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11월 1일

성모

성모성모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자는 누구일까?
물리적인 힘으로야 당연코 여성보다는 남성이요, 타의의 힘을 빌려 이용한다고 해도 이러한 모든 것들을 물리칠 수 있는 것들은 여성에게는 불리하다.
하지만 세상에서 이러한 모든 일들이 기적처럼 이루어지는 경우를 볼 때가 있는 것을 보면 어머니의 힘은 그 상상력을 초월한다.

 

책 제목이 주는 ‘성모’-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탓인지, 책 표지도 피에타 상을 연상시킨다.
책 속으로 들어가면 엄마란 존재에 대해서 생각을 달리하게 바라보는 그 이상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자, 뒤편 20여 페이지에서 몰아치는 반전은 독자가 무엇을 놓치고 읽었는지에 대해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여성이 결혼이란 것을 하고 한 가족을 꾸리게 되면 또 하나의 생명을 잉태한다.
다른 사람들이야 누구나 겪는 당연한 순리처럼 여겨지지만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는 호나미에게는 정말 어렵게 얻은 아이가 있다.
어릴 적 자신의 병으로 인해 쉽게 임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신체적인 조건, 그러한 불리함을 딛고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겨우 하나의 생명을 자식으로 맞은 그녀의 입장에선 딸 가오루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다.
그녀가 사는 도쿄 외곽의 아이이데 시에서 4살의 남자아이가 시신으로 발견이 되고 그 시신은 참혹한 신체 훼손과 죽은 후 강간까지 겪은 결과의 모습으로 발견이 된다.
이어 연이어 계속 아이가 참혹한 시체로 발견이 되는 가운데, 남의 일처럼 여겨질 수 없는 호사미는 딸아이만은 꼭 지키겠다고 결심하는 가운데,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마코토가 있다.
고등학생으로 검도부에서 활동하며 아르바이트로 동네 마트에서 일하는 학생이자 봉사 활동의 일환으로 유치부 아이부터 그 위 대상의 아이들에게 검도를 가르쳐 준다.
책은 처음부터 범인의 존재를 알리며 그 범인의 심리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연, 호나미가 행한 범인을 처단하고자 했던 그 사연들이 겹겹이 층이 쌓이면서 독자들에게 과연 범인이 가오루에게까지 손을 뻗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다.

 

저자의 글은 독자들에게 한 순간의 방심이 어떻게 글로써 현혹이 되게 만들고 그러한 과정을 전혀 느낄 수도 없이 호나미가 어렵게 얻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그 모성에 대한 감정을 동시에 갖게 만든다.

 
자식을 둔 부모로서 자신의 아이 또래의 살인이 벌어지고 결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그 기막힌 사연들이 물 흘러가듯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 몰아치는 반전은 경찰의 뛰어난 수사마저도 무마시키는 결과로 낳았다는데서 어머니의 힘은 그 어떤 것보다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하고서라도 지킨다는 강한 모성, 바로 ‘성모’란 제목에 딱 부합된다는 생각에 한 표를 던지게 한다.

 

 

 

 

강한 설정 속에서  결코 책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현실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다는 사실이 더욱 책을 읽으면서 몰입감을 더하게 만든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놓친 부분들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문맥상의 결점을 찾아보자 했지만 저자의 독자들을 속이는 트릭의 글들은 탁월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엄마의 힘은 자신의 미약한 힘마저도 터미네이터 이상의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임을, 더군다나 결코 자신의 주위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를 느꼈을 때의 긴박함 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만든 그 상황 설정들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데서 책은 그야말로 성모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쉽게 손을 놓을 수 없게 한 책이다.

 

                                                 
                                            

거울의 책

거울의 책거울의 책 민음사 외국문학 M
E. O. 키로비치 지음, 이윤진 옮김 / 민음사 / 2017년 9월

가끔 내가 기억하는 것과 타인이 기억하는 것의 차이를 느낄 때가 있는가?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안에서 분명 같이 있었던 그 당시에 보고 느꼈던 그 사실들이 시간이 흐른 후 말했을 때 전혀 다른 상황으로 말하는 타인을 본다면 내 기억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의 기억이 잘못 각인된 것인지, 도대체 문제는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를 혼동하게 될 때의 기억은 영원한 수 있는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비교해 보게 되는데 저자도 마침 책 챕터 속에 한 문장을 시작 부분에 넣은 것으로 봐서 이 소재는 다양한 변주에 속하는 것임엔 분명 하단 생각이 든다.

