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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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비티 지음, 이나경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2016년도 맨부커상 수상작이자 미국 작가로서는 처음 수상한 작품이란 것이라는, 제목부터가 의미하는 바가 큰 작품을 읽었다.

책 표지의 색상 자체가 보색 관계로 표현된 것처럼 이야기의 흐름은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이자 세계 각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정책과 각종 정치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허구의 가상 마을인 캘리포니아 주 디킨스에서 농장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주인공인 나. 즉 Me는 미국 대법원 법정에 서는 장면으로 시작이 된다.

 

그의 죄목은 다름 아닌 21세기에 인종분리 정책과 노예 제도를 지지한다는 것-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옛날의 시행제도로 돌아가자는 의미는 무엇인지, 저자가 자신의 피부색인 흑인이란 점을 두고서 자신이 살아오고 느낀 미국의 문제들을 때론 풍자식으로, 때론 배꼽 잡게 웃음 짓게 만드는 블랙유머의 통쾌한 역설이 독자들의 마음을 휘감는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의 터전인 마을이 없어진다면, 그래서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애를 쓰는 미가 생각한 방법은 차라리 옛날로 돌아가는 흑인 노예의 시절을 시행해보고자 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타고난 피부색과 이를 이겨내고 위대한 사람이 되라는 뜻의 영감을 불어넣어줬지만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버지, 그리고 과거에 삶을 잊지 않고 사는 호미나와의 관계를 통해 현재의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직시한다.

 

책의 전개 과정은 정말 탄탄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만 미국 내의 흑인의 역사와 미국의 역사를 좀 더 잘 알고 읽는다면 책 속에 묘사된 부분 부분들과 패러디 부분들을 이해하는 데에 빠르고 재미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받게 했지만 그럼에도 만장일치의 심사위원회로부터의 지지를 받았다는 데서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지 않았나 싶다.

 

특히 자신이 직접 재배한 마리화나를 대법정에서 피워대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말과 정책적으로도 인종 용광로란 한계를 품고 있는 미국이기에 그 나름대로의 다방면으로 제도적인 장치를 취하고는 있다지만 영원한 숙제처럼 간직하고 있는 인종 차별적인 문제와 사회에 걸친 전반적인 문제점들은 앞으로도 미국이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이자 운명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짧게 끊어지는 문체가 아닌 긴 만연체처럼 여겨지는 문장들, 그 안에서 무방비 상태로 빵빵 터지는 블랙유머를 통해 오늘날의 미국을 바라보게 한 작품, 앞으로도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배반”에 대한 2개의 생각

  1. 데레사

    미국 법정이라고 마리화나를 피워도 괜찮을까요?
    소설도 실제속에 존재하는 현실을 담았을텐데 그게 궁금해 지네요.

    워낙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보니 민족간의 거리도 있지만 주로 흑백의
    갈등이 많이 불거지는 나라가 미국이죠. 저도 잠깐 살았을때 공원에 가면 백인 할머니들이
    절대로 먼저 말을 걸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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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정원 글쓴이

      아마도 이런 차별적인 의식을 느낀 흑인 저자가 그들의 불편함과 온당하지 못한 정책의 비판으로 쏟아넣은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사평에서도 불편한 진실이라도 그것을 문학적으로 승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네요.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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