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여자총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콥 자매 시리즈 1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현대에 들어서 여성들의 진취적인 활동과 역량이 크게 부각되고 그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을 깨기는 쉽지가 않은 것 또한 지금의 현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출중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타인의 눈에 인식된 여자란 종족이 가진 한계성과 대대로 내려온 여성의 역할과 남성의 역할이 뚜렷이 구분된 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인식을 깨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말도 포함되고 있다는 것에서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내용들은 시원스러움을 드러낸다.

 

기계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삶이 나날이 풍요로워지는 20세기 초의 여성들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기존의 여성은 일정한 나이가 차면 가정 내에서 안주해야 하고 충실한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 남편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하고 그 나름대로의 역할에 맡은 바 본보기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마치 한 인간이 태어나 숙명처럼 짊어지는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돌아간다면 그럭저럭 살아가겠지만 여기 콥 자매들만큼은 확실히 시대를 거스른 당찬 여인들이다.

 

당시 시대적인  배경에  24살이 넘어가면 노처녀란 취급을 받던 시절, 35살이 되도록 결혼에 대한 생각은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은 180이 넘는 신장을 갖고 있는 첫째 콘스턴스 콥, 그 밑에 비둘기와 닭, 말들을 좋아하는 노마, 터울이 큰 16살이 되는 플러렛, 이렇게 세 자매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결혼한 오빠 밑에서 사는 것을 박차고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그녀들이 타고 있던 마차를 지역 유지이자 그 지역의 사업권을 쥐고 있는 영향력 있는 신사 코프먼이 술에 취한 채 자동차를 몰던 중 충돌로 번진 것이 계기가 된다.

 

온몸의 타박상과 막내의 발 부상에도 끄덕 않는 그, 오히려 여자들이 이런 복잡한 거리에서 마차를 몰았다고 비난한다.

그녀들은 집에서 당한 응분의 마차 수리 비용을 코프만 앞으로 청구서를 보내게 되고 이후 이 사건은 그녀들이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불안과 공포에 젖게 만든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없는 그녀들, 유일한 응원자이자 그녀들의 집 주위 순찰을 도와주고 있는 보안관 로버트 히스의 도움으로 리볼버를 손에 쥐게 되면서 그녀들은 본격적으로 대응하게 되는데….

 

사실 현대적인 해석으로 페미니즘이니, 여성 해방 주의란 말들도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의 시대는 1914년도이다.

당시의 분위기상 당연히 주부란 인식이 강하게 와 닿는 시점에 이른 콘스턴스란 인물은 오빠의 종용과 분위기에 내몰려 원치 않는 결혼이나 오빠 밑에서 의탁하면서 자신의 삶을 보장받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었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고 해서 자신 또한 인생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뿌리친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숨겨져 있는 아픈 과거와 함께 제일 큰 언니로서 불시에 닥치는 코프만의 비양심적인 행동과 편지 공세, 이어지는 코프만이 저지른  자신의 자식을 버린 행동들까지 추적하는 콘스턴스의 행동들은 오지랖이 넓은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었겠으나 자신의 개인적인 아픔을 마주 보는 듯한 일들을 뿌리칠 수 없었던 강인함과 여성만이 가진 모성애를 보인 여성으로 비친다.

 

남성주의 사회에서, 보다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그녀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취업이란 것에 도전하는 자세, 동생들을 지키려는 마음은 시대를 뛰어넘은 혈육과 엄마로서의 모든 감정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 “동생들에게는 나밖에, 내게는 동생들밖에 없습니다” 이윽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동생들은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총을 들어야 한다면 그건 내가 될 거예요.”-p 310

 

리볼버를 곁에 두고 지킬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으로 인식되는 남성들이 여성들을 생각하는 비하적인 발언과 여성들만 사는 집이라 해서 불안에 떨게 하는 행위들은 그때나 현재나 여전히 힘없고 나약한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꼬집는다.

 

책 속에서 그리는 풍경들은 마치 초원의 집을 연상시키면서도 한창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모습들이 점차 편리 위주로 흘러가는 모습, 대화 속에 흐르는 캐릭터들의 독창적인 출현은 이후의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대들이 그렇다면 할 수 없는 법,  그래서 여기, 자매들은 총을 집을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른 법정 진술을 통해 코프먼을 법의 심판대로 받게 하는 용감성까지, 저자는 실제 최초의 여성 보안관이었던 콘스턴스란 실존 인물을 조사하면서 나름대로 당시의 구성과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통쾌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법정 진술에서 코프만은 말한다.

 

– “저 여자는 보통 여자가 아닙니다.” -p 481

 

하긴 그렇지, 누가 남자의 어깨를 잡고 벽 쪽으로 몰아 머리를 벽에 콩! 하고 박게 한다고 믿을 것인가!

이 구절을 읽으면서 웃음이 났지만 아마도 당시의 법정 안에 그 누구도 감히 콘스턴스의 막강한 위력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 진실은 코프만과 콘스턴스만이 알고 있을 뿐~~

 

앞으로 계속 나올 시리즈물로 출간이 된다고 하는 만큼 멋지고 힘센 남성 보안관만이 세상의 그릇된 잘못을 잡아나가는 것이 아닌 여성의 섬세함과 강인함을 무기로 내세운  새로운 여성의 캐릭터로서 콥 자매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히스 보안관이 유부남이란 사실이 조금, 조금….

나름대로 콘스턴스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이후 시리즈에서는 사랑도 다룰 수 있었음 좋겠단 생각이 살짝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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