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12월 5일

마지막 패리시 부인

패티시마지막 패리시 부인 미드나잇 스릴러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요즘 강세인 심리스릴러-

특히 여성들이 주인공이 책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이 책 또한  그러한 느낌을 충분히 주는 책이다.

 

가난을 탈피하고자 하는 한 여성, 지긋지긋한 그러한 삶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여성  엠버 패터슨은 미주리 주를 벗어나 부촌들이 모여사는 코네티컷 비숍 하버, 특히 그중에서 미남에다 부를 거머쥔 부동산 거물 잭슨 페리시를 눈여겨본다.

 

모두가 인정하는 완벽한 부부, 잭슨과 그의 부인 대프니, 그리고 두 딸, 절벽과 해안, 좋은 풍경이란 풍경은 모두 갖춘 그 부부에게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엠버는 자신의 가난을 벗어나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쪼들리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궁리하다 대프니에게 병으로 사망한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빌미로 그것을  공통점 삼아 접근한다.

 

같은 병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좋은 일을 하는 대프니에게 서서히 신뢰를 쌓게 되면서 잭슨에게 접근하는 엠버, 그녀는 과연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책은 흔하게 부를 거머쥔 사람을 자신이 갖고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접근하면서 목적을 이루는 과정과 그 뒤의 결말들을 이루는 형식을 취한다.

 

엠버의 시선으로 그려진 내용과 대프니의 시선으로 그려진 내용,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내용까지 총 3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방식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부와 가난에 대한 차별과 그 방식을 뒤집고 자신만의 세상을 이루어나가고자 했던 욕망에 가득 찬 한 여성의 내밀한 심리와 겉으로 보기엔 완벽했던 부부지만 가까운 엄마에게조차 말할 수없었던 아픈 내밀한 사연을 가진 여성의 삶을 대조시킴으로써 물질만능주의로 가득 찬 현실에서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식의 허영과 목적을 향해 인간의 원칙적인 도를 무시하는 탐욕과 지긋한 가난에 벗어나고자 하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허름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몸부림이 부를 이룬 모습 속에 외로운 삶의 모습과 비교를 하게 된다.

 

두 자매가 공동으로 집필한 책인 이 책은 잭슨의 성향이 처음부터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쉬운 점을 주기도 하지만 두 여인 사이에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진정으로 행복을 이루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를 반전의 맛을 느끼며 읽어나가게 하는 책이다.

 

소재상으로는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플롯이지만 막판에 스릴의 맛과 결정타를 날리는 부분에서는 충실히 기존의 심리 서스펜스를 따른 작품답게 영화로도 나온다면 두 여인의 대결을 통해 보는  재미도 선사해  줄 것 같다.

 

 

지나가는 녹색바람

지나가는 녹색지나가는 녹색 바람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11월

제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작가 구라치 준의 일상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이다.

저자의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1편으로 알려진 작품이라고 하는데 처음으로 접한 작가인 만큼 이야기의 내용이 궁금했다.

 

흔히 추리에서 다루는 밀실 살인을 다룬 이 이야기는 요즘에도 간간히 나오는 심령술과 과학적인 사실에 접근해 그 실체에 대한 잘못을 밝히려는 두 개의 세계가 충돌하면서 보이는 사건을 그린다.

 

어렵게 자수성가한 호조 가문의 수장 효마 노인은 부자가 되었지만 사업에만 몰두한 나머지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과거의 일, 특히 죽은 부인에 대한 뒤늦은 미안함이 더해져 심령술에 심취하게 되고 심령술사를 통해 부인에게 가까이 가고자 한다.

 

가업을 잇지 않겠다고 할아버지와 의견 충돌을 벌인  손자 세이치는 10년 간 본가를 방문하지 않던 차에 할아버지가 이상해졌다는 엄마의 부름을 받고 집을 들어가게 되는데, 마침 영매의 사기를 밝히려는 초 심리학 연구원인 젊은이 두 명과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들어가지 않던 할아버지 방, 그것도 소위 말하는 밀실의 개념처럼 여겨지는 공간에서 할아버지는 죽어있는 모습으로 발견이 되고 이어 할아버지가 희망하던 강령회를 연 그날 영매마저 모든 사람들이 모여든 밀실에서 살해된다.

 

책은 세이치의 시선과 세이치의 사촌인 사에코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아무도 죽일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모인 가족공간, 부를 이룬 할아버지에게 어떤 원한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인간관계를 지향했던 사람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은 저마다 그럴듯한 죽일 배경과 이유를 생각해보지만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

 

세이치의 선배로 나오는 네코마루란 인물이 여기서 등장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오지는 않는 캐릭터다.

