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7년 11월월

오픈 시즌

오픈시즌오픈 시즌 조 피킷 시리즈
C. J. 박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0월

말로만 듣던 조 피킷 시리즈의 첫 시리즈를 만난 소감?

정말 기다렸던 만큼 재미를 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흔히 생각하는 고정화된 열혈 주인공이 아닌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인물이기에 더욱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매력이 담긴 책이라 첫 장에서부터 몰려오는 긴장된 조성을 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됨됨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조 피킷의 직업은 수렵 감시관이다.

미국의 광활한 대지가 연상되듯이 각 주에 있는 이러한 직업을 가진 인물의 활동은 일탈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와 딱지를 발부하는 일이 주된 일이지만 희귀종의 발견과 보고 또한 중요한 일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 그가 밀렵행위를 한 오티에게 스티커 발부를 하다 그에게 총을 한순간 빼앗긴 일이 발생하고 그 일은 작은 마을답게 여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아내와 딸 둘, 그리고 또 다른 생명을 기다리고 있는 가장인 그에게 어느 날 오티가 자신의 집에서 죽게 되는 사건이 발생되고 오티가 갖고 있던 상자 안에 의문의 분비물을 통해 사건은 전혀 예기치 않게 벌어진다.

 

누구나 멸종위기의 동식물을 보호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수렵 감시관이란 직업을 가진 조에게 있어서는 투철한 직업정신과 평범한 남편이자 아버지상으로 비치는 만큼 그가 겪게 되는 일말의 후 폭풍은 인간의 성취와 욕망,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에 대한 신고를 통해 잃게 되는 것과 얻게 되는 것이 과연 작은 마을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를, 양심과 유혹의 양갈래 사이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죽었고, 자신마저 위기에 처한 조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총기를 능숙하게 다루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강한 이미지를 지닌 것도 아닌 주인공이 어떻게 사실에 근접해가고 진실을 알게 되면서 변해가는지를 책은 미국 중서부, 광활하고 적막한 와이오밍 주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그 안에 감춰진 자연의 비밀과 생태계를 같이 보이면서 전혀 다른 주인공의 탄생을 알린다.

 

 

특정 동물에 한해 공식적으로 사냥을 허가하는 기간이란 뜻의 오픈 시즌을 시작으로 이제 본격적인 조 피킷 시리즈의 출현을 알린 만큼 차후 다음 시리즈에서는 조가 어떤 활동을 벌이게 될지 빨리 만나보고 싶다.

 

 

블랙 코미디

유병재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처음 유병재란 이름을 들었을 때의 그 사람인가를 의심하게 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에 대한 이름을 처음 들어 본 것이 케이블 방송에서 하는 <SNL 코리아>란 것에 출현을 한 사람이었고 작가이자 배우라고 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인 그의 활동을 본 것이 무한도전에서 키 170cm 만 클럽에 해당되는 사람들 모임이란 도전에 응한 모습을 본 것이었는데,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코미디, 희극배우들을 통해서 일말의 웃음을 지었다면 그것은 그들의 비상한 두뇌의 활동이란 생각이 든다.

순간적인 상황을 잘 캐치해서 그들의 언어유희로 대중들의 마음을 풀어놓는다는 사실이 보통의 실력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 직업을 가진 분들에 대한 생각은 달리 바라보게 만든다.

 

흔한 말로 하는 코미디라 하면 크게 웃고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되는 만큼 색깔로 따지면 흰색을 연상시키지만  이 책의 제목인 블랙은 그런 연장선에 더해 더 깊은 의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서 일어나는 기가 막힌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나다 보니 저자가 말하는 픽 하고 웃어 넘기기에는 어딘가 울분과 분노, 서글픔까지 동반된 일련의 사건들을 이 한편의 짧지만  허투루 넘기기엔 무거움이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러한 점들을 대중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일들, 그 안에서도 썩소의 웃음마저 지을 수 있다는 글의 힘이 잠시나마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느낌을 받게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활동들을 하는 연예인들이 많이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뚜렷하게 활동을 하는 분들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 만큼 이러한 분야에 대한 넓은 시야도 필요한 것 같고 이 책의 구성인 총 4장 안에 담겨있는  블랙코미디를 시작으로 요즘 인증의 대세인 인스타 인증샷 페이지까지 고루 곁들인 점들이 더욱 대중과의 소통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그가 방송에 몸담고 책을 펴내기까지, 농담 집이라고 출간은 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언어와 그의 생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점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소신이 같이 드러나면서 보이는 글들이라 앞으로도 그의 이런 작품 활동이 기대된다.

