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길이아니면표지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 불일암 사계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최순희 사진 / 책읽는섬 / 2017년 5월

무소유의 실천자이신 법정 스님이 열반하셨다는 실감이 아직도 채 가시지 않는 상태에서 이 책을 접하고 보니 새삼 다시 마음의 다스림을 깨달아 가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물욕이나 기타 눈에 보이지 않는 형상에 대한 소유욕을 저버리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지만 불일 암이란 암자에서 평소의 소신대로 실천하다 열반하신 스님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과 그동안 출간하셨던 책의 구절들을 이어서 같이 보는 느낌이 사뭇 또 다른 여운을 남긴다.

 

길1

 

이 책은  최순희 님의 사진집 <불일암 사계> 속 사진들과 함께 스님의 글들이 같이 곁들여져 있는 책이다.

첫 장을 펼치게 되면 최순희 님의 인생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이어지고 책 중간과 종반부에 조금씩 할머니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되는 정지아 님의 글이 수록되어 있어 더욱 이 책에 대한 뜻깊은 것을 알아가게 한다.

 

길2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고 그 안에서 탐욕과 무소유의 실천을 통한 구도자의 자세를 엿보게 되는 글들은 여전히 담백하고 절제가 된 문장들로 가득 차 있고 이를 뒷바침 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최순희 할머니가 불일암에 드나들면서 찍은 사계의 모습들이 더한 감동을 전해준다.

 

길3

 

1979년 한 여인이 스님이 계신 곳에 말없이 나타났다 안팎의 청소를 해주고 말없이 사라지는 행태를 보이기를 여러 해, 스님은 거부하지도 받자 하지도 않으셨다는데, 이미 최순희 할머니의 기구한 사연을 알고 계셨기에, 그녀의 혼란스럽던 마음의 구도자로서 지탱해주고 계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만 하게 할 뿐 정확한 두 분의 오고 간 편지들은 무소유의 실천답게 모두 불에 태워버렸다고 한다.

 

 

할머니는 남에서 김영랑의 남동생과 결혼 후 사회주의자인 남편을 따라 월북을 하게 되고 이후 전쟁을 통해 빨치산에 있다 동료 몇 명과 함께 아들은 이북에 남겨두고 붙잡혀 평생을 괴로운 심정으로 살다가신 분이었다고 한다.

 

 

 

이런 자신의 기구한 운명 자체에 대한 갈구하는 심정을 스님을 통해 다스리게 됐고 행여 스님의 구도 생활에  방해가 될까 싶어 자연의 사진만 찍었다고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소중한 불일암의 사계를 흙, 바람, 햇빛, 눈이란 제목을 달아 그때그때의 변화된 자연의 모습과 스님의 평소 모습을 물건과 자연의 조화를 통해 들여다보는 귀중한 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길4

복잡하고 인간관계 속에서 심히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 가끔 이런 산사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근본적인 자신의 마음속을 헤집는 원인을 다스리고 다른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들을 되새겨보게 되는 책이란 생각도 들기에 잠시나마 정적인 고요함 속에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아도 좋을 듯한 책이 아닌가 싶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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