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7년 12월월

팬텀

팬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9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7년 12월

한 작가의 손에 탄생된 시리즈물의 주인공들의 활약은 연작 형태이면서도 독립

 

 

된 책 출간도 겸하고 있는 이점을 통해 독자들에게 매번 새로움을 선사한다

.

 

그런 의미에서 해리홀레 시리즈를 만나지도 시간이 흐른 시점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작가가 그려온 해리란 인물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고 자부한다.

 

처음 대했던 ‘헤드헌터’ 이후 시리즈 물로 출간 순서는 뒤바뀌어 출간이 되었지만

 

 

해리의 활약은 기대감과 충족감, 연민, 동정 그 이상의 무언가를 선사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왔던 해리홀레 시리즈에서도 유독 이 팬텀에 대한 기대가

 

컸던 이유중의 하나도 바로 연작의 형태이되 독립된 형태로 읽어도 무방하게 글을

 

써온 작가에 대한 신뢰가 컸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상영 중으로 알고 있는 스노우 맨에 이어 레오파드의 뒤를 이은 책이 바로 팬

 

텀이다.

 

스노+레오

 

달리 말하면 해리 홀레 시리즈 중에서도 이 세 권을 연이어 읽는다면 바로 그

 

배경과 연작의 설명이 되는, 그러면서 해리 홀레의 변화된 심경과 활동의

 

영역변화와 행동들까지를 시간 순으로 읽어갈 수 있는 시리즈 물이다.

 

 

 

 

 

레오파드에서 연인 리켈과 그녀의 아들 올레그와 헤어진 후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 해리는 자신의 예전 상관을 찾아가 마약관련 사건을 조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이유인즉, 올레그가 마약관련과 연관되어 감옥에 수감이 되어 있는 상태로 이 사건

 

배후를 조사하기 위해 애를 쓰게 되는 해리-

 

 

책은 올레그를 마약소굴에 빠지게 만드는 구스토란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 회상,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거리의 마약 왕의 왕좌에 오른 비밀에 쌓인 인물, 그 인물의

 

수하에 놓인 사람들의 행동 반경에 의해 경찰의 버너역할을 하게 되는 사람, 비행

 

기 조종사의 신분을 이용해 마약을 손쉽게 국내에 들여오고 가져나가는 행동을 통

 

해 사건은 일파만파로 크게 번지게 되는 경황들을 그린다.

 

 

 

 

해리의 수사 반경은 여전히 날카롭다.

 

글 한 구절 한 구절을 무심코 넘기다 보면 어느 한 순간 이것이 결정적인 근거로 생

 

각될 수도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 주는 말과 행동, 그 가운데서 유독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해리의 생각과 행동은 비록 나 자신의 혈육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레오

 

파드에서 두 사람에게 아픔을 지니게 만들었다는 점에 근거해 멀리할 수밖에 없었

 

던 사정들이 올레그에겐 친아버지 이상으로 생각했던 해리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

 

어졌다는 사실이다.

 

 

 

 

 

바쁜 엄마를 뒤로하고 거리에서 만난 구스토를 통해 마약의 길로 발을 들이게

된 사연과 죽어가는 구스토의 회상을 통해 이야기의 전개는 작은 조각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큰 그림을 완성해가는 형식을 취한다.

 

 

 

올레그에 대한 해리의 생각, 친 아버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아들 이상으로 생각하는

 

심정과 라켈과의 인연을 통해 또 다른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연결하고 해결하는

 

모습들은 전작에 이어서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전작에서 보였던 치열하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무자비하게 활약하는

 

모습의 반전으로 여길 수도 있는 부성애를 느끼게 되는 감정들은 죽음보다도 더

 

치열하게 경험하게 만드는 마약상의 극악무도한 감정과도 대비되는 효과를

 

보인다.

 

 

–  “감방은 죽음보다 지독해. 해리. 죽음은 간단하지.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주니까. 한데 감방은 인간성이 남아나지 않을 때까지 영혼을 먹어 치워. 그러다 유령이 될 때까지.”

 

 

 

정해진 루트를 벗어난 행동을 했던 구스토를 처벌하지 않았던 마약상의 비밀은

 

해리의 감정과는 상반된 이미지로 비쳐질 만큼 그려지며 특히 마지막 구스토를

 

죽인 범인의 정체는 반전의 극치를 보인다.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영혼들, 결국 같은 동료끼리 배신하고 배신당하지

 

않으려고 총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가여운 사람들은 이미 그 영혼을 마약에 팔아

 

넘긴 유령의 모습 그 자체요, 감옥에서 죽었을 때에 비로소 유령으로서 자유로워진

 

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은 읽고 나면 더욱 섬뜩함을 지니게 한다.

 

 

 

 

동유럽과 구 소련일대,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북유럽 마약루트의 이야기를

 

펼치면서 올레그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는 해리의 모습은 말한 마디조차 제대로

 

따뜻함을 던지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 속마음만은 결코 자신의 핏줄로 태어난

 

아이를 가진 아버지들 이상의 사랑을 보인단 점에서 타 책에 서 볼 수 있었던

 

해리의 행동과는 다른 반전이라고 느낄 수가 있다.