 

 

마쉬왕의 딸

마쉬왕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극적인 설정의 몰입도는 때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흠뻑 빠져서 마치 내가 그 일을 당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때가 있다.

드라마, 영화, 연극, 그 외의 모든 것들, 특히 책 속에서의 강한 이미지의 주인공을 만날 때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의 사뭇 다른 소재 때문에 심리 스릴러의 또 다른 새로운 면을 감상했다면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 있는 책-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고 그 사람으로부터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법을 배운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면,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들의 손을 빌리는 것이 아닌 내가 그 사람의 모든 습성과 행동을 알기에 그 사람 또한 나를 원한다면?

 

미국 미시간주 어퍼반도-

그곳에서 나고 자란 헬레나는 두 딸과 남편, 그리고 젤리와 잼을 야생에서 채취해 제품을 만들고 파는 생활을 하는 주부다.

어느 날  제품을 판매하고 오던 길에 차에서 들려온 탈옥수의 소식은 그녀를 과거로 데려간다.

이송 중 교도관 두 명을 죽이고 탈옥한 죄수, 유괴범이자 살인자인 그는 다름 아닌 그녀 스스로가 감옥에 넣은   그녀의 아버지다.

 

왜 그녀는 이렇게 해야만 했을까?

원죄라고 말하기는 너무나도 그녀의 가혹한 인생 자체도 그렇고 그녀의 어머니 삶 또한 평탄치 않았던 일들이 그녀가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그린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부모의 존재,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지닌 자, 특히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경험을 토대로 그녀에게 인디언의 피가 흐르는 유전자를 각인시키기 위해 모든 지혜를 쏟아부었던 아버지란 존재, 하지만 어린 소녀였던 엄마를 납치하고 자신의 생을 태어나게 한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 그 사람의 존재-

 

책은 심리 스릴러의 느낌을 충분히 느끼는 매 차트마다 헬레나가 느끼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존경, 감사, 가혹한 힘에 의한 무기력과 공포를 당했던 고통까지를 그린다.

 

남편에게조차 자신의 과거를 묻어두어야만  했던 사실들이 온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늪을 지배했던 자란 의미의 ‘마쉬 왕’이란 존재는 그녀에게 행동을 통해 말을 걸어오고 끝내는 그녀의 딸들까지를 원하는 사람, 그녀의 아버지다.

 

책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동화인 [마쉬왕의 딸]이란 내용을 들려주며 주인공 헬레나와 동화 속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매치시키는 방식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신의 피 속에 흐르는 야만적인 유전자를 지우며 살아가고자 했던,  세상 물정에 대한 아무런 것도 몰랐던 한 연약한 여인이 자신의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란 존재를 지워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과 대치 상황은 끈끈한 핏줄이란 것 앞에 머뭇거리면서 과거의 기억을 통해 다시 한번 부성애에 대해 생각해보는 아픔을 간직한 여인상을 동반한다.

 

아버지가 그럴 수밖에 없었을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보통의 인간 존재라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던 아버지이기에 용서를 해야만 하면서도 끝내는 결정을 봐야만 하는 끈끈한 과정들이 밀림의 형태를 간직한 숲의 각기 다른 계절의 모습과 그 천혜의 자연 적응을 통해 아버지의 생각을 읽고 행동에 나서는 헬레나의 반전이 숨 막히게 만든다.

 

동물을 사냥하는 것이 아닌 아버지를 사냥해야만 한다는 책 띠지의  문구처럼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진 보기 드문 새로운 형태의 여성의 존재를 부각한 책이다.

