돈을 쏟아부어 교회의 꼭대기에 이르도록 음식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조의 행동을 사람들은  무시하지만 그렇더라도 도와줄 것은 도와주는 행동을 보여주고, 공동체라는 거대한 집단체가 갖게 되는 어려움을 어떻게 타인과 또 다른 마을에 사는 사람들까지 보듬어 안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은 하나의 연말 선물처럼 느껴지게 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조난당한 조를 구한 것도 고래요, 자신의 몸을 내어줌으로써 마을에 고립되어 있던 사람들에게 전기와 식량을 제공해 준 고래의 시체를 통해 고래가 뜻하는 배려와 함께  캐시가 염두에 두었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성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일말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기 문명의 이로움을 모두 뒤로 한채, 폴라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부분에선 로맨스도 느끼게 되고, 식량을 모아놓는 과정을 보면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연상되기도 하는, 그러면서도 또 다른 항해 계획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기운을 찾아 떠나려는 ‘조’란 인물을 통해 독자들은 또 다른 희망의 존재는 바로 우리들, 자신임을 깨닫게 해 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리바이어던으로 은유되는 세 가지의 존재를 통해 역경 속에서 과연 필요한 리바이어던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 그러면서도 시종 유쾌하고 멋진 유머감각을 발휘해 글을 쓴 저자의 다른 작품을 만나보고 싶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