 

 

 

철저히 비밀에 싸인 정체들을 밝혀나가는 과정 속에 사랑과 아픔, 대체해 줄 수 없

 

는 사실 앞에서 안타까움을 지니는 해리의 모습이 여전히 책을 덮고서도 진한 여운

 

을 남기게 한다.

 

 

 

다음 시리즈를 벌써부터 기다리게 만드는 매력의 요 네스뵈의 신작, 올 겨울 팬텀

 

으로 우리들의 해리를 만나보면 어떨까?

 

 

 

 

 

마녀의 씨

마녀의씨마녀의 씨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고전이라고 말하는 작품들을 읽을 때면 세월이 흘렀어도 작품 속에 녹아든  인간들의 모습들을 읽노라면 새삼 왜 고전이라고 부르는지를 알게 될 때가 있다.

 

특히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언제 읽어도 지루함을 모르게 되는 것들 중에 하나인데, 이 책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여러 작품들을 유명 작가들의 손에 재해석하고 다듬어진 또 다른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다.

 

이 책의 소재를 다룬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템페스트’다.

이 작품 속에 들어있는 주인공들과 그 배경을 현대적인 해석으로 다시 풀어쓴 저자의 다른 느낌과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원작의 배경이 섬이라면 여기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다.

 

잘 나가는 연극 연출가인 필릭스는 자신의 모든 일처리를 도맡아 해주던 비서 토니로부터 배신을 당한다.

그것도 자신의 동창생과 같이 공모한 듯한 느낌을 주는 뉘앙스, 무방비 상태로 쫓겨난 그는 이제 가족조차도 없는 홀아비다.

사랑하는 아내도 죽고 늦은 나이에 얻은 딸 미란다마저 어린 나이에 병으로 죽게 된 그 쓸쓸함, 필릭스는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고 점차 은둔의 세상으로 접어든다.

 

하지만 자신을 이토록 만든 토니를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복수심에 불타오른 심정은 가실 줄 몰랐으며, 그의 출세를 관심 있게 주시한다.

 

어느 날 교도소에서 죄수들을 대상으로 문예창작을 가르친다는 공고를 접한 그, 제2의 이름인 듀크란 이름으로 강연과 연극을 통해 점차 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데, 드디어 자신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기회가 다가오게 된다.

 

책의 내용은 원작 속의 내용인 배신과 복수,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 현대로 옮겨와 독자들에게 그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동생 안토니오에 의해 밀라노의 공작이란 직위를 빼앗기고 파도를 만나 섬에 고립된 주인공 프로스페로가 자신의 딸 미란다와 함께 그곳의 괴물 캘리반과 에어리얼과 같이 생활하면서 같은 처지로 섬에 온 동생에 대해 복수를 그린 템페스트의 내용을 필릭스는 의도적으로 이 작품을 선택하고 죄수들에게 맞는 역할을 주면서 연극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필릭스와  죄수들이 나누는 대화들은 이 한편의 책 속에 연극 과정을 보는 듯하는 느낌을 준다.

 

모든 것을 읽어버리고 남은 것이라곤 영혼조차도 없는 필릭스, 그가 각오를 다지고 복수의 칼날을 다지면서 비로소 상대에게 그 칼날을 겨누게 되지만 결코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오랜 시간 그렇게 원한 것을 이루어낸 시점에서 왜 필릭스는 그 복수마저 허무하다고 느꼈을까?

인간의 복수심은 또 다른 복수심에 이르게 되고 그 복수를 갚았다고는 여겨지더라도 결코 완성된 인생의 모습은 가질 수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그런 의미에서 어린 나이에 죽은 미란다의 환영을 곁에 두고 진정으로 떠나보내지 못했던 필릭스가 원수에게 던진 복수를 통해 비로소 미란다를 놓아주었다는 사실, 그 자신도 결국은 오랜 시간 동안 복수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음을 깨닫는 과정이 인생의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말년의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애착을 느꼈다는 템페스트-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탄생된 이 작품과 함께 고전과 비교해보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구원의 길

구원의길

구원의 길
존 하트 지음, 권도희 옮김 / 구픽 / 2017년 12월

우선 책을 덮고서 그 진한 여운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타 책들에서 보인 전형적인 심리 스릴러의 느낌, 추리력을 동반하게 되는 범인의 실체는 과연 누구일까에 대한 독자 나름대로의 머리 회전 돌리기,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이 모든 것을 뒤에 남겨놓게 만들면서 인간애와 숭고함,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대표적인 모든 감정들을 동반하면서 읽어보게 되는 책을 이 한 권에서 모두 느껴보게 만든 책-

 

엄격하고 자신이 믿는 종교에 관한 한 철저한 직업의식과 목회자로서의 길을 걷는 아버지를 둔 엘리자베스는 경찰이다.