 

아버지를 버리고 엄마를 택했던 그 순간부터 이미 그녀 자신은 아버지를 죽여야만 했던 운명이었던 것일까?

간혹 가다가 방송에서도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말을 통해 갇혀있던  사람과 그를 납치한 사람 간의 모종의 연대의식을 엿볼 수 있다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 보다 확실한 매듭을 지었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슬픈, 그러면서도 사이코패스란 성격을 지닌 사람의 존재를 죽여야만 했던 그 상황 설정들이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종전의 타 책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여자 주인공이 탄생을 알린 책, 책 속에 담긴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 그 안에서 또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기억이 될 만한 책이다.

                                                                                                                          
                                            

배반

  • 배반배반
    폴 비티 지음, 이나경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2016년도 맨부커상 수상작이자 미국 작가로서는 처음 수상한 작품이란 것이라는, 제목부터가 의미하는 바가 큰 작품을 읽었다.

책 표지의 색상 자체가 보색 관계로 표현된 것처럼 이야기의 흐름은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이자 세계 각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정책과 각종 정치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허구의 가상 마을인 캘리포니아 주 디킨스에서 농장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주인공인 나. 즉 Me는 미국 대법원 법정에 서는 장면으로 시작이 된다.

 

그의 죄목은 다름 아닌 21세기에 인종분리 정책과 노예 제도를 지지한다는 것-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옛날의 시행제도로 돌아가자는 의미는 무엇인지, 저자가 자신의 피부색인 흑인이란 점을 두고서 자신이 살아오고 느낀 미국의 문제들을 때론 풍자식으로, 때론 배꼽 잡게 웃음 짓게 만드는 블랙유머의 통쾌한 역설이 독자들의 마음을 휘감는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의 터전인 마을이 없어진다면, 그래서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애를 쓰는 미가 생각한 방법은 차라리 옛날로 돌아가는 흑인 노예의 시절을 시행해보고자 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타고난 피부색과 이를 이겨내고 위대한 사람이 되라는 뜻의 영감을 불어넣어줬지만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버지, 그리고 과거에 삶을 잊지 않고 사는 호미나와의 관계를 통해 현재의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직시한다.

 

책의 전개 과정은 정말 탄탄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만 미국 내의 흑인의 역사와 미국의 역사를 좀 더 잘 알고 읽는다면 책 속에 묘사된 부분 부분들과 패러디 부분들을 이해하는 데에 빠르고 재미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받게 했지만 그럼에도 만장일치의 심사위원회로부터의 지지를 받았다는 데서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지 않았나 싶다.

 

특히 자신이 직접 재배한 마리화나를 대법정에서 피워대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말과 정책적으로도 인종 용광로란 한계를 품고 있는 미국이기에 그 나름대로의 다방면으로 제도적인 장치를 취하고는 있다지만 영원한 숙제처럼 간직하고 있는 인종 차별적인 문제와 사회에 걸친 전반적인 문제점들은 앞으로도 미국이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이자 운명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짧게 끊어지는 문체가 아닌 긴 만연체처럼 여겨지는 문장들, 그 안에서 무방비 상태로 빵빵 터지는 블랙유머를 통해 오늘날의 미국을 바라보게 한 작품, 앞으로도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스팸 글은 이제 그만~~~

블로그를 하다 하다 이런 경우는 처음 경험한다.

지금도  스팸이 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 위블로그를 통해서 당한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한 편의 리뷰 글을 통째로 삭제해버렸을까?

한두 개도 아니고 백 개가 넘는 해외 스팸성 글들을 지우고 있노라니 정작 다른 분들의 댓글을 볼 시간도 없을뿐더러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에 대한 생각이 들 때면 화가 나기도 한다.

 

도대체 이런 글들은 어떻게 알고서 댓글들을 다는지….

위블로그가 한국 것이 아니라서 세계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내용상 리뷰와 맞는 것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잘 쓰지 못한 글이라도 잊어버리기 전에 내 생각을 옮겨 적은 리뷰에 대한 댓글이 이렇게 성의 없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처음엔 해외에서 온 글이니 확인도 할 겸 하나하나 읽어도 봤지만 결론은 전혀 상관없는 광고성 글들 잔치뿐…

내 마음도 속상하고 계속 이렇게 두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거듭하다 결국 내 리뷰 하나 삭제했다.

