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잠든 숲

여우

[세트] 여우가 잠든 숲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추리 스릴러에도 찰떡궁합의 조건에 부합하는 동료들의 화합은 멋지게 그려진다.

특히 남성과 여성과의 끈끈한 동료애를 넘어 가족애를 느끼게 할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 있다 보면,  옆의 동료의 눈빛, 말투, 인상에 하나하나에도 어떤 상태인지를 가능할 정도라면, 특히 책에서의 이들의 조합을 독자들로 하여금 수긍할 수 있게끔 시리즈로써 엮어 나온다면 그 작가의 능력은 이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접한 타우누스 시리즈 신간을 접했다.

특히 보덴슈타인, 피아 콤비가 이루는 사건들 하나하나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이들의 활약은 여전히 멋있게 다가온다.

 

 

보덴슈타인의 고향이자 조상 때부터 정착해 살아오는 지역인 타우누스의 인근 숲 속 캠핑장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현장에서는 어떤 남자의 불탄 시체가 발견이 되었고 이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던 중에 캠핑카의 주인이었던, 지금은 말기 암 환자로서 요양원에 있던 할머니마저 살인된 채 발견이 된다.

 

처음엔 단순한 화재 방화사건으로 치부했던 경찰들은 이 둘의 죽음이 모자 관계란 점과 어두운 밤에 살인자의 모습을 목격한 목격자마저 자취를 감추고 또다시 세 번째 마을 신부가 살해되면서 마을은 뒤숭숭해진다.

 

보덴슈타인 백작이란 지위를 갖고 있었던 자신의 조상과 부모들 때부터 작은 마을 사람들과의 연대 관계는 오래전 보덴슈타인의 어릴 적 친구였던 이민 온 러시아인 친구의 죽음과 자신이 키우던 여우 막시의 행방불명 사건과 함께 연관되어 사건은 방화에서 살인사건이란 방향으로 전환점을 돌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 일어난 사건인 신안의 한 섬에서 벌어졌던 일이 생각났다.

옆 집의 수저와 숟가락이 몇 개인지를 알 정도로 서로 사돈과 친인척 관계로 맺어진 마을이란 한정된 작은 공간이 주는 폐쇄성,  분명 누군가는 진실을 알고는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말하지 않고 묻어두기에 급급했던 당시의 현황들은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내 일이 아닌 이상 서둘러 밝히려 하지 않고 지나가길, 특히 같은 독일인이 아니란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했던 소년의 행방불명 사건은 그저 내 일이 아니기에, 묻으려 만 했던 사람들의 이기적인 본성들을 이번 사건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내 보인다.

 

트라우마처럼 새겨진 보덴슈타인처럼 형사란 직업을 가진 사람조차도 쉽게 뇌리에서 떠날 수 없었던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어린 11~12살 사이에 해당됐던 그 시절, 질투와 시기심,  당시 상황이 맞물린 어긋난 화풀이 대상의 결과로 말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사건을 조장했던 어른들의 행동과 묵언의 침묵처럼 치부되던 42년 전의 사건이 오늘의 살인 사건과 결부되어 벌어지는 과정들은 역시나 힘 있고 권력 있던 당시의 직위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의 행동과 처신들을 물 보듯 훤히 들여다보는 부끄러움을 만들게 하며, 어린이 세계에서만이 아닌 어른들 세계에서도 벌어졌던 질투와  함께 어우러진 정황들의 해결 실마리들은 후련함보다는 아픈 마음이 먼저 들게 한다.

 

여기엔 사건의 현장에 참여했던 보덴슈타인의 어린 시절과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려 했지만 결국엔 어쩔 수 없는 엣 시절의 친구들과의 마주침 속에 자신의 냉철한 식견마저 무너져 내리는 허점을 보인다는 설정, 42년 전의 사건으로 인해 애꿎은 한 사람을 마녀사냥 몰아 제정신이 아닌 삶으로 살아갈 수밖에 만든 마을 사람들 모두의 비 인정하고 비 양심적인 행동들의 낯 빛들이 낱낱이 밝혀지는 과정들이 역시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콤비는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란 말이 있지만 서로의 가장 끔찍이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해서 벌인 모종의 비밀스러웠던 그 행동의 여파는 마을 사람들의 가슴속에 지니고는 있지만 권위적인 보이지 않는 압력 앞에서 입을 다물로 살 수밖에 없었던 폐쇄적인 공간의 답답함, 죄수 딜레마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는 과정들은 한 편의 여러 인간 군상들을 모두 집합해 제대로 보여주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정신적인 피로와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안식년을 원한 보덴슈타인이 과연 피아에게 자신의 후계 자리를 물려주면서 다음 편에 다시 재 충천하는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지, 이번 책에서는 타 책들보다는 훨씬 개인적인 일들을 그려보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처럼 시간과 공간 모두가 보덴슈타인을 중심으로  그려졌다는 점을 특징으로 뽑을 수 있다.

 

사랑했지만 이별하고 자신이 떠났거나 자신을 떠났던 과거의 모든 여인들과의 관계, 특히 42년 전 사건에서의 동창이자 사돈인 잉카와의 관계는 인간사의 여러 가지 다양한 만남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닌가도 싶었다.

 

기존의 책이 모두 한 권으로 나왔다면 이번 책은 두 권으로 나뉘어 출간이 됐다.

그만큼 사건의 관련된 자들이 모두 마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이 많고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를 짐작할 수 없게끔 만든 저자의 상황 설정들이 숲이 울창한 타우누스 지역의 루퍼츠하인이란 지역을 배경으로 펼쳐 그린만큼 역시 이번 작품 또한 제대로 추리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 그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권 뒤 말미에 저자의 글쓰기의 행동과 철학, 그리고 기존에 나온 책 시리즈 이야기들을 다시 접해보는 재미도 있고 시리즈별로 소장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우가 잠든 숲”에 대한 3개의 생각

  1. 데레사

    제목으로 봐서는 동화책인가 했어요. ㅎ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인데 한번 읽어 보고
    싶어요.
    우리동네 도서관은 신간은 많이 없어서 유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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