지방 유력자의 딸인 채닝이 괴한에게 납치되었단 소식과 함께 사건 현장에서 채닝을 구하게 되자만 범인 둘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여기까지가 진실, 하지만 그녀 둘 사이엔 모종의 감추어야만 진실이 있다.

 

범인은 유색인종을 가진 형제였고 총 18발을 맞은 채 고문을 당한 상처로 죽었단 사실, 정말 엘리자베스의 말처럼 그녀 혼자 이 모든  것을 단독으로 행동한 것이었는지, 백과 흑의 인종차별 문제와 이중 살인자란 의문을 지니게 된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려는 엘리자베스는 과연 정당방위에 의한 행동인 것인지…

 

한편 전직 경찰인 애드리언은 불륜의 상대였던 여자를 죽였단 죄목으로 2급 살인죄 적용을 받아 13년째 감옥생활 중이다.

같은 감방에서 아버지처럼 여겼던  엘리가 교도소장과 그의 심복 교도관들에게 죽음을 당한 후 엘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비밀을 애드리언이 알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처참한 교도소 생활을 하는 중이다.

 

하루하루가 삶의 연장을 위한 투쟁이자 현실적인 감각 마비, 고문 고통, 달콤한 유혹의 말과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처들만 남긴 신체를 극복하는 것은  전선에 홀로 남은 자신 혼자임을 알면서 살아가는 그, 교도소를 나오게 되면서 걷잡을 수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한편 기드온은 자신의 엄마를 죽인 애드리언이 출소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감춰둔 총을 들고 그를 죽이려 교도소로 향한다.

 

애드리언이 출소한 후 연이어 애드리언이 저질렀던 살인의 행위처럼 여인들이 죽어간다.

경찰의 입장이야 당연히 애드리언의 복수를 생각하게 되고 여기에 엘리자베스의 사건이 같이 겹쳐지면서 사건의 진행은 독자들로 하여금 블랙홀에 빠져든 느낌처럼 좀체 해결의 기미를 보여주는 방식이 아닌 것으로 진행을 이끌어 간다.

 

책은  자신이 당한 현실에서 구원의 길은  과연 어떤 것인지를 묻는다.

채닝이 당했던 40여 시간 동안의  폭행과 강간, 기드온이 자라오면서 겪어온 술에 빠진 아버지를 보면서 엄마 없는 생활의 비애를 느끼는 외로움과 복수심, 어린 시절 당한 강간으로 인해 유산을 감행하고 이를 반대했던 아버지와 멀어진 사이가 된 엘리자베스까지….

 

여기에 애드리언마저 자신의 목숨을 죽음까지 가게 만드는 고문을 자행했던 교도소장과 그의 부하들을 죽일 불타는 복수심의 근거는 충분히 있었다.

책 속의 여러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이들과의 연결을 통해 배신과 야망, 복수,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하면서 타협을 이루어나가는 상하의 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불협화음과 여기에 종교와 정치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범인의 실체에 다가서기까지의 험난한 굴곡선을 여지없이 그린다.

 

자칫 자신의 불륜으로 인해 아내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했던 한 순간의 결단이 13년 간의 감옥으로, 자신의 불우했던 강간사건의 트라우마에 대한 같은 공감각을 느끼며 강인한 자신의 삶 주체자로서 우뚝서길 바라는 채닝을 바라보는 엘리자베스, 실제 범인의 행각이 밝혀지는 과정 속에 당하는 이 모든 근거 뒤에 오는 후 폭풍의 트라우마는 책을 읽으면서 스릴의 장르라고는 하지만 정말 공감대를 같이 느껴보게 되는 책이었다.

 

 

– “내 자유보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우선시할 수 있었을까?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방을 위해 내 목숨을 걸 수 있었을까? (중략) 그건 아주 드문 일이야. 정말 훌륭한 일이고. 그 아이와 너는 서로를 위해 희생하려고 했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백만 명 중에 한 명밖에 없지. 아니 1억 명 중에 한 명일 거야.”-p 338

 

 

 

최악의 인간과 최선의 인간, 선과 악, 정의와 진실 속에 오리무중으로 헤매는 사건의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진행 속에 다뤄지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캐릭터를 통해 제대로 살려 낸 저자의 글은 좀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사랑과 증오가 동반된 감정이 있음으로 해서 이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쳤던 애드리안이나 채닝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는 엘리자베스의 시선, 같은 동료들 간의 야망과 배신, 타협을 통해 저마다 자신을 우선 위에 두고 펼치는 이야기의 전개는 책 제목이 의미하는 구원이 길은 다른 방법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 범인은 잡혔지만 결코 시원하고 통쾌하지 않는 끈끈한 무언가를 남겨놓는 감정의 복합선마저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한 발한 발 천천히 자신이 겪은 모든 것을 수용하고 감싸 안을 때까지, 그들 네 사람의 구원의 길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달의 영휴

달영휴

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책의 표지가 왠지 이끌린다.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책, 더군다나 제 157회 나오키 수상작이라고 하니 해마다 발표되는 문학작품의 선택도 달리 느낄 수 있다는 데서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오사나이라는 남자 주인공은 전혀 안면이 없는 두 모녀와 미스미라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오래전 사랑하는 딸 루미는 7살 어느 가을날 고열에 시달리면서 생사의 기로에 섰었고 그 이후 무사히 넘기는가 싶더니 예전과는 다른 아이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내로부터  그 느낌에 대해 전해받았지만 무시했던 오사나이, 그런 그가 12월 어느 날 딸아이가 사라지게 되면서 심각성을 깨닫게 되고 딸아이를 발견한 곳은  얼마 전까지 비디오를 대여해줬던 곳이다.