이런 광고성 글들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만이라도 위블로그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인지, 하긴  지금 관리자도 없다고 하는 것 같던데, 도대체 거대한 미디어 회사가 이런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새롭게 단장한 위블로그라면 더욱 신경 써서 다양한 회원들의 글을 볼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새로 가입하기 어려운 조건의 위블로그라면 기존의 회원들만이라도 불편함 없게 이런 글들은 원천 차단해 줄 수 있는 장치만이라도 마련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리뷰 돌리도~ 하염없이 외쳐보지 말입니다.!

 

메디치 가문 이야기

현대메디치메디치 가문 이야기 – 르네상스의 주역 현대지성 클래식 14
G.F. 영 지음, 이길상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0월

유럽의 모든 문화예술의 기본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가문, 메디치-

한두 번은 이름을 들어봤고, 실제 이탈리아뿐만이 아닌 전세게적으로도 유명한 예술인들을 보면 당대에 이 가문의 후원을 받지 않고 성공한 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단 사실에서 새삼 이 가문에 대한 이 책은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지금의  이탈리아가 통일되기 전인 공화국 형태의 피렌체에서 탄생한 메디치 가문의 350년 속에 살다 간 13인들의 행보를 통틀어서 읽을 수 있는 책, 특히 그들이 시대별로 각기 어떤 행보를 보였느냐에 따라 그 시대적인 역사적인 여파와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 새삼 연관성을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그들이 오랜 세월동안 지녀온 가치관들을 차례차례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요즘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관심들이 많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실현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이미 메디치 가문의 사람들은 알고 있었단 사실, 유배생활을 거쳐 다시 돌아오게 된 후손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 행보들은 지금의 우리들이 그 수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고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는 데서 확인을 할 수가 있다.

 

교황, 왕족과의 결혼, 예술가들의 지원 활동을 아끼지 않았고, 그렇기에 문학 작품 속에서도 이를 차용한 인물들도 나올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닌 가문의 이야기는 중세의 어둠을 지나 가장 찬란한 문화의 운동을 펼치게 만들게 된 시발점이 된 피렌체의 한 가문의 영향이 어떻게 지금도 그런 여운을 지니고 있을 수 있는지를 느껴 볼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에 관심이 많고 쉽게 손을 놓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런 점에서  메디치가의 마지막 후손인 안나 마리아 루도비카의 가진 자의 행보는 오늘날 많은 관광객들 뿐만이 아니라 각 관련 있는 부분들을 전공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이탈리아 여행 중에 필수 코스로도 손에 꼽는 우피치 미술관-

그 안에 담겨 있는 작품들은 곧 메디치 가문 사람들의 헌신과 조상 대대로 지녀온 철학이 담긴 산실이 아닌가 싶다.

 

책을 처음 접할 때가 1997년에 출간한 책을 통해서였고,

옛메디치

 

그 이후 다시 개정판으로 만나게 된 책, 여전히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는 읽어도 지루할 줄 모르는 샘이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각인이 되어준 책이다.

폰의 체스

폰의체스폰의 체스 민음사 외국문학 M
파올로 마우렌시그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7년 5월

흰색 바탕과 검은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체스 판, 그 안에서 각 전략별로 다루는 게임들은 사실 인간들이 겪었던 실질적인 역사적인 시대와도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체스를 즐겨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기분이 들까?

 

사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 난 후부터 무척 흥미를 가지게 됐다.

조카와 함께 체스를 하기 위해 기초적인 각기 다른 형태의 말과 그 기능들에 대한 것들을 배워나갈 때의 신기함과 전문적이진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바둑과도 비슷함을 느꼈던 흥분을 다시 되새기게 한 책, 더군다나 신예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니 그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독일인 기업가 프리슈가 자살한 채 발견이 된다.