 

조그마한 새끼 고양이를 빼닮은 동그란 눈에 눈썹 아래까지 길게 기른 머리, 헐렁한 검은색 윗옷을 걸친 남자로 묘사되는 인물, 상대방에게 면박 비슷한 말투를 곁들여 도무지 이 사람이 문제의 해결에 접근을 해나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마저 들게 하는 캐릭터라 시리즈물 치고는 의외의 활약을 펼쳐 보였단 점에서 비중이 생각보다 적게 나온다.

 

하지만 밀실에서 벌어진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조리 있게 조목조목 그 근거를 제시하며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은 독자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지나쳤던 글 행간의 무심 성을 밝혀낸다는 점에서 무엇을 놓치고 읽었는지에 대한 트릭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의심 성과 그 의심성에 대한 허위의 거짓을 밝히려는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 간의 대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의 내용은 상당 부분이 이러한 점에 치중을 두고 다.

 

책은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범인의 실체가 밝혀지고 뜻밖의 또 다른 사람의 범행이 밝혀지는  과정이 커다란 문제점이 대두된 사회적인 가시거리가 아닌 집 안에서 벌어지는 잔잔한 바람결에 스쳐 지나가 듯 펼쳐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란 점에서 기존의 타 작품들과는 다른 스릴의 맛을 보여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크게 동요되지 않는 비밀의 실체와 그것을 밝히는 네코마루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스릴과 추리의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준 작품,  차후 다름 시리즈 출간이 된다면 ‘네코마루’의 두드러진 활약을 기대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작품이다.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지금도 케이블을 틀면 나오는 영화, 마션의 주인공의 활약을 그린 재미난 영화는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신선한 과학 SF계열의 책을 쓴다는 것은 거기에 합당한 과학 지식의  기반은 기본이겠지만 여기에 덧붙여 생존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주인공의 유머가 적절히 배합된 글이 더해져 재미를 줬다는 점에서 다른 소설과는 차이점을 준다.

 

그런 와중에 다시 접하게 된 ‘아르테미스’의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을 말한다.

 

이런 이름 안에 새겨진 저자의 상상력의 나래는 마션에 이은 또 하나의 재미를 줬다는 점에서 일단은 합격-

 

미래를 시공간으로 정한 책의 배경은 달, 그중에서도 달 위에 건설된 최초의 도시 아르테미스다.

총인구 2천 명의 이 도시는 다섯 개의 버블과 이를 잇는 터널로 이루어져 있고 각 구마다 특색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셰퍼드나 올드린이라 불리는 버블에는 관광객들과 억만장자들이 이용하는 고급 호텔과 휴양시설이 있는 장소로, 그와는 반대로 콘래드 버블에는 노동자와 범죄자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형식이다.

 

아르테미스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소녀인 재즈 바샤는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한 소녀다.

그녀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최하층에 속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생각하는 부의 돈은 아르테미스에서 사용하는  단위인 슬러그로 계산하자면 416,922가 필요하다.

부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짐꾼으로 일하면서도 간간히 밀수를 하는 부업도 하는 처지,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사업가 트론의 부름을 받고 그의 부탁을 듣게 된다.

 

막강한 사업의 부를 이룬 트론은 경쟁업체를 이기기 위한 모종의 계획을 재즈에게 부탁하게 되고 이를 수락하는 재즈, 하지만 실수로 들통나게 되면서 위험에 처하게 되면서 전혀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더군다나  트론마저 살인을 당하게 되자 오히려 범인으로 몰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자신의 무죄를 밝히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전작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 또한 저자의 유머 감각이 발휘된 유쾌하면서도 자신의 억울함과 진실에 접근해가는 활약을 펼치는 소녀의 모습이 재미를 준다.

 

과학적 공상소설은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책, 더군다나 저자의 과학지식을 필두로 해서 다양한 조합의 읽을거리는 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종에 구애받지 않고 소유하지 않는 공간이란 사실을 인식시키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이야기꾼답게 풀어나가는 솜씨가 여전하다.

 

천재소녀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자신의 위기를 탈출하려는 행동 앞에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모험담을 그린 책, 저자 특유의 블랙유머가 곁들여져 놀라운 범죄 프로젝트를 풀어나가는 데에 활력소를 이룬다.

 

마치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지는 이러한 가상의 장치들이 실은 이미 실현단계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을 더해가는 기분을 주고, 지구나 달이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 자체도 이러한 천차만별의 삶의 모습들이 있고 더군다나 탐욕을 앞세운 인간의 이기심이 달에서도 펼쳐진다는 저자의 상상력이 흥미를 돋우는데 일조를 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영화로도 성공한 ‘마션’답게 이 책의 내용 또한 영화로도 나온다면  마션과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영화 장면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