 

무엇 때문에 딸 루미는 그곳에 가게 된 것일까?

이후 고등학교를 마친 딸은 아내와 함께 교통사고로 죽게 되고 그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가는 오사나이는 이렇게 세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세 사람 중 미스미란 남자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죽은 모녀가 자신을 만나러 가다가 사고를 당하게 됐다는 사실, 그 이후 미스미의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한 믿을 수없는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책의 제목인 영휴는 미스미와 연상의 여인이었던 루리의 사랑이야기로 표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 그런 가운데 루리는 사람의 탄생과 죽음이 마치 달이 차고 기울어간다는 의미와 상통한다는 의미로 언젠가는 당신에게로 돌아올 것이란 뜻으로 미스미와의 사랑을 그린다.

 

흔히 말하는 전생과 환생은 우리들이 여러 곳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소재라든가 세상에서 믿을 수없는 이야기처럼 실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의 말을 통해서 간간히 보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이 책은 그런 것을 비유한 작가의 참신한 발상에 무리 없는 흐름을 전개시킨다.

 

미스터리와 그 속에서 힘 있는 스토리의 전개, 사랑을 이루기 위해 같은 이름을 가진 루리로 태어나고 그 사랑의 존재이자 실체에게 다가서기까지 믿을 수없는 사실을 11시부터 1시까지, 두 시간에 걸친 이야기로 그려낸 저자의 구성력은 독자로 하여금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인생에 있어서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상대방을 사랑하는 순간도 있고 아픈 사연 속에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과 애달픔, 그리고 또다시 만나기 위해 환생을 거치는 과정을 가진 루리란 인물을 통해 현실적이진 않지만 그럼에도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만드는 이야기, 전혀 알지 못했던 타인의 이야기가 실은 내가 담고 있던 이야기의 어느 한 부분과도 연결될 수 있고 그 연결은 다시 순환의 작용을 거쳐 인생의 삶과 죽음을 연결시킨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책-

 

부담스럽지 않고 천천히 책 속에 스며들듯 독자들로 하여금 매 순간의 감정을 같이 느껴보고 호흡하게 한 책이다.

                                                                                                                          
                                            

 

인투 더 워터

인투더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전작인 ‘걸 온 더 트레인’에 이은 저자의 두 번째 작품이다.

여성의 심리를 반전과 시간의 흐름 속에 촘촘히 조여 오는 이미지의 부각, 인간 심리 속에 내재된 기억과 그 기억 속에 잠자고 있던 진실은 과연 어떤 것이 정확한 것이었는지를 묻게 되는 책, 이번에도 저자의 장기를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다.

 

서양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은 그야말로 인간의 존재 위에 군림했던 종교라는 커다란 그늘막이 있었고 그릇된 판단과 시대의 착오적인 것으로 말미암아 죄 없는 여성들이 무참히 죽어간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에 착안한 한 마을에 번진 숨김과 그 숨김 속에 도사린 진실, 그 진실마저 자신이 생각하는 기억 속에 맞는 것인지를 스며들듯 묘사해가며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불어넣는다.

 

드라우닝 풀’이라는 것은 16 ~17 세기에 마녀의 죄를 심판하거나 처형하기 위해 만든 웅덩이라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종교재판에 의해 마녀로 판정이 된 여인들을 물속에 강제적으로 들어가게 했을 때 죄가 없으면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닌 것으로,  떠오르면 마녀로 생각해 처벌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렇듯 한 마을에 여인들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처럼 여겨지는 죽은 여인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한 소녀가  물에 빠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이 된다.

 

책은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마을에서 벌어진 일들을 다룬다.

소녀가 죽은 후 연이어 절벽에서 떨어져 자살했다고 여겨지는 줄스의 언니, 왕래를 끊고 살았던 동생 줄스가 나타나면서 이 사건들은 좀체 어떤 커다란 윤곽을 그리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등장해 자신의 위치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마을의 오래전 벌어진 죽은 여인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고 책으로 출판하려던 언니의 죽음 뒤에 자살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되는 줄스, 조카 리나가 갖고 있는 죽은 친구 케이티에 대한 비밀들에 이어 계속 걷잡을 수없이 번져가는 이에 연관된 사람들의 불편한 심리와 심기, 그리고 비뚤어진 사랑에 대처한 사람의 이야기까지를 통해 사건의 본질에 접근해가는 추리를 느끼게 한다.

