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에타와오토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엠마 후퍼 지음, 노진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노년의  83세인 에타-

그녀는 전직 교사로서 남편인 오토를 남겨두고 바다를 보기 위해 무작정 집과 농장을 떠나 동쪽으로 도보 여행을 시작한다.

남편인 오토는 자신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아내가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홀로 집에 남아 그녀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이런 그녀의 인생에서 남편 외에 또 다른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러셀이다.

전쟁이 벌어지자 동네 남자들은 모두 전쟁으로 떠났으나 그 자신은 신체의 불구로 인해 홀로 남은 남자가 되어 버렸고 이후 친구인 오토와 에타 곁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우정과 연모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에타가 돌연 떠났다고 하자 그녀의 뒤를 따라 찾아 나선다.

 

책의 제목인 네 개의 명칭은 위의 세 사람 외에 제임스 라 부르는 코요테다.

이 코요테는 에타의 눈에만 보일뿐 실제로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없이 오로지 에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여행 중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동물이자 동지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점차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치매’란 병을 앓고 있는 에타에게 남겨진 기억이란 어떤 의미일까?

 

혹자는 즐거웠던 것들만 기억하려 애쓰려 하고 혹자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봄으로써 희로애락의 모든 것들을 감싸 안으려 하기도 하지만 에타의 경우엔 아마도 젊었던 시절 오토가 전쟁에 나가고 그 전쟁 중에 에타에게 보낸 전쟁의 참상과 동료의 죽음을 비롯한 상흔의 상처를 기억하며 그 길을 더듬어봄으로써 자신의 한 시절을 기억해 내려는 것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보게 한다.

 

여행을 하면서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시점의 반복을 통해 마주치는 각개의 기억들, 이 속에는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편지를 주고받음으로써 로맨스를 키웠던 오토와의 사랑이야기, 뜻하지 않게 이 여행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는 와중에 느끼는 또 하나의 여정은 저자가 그리는 노년의 삶의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닌다.

 

인간은 기억이란 것에 대해 자신이 기억한 것만이 가장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또한 그러한 점을 보여 주는데, 한 사건을 두고 각기 세 사람이 기억하는 것들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 그런 가운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버린 인생에 대해 저자의  표현은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인생의 노년에 접어들게 되면 지나온 모든 것들을 반추해 볼 때 과거보다는 앞으로 남은 인생에 대한 생각과 정리를 하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에타가 평생토록 보지 못했던 바다를 찾아 나선 행동을 그리는 이 책은 지나온 과거를 통해서 기억해야 하는 것들은 기억의 여지로 남겨둘 것, 상실해야만 하는 부분들은 과감히 그것을 인정하고 감싸 안으며 떠나야만 하는 순례라는 형식을 통해 노년의 인생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이란 직업이 무색하게 전문적인 소설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책인 만큼 가슴 뭉클함이 전해져 오는 책이다.

                                                                                                                          
                                                                                

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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