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6년 12월 11일

홍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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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홍천기 세트 – 전2권
정은궐 지음 / 파란미디어 / 2016년 12월

기다리고 기다렸던 작품이 출간이 됐다.

출판사 홍보의 날짜로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만큼 이 저자의 기대감도 컸고 특히 전 작품이 모두 대히트를 쳤던 만큼  원작과 드라마를 다시 읽고 보아도 여전히 재미가 있다.

 

이번의 제목인 홍천기,,

처음 표지가 공개되고 나서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기에 주인공 이름인 것을 알았을 때는 기생 이름인 줄 상상도 해봤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도 나왔었던 화공이란 직업을 가진 여 주인공의 파란만장하고 가슴 설레게 하는 로맨스는 여전하다.

아니 , 오히려 천방지축의 대명사라고 불려도 될 만큼 남자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손찌검을 해가며 어울리는 모습들은 마치 선머슴을 연상시킨다.

 

조선 초, 백유 화단의 오직 하나뿐인 여 화공인 홍천기, 아명인 반디란 이름을 가진 화공이다.

화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긴 채 미쳐버리고 거리에서 그림을 그려준답시고 종일 앉아 있는 아버지, ‘붉은 하늘의 기밀(紅天機)’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 이건만 그런 아버지는 자신을 기억조차 못하는 가운데 유전은 속일 수가 없는지라 타고난 그림 실력을 갖추고 있는 천기다.

 

그러던 어느 날, 동짓날 밤,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를 자신이 구해주게 되는데, 하늘에서 이런 행운이 있을 줄이야~~

 

그의 이름은 하람, 두루두루 본다는 뜻의 이름이지만 정작 그는 진정으로 자신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지 못한다.

붉은 눈동자를 지니게 된 이후부터 가족들에게도 접근을 불허받은 자, 대과에 급제하고도 경복궁 터줏대감이란 별칭답게 오로지 궁 안에서만 지내는 그는 왜 이런 사연을 가지게 되었으며 오히려 눈을 가진 자들보다 더 하늘을 잘 보는 서운관이란 자리를 갖고 있으니….

 

그림과 엮여서 그런지 여기서는 우리들이 역사 속에서 뛰어난 그림과 글을 남긴 안평대군을 만날 수가 있다.

천기와의 같은 또래로서 왕의 아들이란 신분에 맞지 않게 장난이 많으면서도 예술에 관한 한 그 누구의 욕심도 따라갈 수 없는 집요한 광증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천기와 하람 사이에서의 미묘한 신경전도 벌이고, 이런 가운데 저자는 예술의 타고난 열정과 자신의 이런 열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진정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뇌를 함께 그려낸다.

 

전 임금이었던 태종의 어진을 둘러싼 그림을 그린 자에 대한 추적과 이 사건을 추적하는 서운관 시일 하람과 천기, 안평대군의 활약이 긴장감과 함께 재미를 함께 느끼게 해 준다.

당시 거울이 발달되지 않았던 터도 있지만 정작 자신의 얼굴은 타인에 의해서 그려질 때에만 비로소 볼 수 있었다는 그 시대의 초상화에 대한 관점, 문인들이 그린 그림과는 달리  전문적인 화공들이 그린 그림들을 천대 시 하면서 한 꺼풀 덮인 채 예술을 운운하는 사대부들의 알량한 지식을 꼬집기도 한다.

 

자신의 몸 안에 들어있는 마(魔)와 자신의 눈을 빌려간 자는 누구인지, 왜 그 자신에게만 다가와서 오랜 세월 동안 힘든 세상을 겪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하람의 의문이 섞인 모든 진행 과정은 솔직하다 못해 과감하기까지 한 홍천기의 사랑 법과 함께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사랑을 느껴가는 하람이란 남자에 푹 빠져버릴 수밖에 만든다.

 

성균관 유생의… 잘금 4인방이 있다면 여기엔 기해년에 태어난 화공 3인방이 있었으니 천기와 함께 하는 동료들의 치고받고 당하는 우정과 스스로의 재능에 의심을 품으며 뛰어난 스승 앞에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진정한 예술인의 자세도 들어 있어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두 주인공의 사랑도 예쁘지만 이러한 주변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경복궁의 지신 호령, 마, 화마가 등장하고 천문의 지리를 이용해서 이 모든 이야기의 정점을 이뤄나가는 저자의 실력은 여전하단 느낌과 함께 겉으로 보기엔 철도 없고 아무런 생각조차도 없을 것 같았던 홍천기의 내면은 그러하지 않았단 사실, 동짓날 세화(歲畵)를 찾으러 오는 의문의 흑객 때문에 자신의 아비와 마찬가지로 자신 또한 미쳐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는 대목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영원히 잊지 않으려는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느껴가는 한 여릿한 아가씨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천기말

소설이라서 그런가?

현실적으로 당시의 풍습상으론 신분의 차이 때문에 이뤄지기 힘든 두 사람의 결실도 그렇고 판타지성의 귀신들이 등장하는 장면도 그렇고,,

 

저자가 그동안 그려온 여 주인공들의 활약을 생각해보건대, 아마도 저자는 여성이 아닌지,,

또 이런 생각도 해보게 만든 책이다.

 

다양한 그림의 세계를 넘나드는 화풍의 세계와 그림 하나를 얻기 위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예술작품의 안목을 제대로 갖추고 볼 줄 알았던 안평대군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화공들의 자질이 그나마 인정받지 않았을까도 생각해 보게 되는 정은궐 표의 로맨스는 바로 이런 맛에 읽는 것이다!라는 것을 다시 느껴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