 

오래전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던 진실과 맞는 것일까?

줄스도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진실에 대한 오해 때문에 언니를 멀리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진실은 언니가 죽은 후에야 알게 되는 안타까움, 한때의 불륜이 어떻게 마을의 살인사건으로 번지고 이는 죽은 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심령술사의 무심코 던진 한마디를 간과함으로써 사건의 주범에 대한 인식을 못하는 과정들이 책 끝말 미의 반전에 이르기까지 스릴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물속에 들어간 후에 물이 전해오는 감촉, 발을 물에 담그고 무릎까지 오게 되면서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  드라우닝 풀-

그 물속에서 과연 그녀들은 어떤 생각으로 죽어갔을까?

범인이 밝힌 그 진실은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은 과연 진실된 모습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 스릴 서스펜스의 맛을 또 한 번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스마트 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맛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가 아키라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12월

현대인들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폰-

전화기의 변천사를 쉽게 알 수 있는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패턴을 보면 하루가 빠르게 변해가는 이기 문명에 대한 감각을 느낄 수가 있는데, 그런 만큼 이 작품에서 다뤄지는 스마트 폰을 가지고 다룬 소재는 섬뜩함이 먼저 전해진다. 

택시 안에서 우연히 타인의 스마트 폰을 발견하게 된 남자, 처음엔 이 주인을 찾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전화기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연락을 취하려 했다. 

그런 가운데 전화기 속에 담긴 사진을 보게 되고 그 사진 속에 담긴 여인의 사진은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자신의 취향인 검은 흑단 머리의 미인, 때마침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게 되고 실제 전화기 주인이 사귀고 있는 남자의 것이란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전화기를 건네주는 과정이 있기 전에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 남자는 다양한 SNS의 활동을 이용해 비밀번호와 앱을 깔아 두고 그들의 동선과 관계망까지 들여다보는 해킹 작업을 하게 된다. 

친한 친구들이라든가 그다지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사람들까지도 좋아요! 를 누르면 원활한 맺음을 이어주는 매체 SNS의 피해는 이 책을 통해서도 확실히 공포감과 함께 내가 알지 못하는 타인이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몰아쳐오는 극대치의 순간들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우연히 접한 스마트 폰의 피해를 통해 이성 간의 교류를 교묘히 이간질하고 이별까지 가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는 과정의 치밀함, 가족들과의 관계가 많지 않은 여인들만 골라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의 그릇된 극단적인 희열감 속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숨 막힘이 잘 그려진다. 

분명 이기 문명은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하고 바쁜 현실 속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이용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양갈래의 선택은 신중함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믿었던 사람의 실체가 공개되고 그런 가운데 독자들이 전혀 예상 밖의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 순간도 저자는 스마트 폰이라는 물건의 악용이 다른 방법으로 선회를 했을 때 또 다른 결말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그린 기발한 착상은 왜 이 책이 제15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최종 수상작에 올랐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해킹하는 사이코패스의 생각과 행동, 스마트 폰 분실 때문에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게 된 여인과 그의 연인, 인적이 드문 숲 속에 여인의 시체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른 수사를 좁혀가는 수사관들의 시선을 같이 동시에 그린 이 책은  경찰들의 행동을 그린 면에서 프로라는 생각보다는 어설프고 과감한 결단력이 다소 부족한 캐릭터로 나온 것이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하나의 필수품을 자리 잡은 스마트 폰이란 소재를 가지고 다룬 다양한 해킹의 세계와 피해를 당하는 자의 심리를 제대로 잘 그렸단 점에서 서스펜스 스릴이란  장르의 묘미를  잘 다뤘다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하루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나의하루한마디

나의 하루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의 하루 한 장
정호승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한 해의 마지막 달력을 달랑 한 장 남겨두고 이것저것 정리할 일들이 태산이다.

첫 시작일인 1월부터 뭐가 그리 바쁜 일들이 많았던 것인지, 요즘 책상을 뒤적거리면서 버릴 것, 다시 모아서 두어야 할 것, 책들과의 이별 선정과 타인에게 보내 줄 책 선정, 다시 보고픈 마음에 소장해야 할 책 선정까지…

쉬엄쉬엄 한다고는 했는데 여전히 손길은 바쁘다.

 

학창 시절 절친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코팅된 글들이 있다.

한창 유행했던 정호승 시인의 시 구절을 정성이 깃든 자필로 만년필을 이용해 한 구절 한 구절씩 정성스럽게 쓰고 그것을 코팅해 고리로 연결된 상태인 달력 형태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코팅지에 적힌 글귀들을 보면 당시를 회상하게 되고 그 시절에 있었던 추억을 더듬어보게 만드는 활력소가 된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보는 정호승 시인의 글이 참으로 좋다.

그것도 일력 형태로 만나보니 환상 그 자체다.