자살할 이유가 없는 사람,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가정과 자녀, 사업과 심지어 체스에 관한 한 잡지에 기고를 할 정도의 체스광인 그가 무엇 때문에 죽은 것일까?

 

그의 죽음에는 각종 희귀한 체스판을 보유하고 소장하고 있던 사람답지 않게 오랜 시간이 흐른 것처럼 보이는 헝겊을 기워 만든 체스판과 단추 위에 각 말들의 모양을 새긴 것이 있을 뿐, 그 어떤 유언조차도 발견이 되지 않은 상태다.

 

프리슈를 아는 사람이라면 정확한 시계처럼 움직이는 그의 행보를 통해 그가 어떤 일들을 하게 될지 예측이 가능한 만큼의 철두철미한, 그야말로 전형적인 독일 사람의 표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빈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항상 동료와 하는 체스 게임도 마찬가지-

그러던 어느 날, 한스 마이어란 청년이 체스 판에 대한 훈수를 두게 되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마이어는 자신이 한때 체스에 미쳤었고 그런 만큼 자신의 스승인 타보리와 만난 일과 그를 통해 지독하고도 신비로운 체스 판을 통해 훈련을 받은 일, 각종 체스 게임에서 이름을 알리던 중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춘 스승 때문에 체스를 놓게 된 일들까지를 말해준다.

 

관심을 두게 된 프리슈는 결국 그 이야기의 뒤편을 재촉하게 되고 결국 모든 것이 밝혀지게 되는데….

 

유망했던 두 소년들의 만남, 독일과 독일계 유대인으로서 각종 대회에서 만났고 그 둘은 유대인의 본격적인 청소가 시작될 즈음 무승부로 판결이 났지만 오히려 유대인 소년이 패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나치즘의 만행들은 지금도 여전히 역사 속에서 증언과 증거, 그리고 그에 대한 독일인들 스스로의 과오에 대한 책임감 있는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이목들과 함께 이 책은 다시 한번 그런 연장선에 있었던 아픈 과거를 통해 그려나간 책이다.

 

멋도 모르고 끌려간 수용소에서 죽다 살아난 타보리, 어느 모를 독일인 군인이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고 그 대가로 함께 체스 경기를 벌인다는 설정은 게임에서 패할 때마다 자신의 동족이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부터 걷잡을 수없는 혼돈에 쌓이는 과정들이 여전히 심금을 울린다.

 

체스가 단순히 즐기는 두뇌게임의 오락이 아닌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게임을 치르는 방식, 결국 동족의 목숨을 대신해 체스 판에 선 폰을 통해 죽을 각오로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한 유대인의 개인적인 역사는 체스에 몰입하고 그 광기에 빠져서 인간의 목숨조차 하찮게 여기며 빠져나오지 못하는 프리슈란 독일을 대표하는  광란의 폭죽을 그린다.

 

자신의 손 하나하나가 체스 판의 폰을 움직일 때마다 한 사람의 목숨이 두 명으로 늘어나고 다시 그 배가 되어 목숨을 잃는다는 죄책감에 평생을 찾아다닌 타보리의 목표 또한 마이러를 자신의 폰으로 내세워 다시 마주 보기까지,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이자 악연은 결국 역사라는 바퀴 아래 아픔의 산 현장을 보인다.

 

책의 두께는 두껍지 않지만 그 안의 내용이 가지고 있는 역사 안에서 인종 간의 차별과 광기 어린 행동, 평생 죄책감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외로움과 아픔들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체스 판의 폰의 역할, 폰의 역할을 뛰어넘은 그 이상의 인간 세상의 평화는 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성모

성모성모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자는 누구일까?
물리적인 힘으로야 당연코 여성보다는 남성이요, 타의의 힘을 빌려 이용한다고 해도 이러한 모든 것들을 물리칠 수 있는 것들은 여성에게는 불리하다.
하지만 세상에서 이러한 모든 일들이 기적처럼 이루어지는 경우를 볼 때가 있는 것을 보면 어머니의 힘은 그 상상력을 초월한다.