 

 

출판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피터 카츠는 하나의 제안서를 받는다.

자신의 이름이 리처드 플린이라고 밝힌 그는 프린스턴 영문과 대학생 때 겪었던 그 시절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당시에는 못 느꼈던 진실을 알게 됐다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보낸다.

 

 

제안서에 적힌 내용, 즉  리처드가 겪었던 그 일, 자신이 살던 셰어 하우스에 잠시 머물던 로라 베인스란 여학생과의 만남과 사랑을 느끼는 과정, 그녀가 전공하는 심리학과의 교수이자 법정 고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멘토인 교수 와이더를 소개받으면서 교수의 책 정리를 도와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기까지의 일들을 보이고  1987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와이더 교수가 살해당하면서 자신이 용의자로 몰리게 되는 과정을 읽은 피터는 출판에 충분한 조건임을 알게 된다.

 

제안서를 토대로 그와 만나길 희망했으나 간발의 차로 고인이 된 후였고 그와 동거하던 여인으로부터 나머지 원고는 찾을 수가 없었단 말을 듣는다.

 

책은 리처드가 당한 일 이후 30년이 흐른 후에 제안서를 토대로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를 피터와 피터의 제안을 받고 조사를 하게 된 기자 출신으로 일하는 존 켈러의 조사, 그 이후  이 사건에 대해 미제의 사건으로 남겨진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있던 당시 사건을 맡았던 퇴직 형사 로이 프리먼에 의해 차례대로 기억을 복원해 나가면서 당시 상황을 그려보는 순서를 그린다.

 

리처드가 생각했던 당시의 사건 현장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리처드의 기억 속에는 로라와 와이더 교수 사이의 모종의 연인 관계를 의심하는 과정과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인 로라에 대한 감정을 솔직히 그려냈지만 정작 로라의 입에선 오히려 스토킹 하는 사람처럼 비친다는 사실, 로라에 대한 타인의 이야기는 실제 리처드가 생각했던 부분들이 일부분 틀렸으며, 비밀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던 와이더 교수의 논문이 출간되지 못한 사정엔 그 안에 감춰진 어떤 비밀들이 있었을까?

 

법정 고무인으로서 용의자 신분이었던 데릭을 사회에 나오게 하면서 보살펴주는 저간의 사정 속에는 무엇이 진실된 것이었는지를 독자들은 세 사람의 추적 과정과 면담 과정을 통해 ‘기억’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묻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분명 로라가 범인일 것이란 심증은 있지만 그녀의 당시의 기억 속에 그려진 상황들은 너무나 당연한 처사였고 변명의 여지없는 진실된 사실만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데릭이 말한 당시의 상황과 이미 자신이 죽였다고 밝힌 또 하나의 사람을 면담하면서 밝혀지는 진실의 과정들 속에는 자신에게 어떤 것이 유리한 상황인지를 알아가면서 행동하는  인간의 기억력이란 실체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사실인 상황을 자신의 유리한 상황에 맞게 그려지는 기억이라면, 그 기억으로 오랫동안 뇌 속에 저장된 상태라면 과연 리처드, 로라, 와이더, 데릭은 모두 그들 나름대로의 편의에 의한 기억으로 저장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렇기에 결국 사건의 진범은 밝혀지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기억 안에서는 진정한 사실들이 일부분은  거짓으로 포장되었고 그러한 기억들이 사실처럼 여기며 살아간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이 보고자 하고 느끼고자 하는 그 의지의 기억은 자신의 갇힌 방 안인 거울이란 미로 속을 헤매고 있었단 사실들을 깨닫게 해 준다.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는 사실조차도 모호해지게 만드는 설득력 있는 변명들은 당시의 사건에 관여했던 각자의 위치와 환경 때문에 집중을 못했던 것들도 함께 엮이고 시간이 장시간 흘렀다는 점을 토대로 우리들이 기억하고 있는 그 사실들조차 정말 진실된 기억인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 부분들의 대화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게 한 책이다.

 

인간의 기저의 깔린 심리학의 세계와 그 심리를 토대로 기억의 장치를 어떻게 인간들은 설득당하고 기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스릴과 추리, 미스터리를 혼합한 이야기로 참신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도 만든다면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도 해 보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