일력으로 선물 받은 달력들도 있지만 이  일력 형태로 만난 글 구절은 일단 요일과 연도에 상관없다는 점^^

 

1월1일 한마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와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에서 추려낸 글귀들을 통해 시인 스스로가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하는 구절들이 일반 독자들에겐 물론 힘든 일을 겪고 있거나 결정할 사항에 고민 중인 사람들, 그밖에 글을 읽음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력으로써 모자람이 없다.

 

5.5한마디

인간관계에서 오는 많은 오해와 불협화음들 속에서 나 자신 스스로를 다지고 추려서 힘을 내게 할 수 있는 글귀들,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결코 실망하지 말기를, 겸손과 감사함, 그리고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정말 많은 공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글들이 많다는 점에서 감동을 느끼게 해 준다.

 

 

7.26한마디

 

 

7.29한마디

 

한해 한 해가 지나갈수록 나이를 먹어간다는 뜻인지 요즘엔 새삼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살게 된다.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잘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하고 큰 충돌 없이 타인들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어서 감사하고…

뭐를 달고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이 글 구절들 한 장씩 넘기면서 읽다 보니 미처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인생에 관한 깊이를 다시 한번 느껴보게 해주는 일력이다.

 

 

앞.뒤한마디

 

연말연시라서 그런가, 정리의 의미처럼 다가오는  특히 곧 맞이하게 될  크리스마스라는 이름하에  방송에서는 연일 선물용으로 좋은 상품들을 선전하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지인들에게 이 한 권에 담긴 일력을 선물한다면 어떨까?

큰 부피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한 장한 장 넘길 때마다 선물해 준 사람을 기억할 수 있다는 기쁨,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따뜻한 글귀로 인해 하루하루를 지내게 된다면 그 이상의 선물은 없을 것 같은데…..

 

연노랑색의 종이케이스에 담겨 있어 가벼우면서도 산뜻한 느낌이 주는 일력!

짧지만 긴 여운을 통해 새롭게 다가오는 내년에도 더욱 힘찬 용기를 갖게 해 줄 수 있는, 작지만 그 의미는 무엇보다도 크게 다가올 수 있는  선물용으로 딱이다.

                                                 
                                            

 

파리의 아파트

파리아파트

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출간될 때마다 국내의 고정팬들 뿐만이 아니라 한 번쯤은 들어봤을 작가 기욤 뮈소의 신작이다.

 

고국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이렇게 호응이 좋은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답게 이번에도 여전히 스피드 한 전개는 변함이 없다.

 

전직 형사 출신인 매들린은 사귀던 연인이 본부인에게 돌아가고 실연의 아픔을 잊으면서 크리스마스의 휴가를 지내기 위해 파리를 선택한다.

머물 곳을 택한 집은 다름 아닌 천재적인 화가인 숀 로렌츠가 자신의 그림 완성을 위해 살았던 아틀리에 겸 생활할 곳으로 지내던 곳이다.

 

그런데 아무런 상관도 없는 한 남자가 집에 들이닥쳤으니 이 일은 어찌 된 일일까?

은둔형의 극작가인 가스파르는 자신의 새 작품 구상을 집필하기 위해 에이전시가 마련한 임대주책을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매들린을 만나게 된다

 

임대회사의 전산착오로 인해 한 집에 두 이성이 머물게 된 사연, 결코 양보할 수없는 기싸움이 시작된 가운데 우연히 접한 숀의 심장병 사망으로 인한 아픈 소식과 함께 그의 아들이 부인과 납치되었다가 부인이 보는 앞에서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숀은 아들이 죽지 않았단 확신을 가지고 다른 방향으로 선회해 아들을 찾고자 했다는데, 안타깝게도 이미 고인이 된 상황, 그의 아들은 찾을 수 있을까?

 

전작에서는 두 이성 간의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맞물려 싸우는 과정이라든가, 어떤 상황을 겪게 되면서 둘의 로맨스가 이어지는 형식을 주로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바로 부성애를 강조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숀은 자신의 뮤즈로서 작품 활동에 활발한 영감을 불어넣어줬던 부인과의 사이에서 점차 불화가 잦아지는 상황이 오지만 그 가운데서 아들에 대한 사랑만큼은 타 부모들과 같은 심정을 보인다.

무명시절에 함께 활동했던 여인의 숀에 대한 원망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지만 결코 아들은 죽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 자신의 모든 작품 활동을 접고 찾아 나서는 부성애는 작가가 기존에서 다뤘던 스릴의 형식을 취하는 가운데 극과 극 관계인 매들린과 가스파르가 이 사건에 뛰어들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실연의 아픔을 뒤로하고 정자 기증을 통해 아이를 낳아 키우려 했던 매들린, 어릴 적 아버지와의 원활치 못했던 관계의 아픔 때문에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가스파르란 두 인물의 각기 다른 사연은 숀의 아들 찾기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가족의 의미를 부여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혈연으로 엮인 공동체가 일반적이지만 이 책에서 보이는 범인의 성장 정이나 숀의 가정사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점차 분업화되고 개인주의의 독신세대가 늘어가는 요즘의 세태를 비추어 볼 때 서로가 다른 사정으로 인해 함께 ‘가족’이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들의 전개 상황이 저자의 현 세태를 직시하면서도 진정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이 작품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이를 낳고 키워봐야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기욤 뮈소가 그린 이 작품 속에 그가 생각하는 부성애에 대한 의미를 들여다보는 듯한 작품이기도 하다.