 

책 제목이 주는 ‘성모’-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탓인지, 책 표지도 피에타 상을 연상시킨다.
책 속으로 들어가면 엄마란 존재에 대해서 생각을 달리하게 바라보는 그 이상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자, 뒤편 20여 페이지에서 몰아치는 반전은 독자가 무엇을 놓치고 읽었는지에 대해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여성이 결혼이란 것을 하고 한 가족을 꾸리게 되면 또 하나의 생명을 잉태한다.
다른 사람들이야 누구나 겪는 당연한 순리처럼 여겨지지만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는 호나미에게는 정말 어렵게 얻은 아이가 있다.
어릴 적 자신의 병으로 인해 쉽게 임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신체적인 조건, 그러한 불리함을 딛고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겨우 하나의 생명을 자식으로 맞은 그녀의 입장에선 딸 가오루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다.
그녀가 사는 도쿄 외곽의 아이이데 시에서 4살의 남자아이가 시신으로 발견이 되고 그 시신은 참혹한 신체 훼손과 죽은 후 강간까지 겪은 결과의 모습으로 발견이 된다.
이어 연이어 계속 아이가 참혹한 시체로 발견이 되는 가운데, 남의 일처럼 여겨질 수 없는 호사미는 딸아이만은 꼭 지키겠다고 결심하는 가운데,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마코토가 있다.
고등학생으로 검도부에서 활동하며 아르바이트로 동네 마트에서 일하는 학생이자 봉사 활동의 일환으로 유치부 아이부터 그 위 대상의 아이들에게 검도를 가르쳐 준다.
책은 처음부터 범인의 존재를 알리며 그 범인의 심리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연, 호나미가 행한 범인을 처단하고자 했던 그 사연들이 겹겹이 층이 쌓이면서 독자들에게 과연 범인이 가오루에게까지 손을 뻗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다.

 

저자의 글은 독자들에게 한 순간의 방심이 어떻게 글로써 현혹이 되게 만들고 그러한 과정을 전혀 느낄 수도 없이 호나미가 어렵게 얻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그 모성에 대한 감정을 동시에 갖게 만든다.

 
자식을 둔 부모로서 자신의 아이 또래의 살인이 벌어지고 결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그 기막힌 사연들이 물 흘러가듯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 몰아치는 반전은 경찰의 뛰어난 수사마저도 무마시키는 결과로 낳았다는데서 어머니의 힘은 그 어떤 것보다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하고서라도 지킨다는 강한 모성, 바로 ‘성모’란 제목에 딱 부합된다는 생각에 한 표를 던지게 한다.

 

 

 

 

강한 설정 속에서  결코 책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현실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다는 사실이 더욱 책을 읽으면서 몰입감을 더하게 만든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놓친 부분들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문맥상의 결점을 찾아보자 했지만 저자의 독자들을 속이는 트릭의 글들은 탁월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엄마의 힘은 자신의 미약한 힘마저도 터미네이터 이상의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임을, 더군다나 결코 자신의 주위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를 느꼈을 때의 긴박함 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만든 그 상황 설정들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데서 책은 그야말로 성모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쉽게 손을 놓을 수 없게 한 책이다.

 

                                                 
                                            

거울의 책

거울의 책거울의 책 민음사 외국문학 M
E. O. 키로비치 지음, 이윤진 옮김 / 민음사 / 2017년 9월

가끔 내가 기억하는 것과 타인이 기억하는 것의 차이를 느낄 때가 있는가?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안에서 분명 같이 있었던 그 당시에 보고 느꼈던 그 사실들이 시간이 흐른 후 말했을 때 전혀 다른 상황으로 말하는 타인을 본다면 내 기억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의 기억이 잘못 각인된 것인지, 도대체 문제는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를 혼동하게 될 때의 기억은 영원한 수 있는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비교해 보게 되는데 저자도 마침 책 챕터 속에 한 문장을 시작 부분에 넣은 것으로 봐서 이 소재는 다양한 변주에 속하는 것임엔 분명 하단 생각이 든다.

 

 

출판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피터 카츠는 하나의 제안서를 받는다.