 

초기 작품인 ‘스키마다링크’ 이후 잔잔하면서도 달콤한 로맨스를 그린 것이 주된 작품의 활동이었다면 이제 다시 스릴의 맛을 느끼게 해 준 전작 ‘브루클린의 소녀’ 이후 이 작품에서도 이미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만큼 차후 작품에서는 어떤 스릴이 기다리고 있을지 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시월의 말(馬)

시월의 말 1

콜린 매컬로 저/강선재,신봉아,이은주,홍정인 공역
교유서가 | 2017년 12월

*****  이긴 전차의 오른쪽 말이 시월의 말이 되었으며 의식에 따라 창에 찔려 죽임 당했다. (…) 로마가 가진 단연 최고의 것은 로마를 지배하는 한 쌍의 동력인 전쟁과 영토에 제물로 바쳐졌다. 바로 이 쌍둥이 동력에서 로마의 힘, 로마의 번영, 로마의 영원한 영광이 비롯되었다. 시월의 말의 죽음은 과거에의 애도이자 미래에의 전망이었다. – p 9~10

 

책의 첫 시작 부분부터 책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해주는 위의 구절은 전통적으로 행해온 로마의 의식이었다.

 

루비콘 강을 건넌 카이사르가 파르살루스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폼페이우스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당도한 곳이 이집트-

그 유명한 역사적인 인물 클레오파트라가 있던 곳이자 그와 그녀 사이에서 잉태된 자식까지 낳은 땅이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낮았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란 말이 있듯이 영리한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르의 인물 됨됨이를 알아보았고 우리가 실제 상상했던 미인도 아니었다는 것으로 표현이 된다.

 

상상컨대 미모보다는 그녀의 높은 지식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알게 되는 그녀의 매력에 카이사르가 빠지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폼페이우스의 죽음 이후 그의 잔당과 대결을 벌이게 된 카이사르는 카토의 존재를 타 책들보다 비중 있게 다룬 작가의 역량으로 한층 긴박함을 느끼게 하는 한편 대결에서 패한 후에 자살로 마감한 생을 통해 학자이자 스스로 금욕을 지키면서 살아간 자신의 마지막 일생도 그 다운 방식으로 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기타 다른 책에서도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카이사르에 대한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로마의 공화정을 폐지하고 제정으로 가는 초석을 마련한 그였지만 그가 생각한 정치인으로서의 고뇌와 정적까지 용서를 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기울여 로마의 청사진을 마련했다는 점은 같은 로마의 정치인이자 선배 격인 술라와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을 부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말이 쉽지, 시시각각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정적, 특히 브루투스를 용서하는 과정은 보통의 사람은 아니란 생각이지만 아마도 생각건대 그가 생각한 보다 넓은 의미의 용서는 차후 자신의 안위보다는 훨씬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이 가진 월등한 면을 이용할 필요성과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조차도 무시해버릴 정도의 배포가 큰 인물이었단 것을 느끼게 해준다.

 

권력의 쟁점으로 막바지로 치닫는 카이사르가 권력의 이면에 서로 다른 반대파들의 견제와 그 수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며 가이우스 마티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들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 “건전한 정치적 경쟁이 존재하는 이상 내 추종자 중 거친 자들도 선을 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모든 정부 기관이 내 추종자들로만 꽉 찬다면 나보다 젊고 야심 찬 누군가가 나를 죽이고 독재관 자리에 앉는 걸 무슨 수로 막겠나? 정부에는 반드시 반대 세력이 있어야 해! 없어도 되는 건 보니야. 반대를 위해 반대하고 자기들이 반대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자들이니까. 그러니 보니의 반대란 성실하고 신중한 분석의 결과물이 아니라 비이성적이었던 거야. 내가 과거 시제를 쓴 것에 주목하게. 이제 보니는 없어. 아프리카 속주에서도 그걸 알게 되겠지.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올바른 반대였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내전을 해서 실제로 얻은 거라곤 반대의 절멸이지. 난 곤경에 처했어.- p 384

 

결국 성대한 축제처럼 여겨지는 시월의 말 의식은 카이사르 자신을 가리키는 것임을 알고나 있었던 것일까?

 

마스터즈 오브 로마 시리즈 6번째에 해당되는 시월의 말을 통해 점차 카이사르의 찬란했던 영광과 지는 석양을 함께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후 벌어질 다음의 권력 패권 전개 과정이 더욱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렇기에 카이사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내용이 들어있는 책이기도 했다.

 

저자의 철저한 고증과 당시의 묘사들을 통해 독자들은 이번에도 그 시대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읽어가는 과정 또한 타 책들과 비교해 보는 기쁨도 누릴 수 있는 책이기에 마지막 완결까지의 기대감을 불어넣는 책이다.

 

오리진1.2

오리진1[세트] 오리진 – 전2권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11월

4 년만에 신간으로 만나본 오리진-

저자의 단골 테마인 역사와 종교, 그리고 과학 접목을 다룬 내용들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활발히 이용된다.

 

종교와 과학 간의 가장 확연히 눈에 띄는 쟁점인 인간은 과연 누가 만들었는가?

우리가 믿고 있는 신의 힘에 의해서인가? 아니면 과학자들의 주장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에 의해서 탄생이 된 것이 아닌 어떤 힘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진화를 거쳐 탄생이 된 것인가? 를 다룬 이 책은 깊은 관심을 불러 모은다.

 

주인공은 여전히 랭턴 기호학 교수다.

이제는 나이도 들만큼 들어서 머리도 희끗하고 몸도 많이 불은 모습의 톰 행크스가 떠오르게 되는데, 책은 랭턴의 제자이자 세계적인 갑부이면서 미래학자, 컴퓨터 과학자인 에드먼드 커시의 초대를 받고 스페인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에 도착하면서 시작이 된다.

 

 

이미  프레젠테이션이 열리기 전 세계 종교회의의 주요 인물인 각 종교계의 수장들을 만난 커시는 카톨릭 주교, 랍비, 이슬람의 대표자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모종의 사실을 발표하겠다는 말을 한 상태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도착한 랭턴은  커시가 제작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랭턴을 미술관에 인도하는 인공지능 윈스턴의 안내를 받아 발표장에 가게 되고 같은 시간에 이슬람 대표와 그 이후에 차례대로 랍비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발표를 하던 커시를 죽인 전 해군 장교의 행동으로 혼란에 빠진  미술관을 빠져나오는 랭턴과 암브라 비달이라는 스페인 왕세자와 약혼한 미술관장은 이후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행동에 나서게 되는데….

 

책은 같은 종교계에서도 보수파와 현대적인 발걸음에 발맞춰나가야 한다는 진보적인 세력 간의 의견 충돌 과정과 그 가운데서 벌어지는 인류의 탄생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제시한 커시의 발표를 비교해 보는 글로 대변되고 있다.

 

인류의 탄생 기원이 결국은 어디로 가는가에 전착하게 되는 물음의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과정 속에는 인간의 두뇌 발달과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공지능의 기하학적인 발전의 속도를 체감 있게 느끼게 만들고 이러한 장치들은 종교와 과학 간의 비교대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책의 배경인 스페인의 유명한 박물관과 작품들, 가우디의 건축물과 기하학적인 예술작품들을 통해 저자가 그려보고자 한 내용들을 대변하는 커시의 주장과 종교의 갈등 속에 인간이 지닌 혼란을 정리해 가는 주교의 인생, 그리고 뭣보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인공지능 윈스턴에 전적으로 의존해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랭턴 교수의 모습은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과연 인간이 만든 과학으로 인해 인간이란 종은 결국 인공지능에게 흡수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까지 던지게 만든다.

 

인공 지능과 우버택시의 출현,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생활의 밀접한 작은 생활 하나하나까지 침투해가는 과학의 발전은 종교계가 주장하는 인간의 탄생과도 비교되는 글들로 인해 과연 책 속에서 말하는 7계에 이르는 과정이 올까? 하는 것을 염두에 두게 만든다.

 

*****: “인류의 지식 중심에는 이 두 가지 수수께끼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다시 말해 인간의 ‘창조’와 인간의 ‘운명’이죠. 이거야말로 가장 보편적인 수수께끼입니다.” –  P.28

 

 

창조론과 과학의 상반된 주장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 어떤 책들도 시원한 해결 답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데서 여전히 우리 인간들은 우리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을 제시한 저자의 글을 통해 그 해답을 언젠가는 듣게 될 날이 올까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오리진 말

저자의 말처럼 이미 과학적인 증거로 인해 하나둘씩 밝혀지는 인류의 발전은 종교와 어떻게 화합을 이루고 같이 공존해 나가느냐에 따라 인류의 삶 자체도 평화롭게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종교도 중요하고 과학도 중요한,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미래의 그 어떤 날을 기대해보게 되는 책이기도 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각 나라의 유명한 건물이나 예술품, 작가들을 동원해서 나름대로 이야기의 맛깔스러운 조합을 이룬 글들이지만 이미 식상한 탓인지, 아니면 작가의 패턴을 이미 익혀버린 탓인지 스페인이 갖고 있는 유명한  모든 것들을 통해 일일이 설명해 나열하는 식의 글들은 지루한 면이 없지 않게 느껴졌다.

 

다만 인류의 탄생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나름대로 소설의 소재로 이용해 그동안 다뤄왔던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다양한 변주의 내용들을 매번 접할 때마다 저자의 노력이 많이 깃든 작품이란 데에는 변함이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