자신의 이름이 리처드 플린이라고 밝힌 그는 프린스턴 영문과 대학생 때 겪었던 그 시절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당시에는 못 느꼈던 진실을 알게 됐다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보낸다.

 

 

제안서에 적힌 내용, 즉  리처드가 겪었던 그 일, 자신이 살던 셰어 하우스에 잠시 머물던 로라 베인스란 여학생과의 만남과 사랑을 느끼는 과정, 그녀가 전공하는 심리학과의 교수이자 법정 고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멘토인 교수 와이더를 소개받으면서 교수의 책 정리를 도와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기까지의 일들을 보이고  1987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와이더 교수가 살해당하면서 자신이 용의자로 몰리게 되는 과정을 읽은 피터는 출판에 충분한 조건임을 알게 된다.

 

제안서를 토대로 그와 만나길 희망했으나 간발의 차로 고인이 된 후였고 그와 동거하던 여인으로부터 나머지 원고는 찾을 수가 없었단 말을 듣는다.

 

책은 리처드가 당한 일 이후 30년이 흐른 후에 제안서를 토대로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를 피터와 피터의 제안을 받고 조사를 하게 된 기자 출신으로 일하는 존 켈러의 조사, 그 이후  이 사건에 대해 미제의 사건으로 남겨진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있던 당시 사건을 맡았던 퇴직 형사 로이 프리먼에 의해 차례대로 기억을 복원해 나가면서 당시 상황을 그려보는 순서를 그린다.

 

리처드가 생각했던 당시의 사건 현장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리처드의 기억 속에는 로라와 와이더 교수 사이의 모종의 연인 관계를 의심하는 과정과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인 로라에 대한 감정을 솔직히 그려냈지만 정작 로라의 입에선 오히려 스토킹 하는 사람처럼 비친다는 사실, 로라에 대한 타인의 이야기는 실제 리처드가 생각했던 부분들이 일부분 틀렸으며, 비밀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던 와이더 교수의 논문이 출간되지 못한 사정엔 그 안에 감춰진 어떤 비밀들이 있었을까?

 

법정 고무인으로서 용의자 신분이었던 데릭을 사회에 나오게 하면서 보살펴주는 저간의 사정 속에는 무엇이 진실된 것이었는지를 독자들은 세 사람의 추적 과정과 면담 과정을 통해 ‘기억’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묻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분명 로라가 범인일 것이란 심증은 있지만 그녀의 당시의 기억 속에 그려진 상황들은 너무나 당연한 처사였고 변명의 여지없는 진실된 사실만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데릭이 말한 당시의 상황과 이미 자신이 죽였다고 밝힌 또 하나의 사람을 면담하면서 밝혀지는 진실의 과정들 속에는 자신에게 어떤 것이 유리한 상황인지를 알아가면서 행동하는  인간의 기억력이란 실체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사실인 상황을 자신의 유리한 상황에 맞게 그려지는 기억이라면, 그 기억으로 오랫동안 뇌 속에 저장된 상태라면 과연 리처드, 로라, 와이더, 데릭은 모두 그들 나름대로의 편의에 의한 기억으로 저장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렇기에 결국 사건의 진범은 밝혀지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기억 안에서는 진정한 사실들이 일부분은  거짓으로 포장되었고 그러한 기억들이 사실처럼 여기며 살아간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이 보고자 하고 느끼고자 하는 그 의지의 기억은 자신의 갇힌 방 안인 거울이란 미로 속을 헤매고 있었단 사실들을 깨닫게 해 준다.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는 사실조차도 모호해지게 만드는 설득력 있는 변명들은 당시의 사건에 관여했던 각자의 위치와 환경 때문에 집중을 못했던 것들도 함께 엮이고 시간이 장시간 흘렀다는 점을 토대로 우리들이 기억하고 있는 그 사실들조차 정말 진실된 기억인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 부분들의 대화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게 한 책이다.

 

인간의 기저의 깔린 심리학의 세계와 그 심리를 토대로 기억의 장치를 어떻게 인간들은 설득당하고 기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스릴과 추리, 미스터리를 혼합한 이야기로 참신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도 만든다면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도 해 보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