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7년 12월월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우린

폴랜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이우일 지음 / 비채 / 2017년 12월

여행이란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내가 살고 있는 어떤 장소를 벗어나 아무도 연관된 것들이 없는 곳에 정착해서 살아간다는 것,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여행이 주는 의미는 크다는 생각을 해본다.

 

휴가를 맞아서 다녀오는 여행이 아닌 요즘 유행하고 있는 현지인들의 집을 빌린다든가, 아니면 일정기간 동안만이라도 내 집처럼 살아갈 수 있는 곳을 빌려서 정착생활을 해본다는 것은 짧은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인 퐅랜은 포틀랜드를 줄여서 부른 말이라고 한다.

책을 펼치면 낯익은 그림들을 볼 수 있는데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드니]와 하가시노 게이고의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라는 책에서 일러스트를 그렸던 작가다,

 

한국과도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살게 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시종 여유로운 감정을 받게 한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익숙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이 지역에 대한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인간은 자연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이곳의 날씨는 일 년 중 반 이상이 비가 내리는 탓에 웬만하면 비를 그냥 맞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마도 서울에 있다면 산성비를 맞으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을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우산을 쓰는 것이 당연했지만 아내나 딸은 우산을 쓰지 않은 채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되자 저절로 자신마저도 그 환경에 적응하게 되더라는 글이 그곳의 분위기가 어떤지 대강 짐작을 하게 한다.

 

워낙 땅이 넓은 곳인 미국이라지만 우리가 알고 있었던 미국의 한 도시를 연상시키는 모습들과는 다른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는 포틀랜드는 현재 2년 정도 체류하고 있는 저자의 눈과 마음을 통해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바쁜 생활을 벗어나 여유를 가져보라고 권하는 듯하다.

 

차를 이용해 운전해서 가지 않아도 되는 곳, 자전거로도 얼마든지 생활을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든 자전거 도로의 완벽성, 마치 슬로시티를 연상시키고 공해의 문제는 상관없다는 식을 느끼게 해 주는 곳, 다양한 민족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미국의 특성상 음식만 해도 아시아에서 중동에 이르기까지, 특히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푸드트럭에 대한 지원을 정책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데서 관심을 끌게 한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자신들에게 맞는 도시형태를 갖추어 살아가고 있는 장소이자 그곳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으며 시간에 쫓기듯 생활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환상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도시, 바로 퐅랜이었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실생활에서 오는 짜증과 불안감, 미래를 생각할 때의 우울함이 느껴진다면 이곳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비앤비도 좋고 아니면 저자처럼 일정기간 오래 머물 것을 생각해 한 장소를 선택하고 그곳에서 적응하며 살아보는 것, 여행 중에서도 나를 돌아보고 느껴볼 수 는 긴 여행으로써는 아주 만족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더불어서 저자가 아주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칼과 혀

칼과 혀

 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해마다 혼불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여러 문학상들이 있지만 유독 이 상을 수상한 작품을 해마다 거르지 않고 읽게 되는 것은 이미 고인이 된 저자의 문학의 느낌 여운이 남아있다고나 할까?

거기에 더해 계속 한국 문학 창작의 변주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접목하려는 작가들의 신선함이 나와는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방송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

TV를 틀게 되면 배꼽시계가 어떻게 배고픈 줄을 알고 그 시간에 맞춰 방송을 해주는지…

보다 보면 밥상머리에 있는 음식은 멀리하게 되고 오히려 군침이 돌게 만드는 음식 프로그램에 빠져들게 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인간의 먹고자 하는 욕구, 특히 식욕은 성욕과도 맞먹는다는 말이 있던데, 이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세 인물의 동선은 ‘요리’와 ‘칼’, 특히 ‘혀’와 상반되는 ‘칼’과의 극명한 대립을 그렸다는 점에서 타 수상작에 비해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품인 이 책 속의 배경은 1945년 일제 패망 직전의 붉은 땅 만주를 배경으로 한다.

전쟁을 싫어하는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 책 속에서 유일한 실존인물로 나온다.

그가 머물고 있는 곳에 그를 암살하려고 작심한 중국인 요리사 첸이 붙잡힌다.

중국 지하운동원인 그의 목표가 실패로 끝남에 따라 자신의 목숨이 붙어있질 않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모리는 그를 살려주되 요리사라 했으니 정말 맛난 요리를 하는 조건으로 그를 살려준다.

 

시시각각 조여 오는 매끼 한 순간마다 요리를 해야 하는 두려움 속에 자신의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첸, 그런 그에게는 조선인 아내가 있다.

 

길순-

청진에서 아버지를 뒤로하고 독립운동하는 오빠를 찾아가려다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된 여인, 첸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도망치지만 길순의 목적 또한 첸과 다르지 않다.

 

책은 세 인물이 생각하는 전쟁에 대한 생각과 자신들이 해야 할 의무와 목적을 앞에 두고 생각하는 것을 보이는 과정을 통해 당시의 패망 직전의 일본인들의 생각, 이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다 혀를 잘리고 그러면서도 결국 다시 모리의 요리 요청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던 첸, 모리의 현지처처럼 살아가는 길순이 오빠의 독립 지시를 따르기 위해 모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들까지 요리의 여러 가지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소개와 과정이 함께 곁들여져 앙상블을 이룬다.

 

어릴 적 엄마의 음식인 분고규에 대한 맛을 잊지 못하는 모리는 맛과 미륵불의 미(美)에 대한 관심을 통해 전쟁 중인 현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 그러한 모리를 향해 자신의 음식 솜씨를 통해 서서히 천연의 자연 맛이 아닌 사람의 손 맛에 길들여져 가게 만드는 첸의 집요한 목적의식과 더불어 자신의 몸을 이용해 점차 모리의 목숨을 노리는 길순의 행동과 말들은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그 시대에서 겪을 수 있는 인간들의 본성을 제대로 드러내 보인다.

 

 

말혀문장

눈뜨면 다시 시작되는 전쟁의 두려움, 언제 죽을지 이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되면서도 인간의 식욕 그 자체는 이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덤벼들 만큼 강한 본능의 자세를 취하게 만든다.

 

책 속에서 그려지는 세 인물들은 각기 자신들의 나라를 대표하는 등장인물로도 생각할 수 있고, 그러한 가운데 요리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향한 인간적인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은 어느 인간이 나쁘고 좋다는 것을 떠나 이념과 전체적인 무리 속에 힘없는 한 인간들의 나약함을 보여준 작품이란 것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온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중국 음식에 대한 지식을 재밌게 볼 수 있는 글은  생존과 죽음, 그러한 가운데 한 순간 음식 앞에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 주인공들의 느낌을 통해 독자들 또한 다양한 음식 맛을 느껴보고 싶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원….우리가 하나였을 때

원표지  –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표지의 강렬한 색채와 스웨드 천처럼 느껴지는 촉감의 책, 더군다나 제목 자체도 ‘원”이다.

원…. 우리가 하나였을 때 란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 처음에는 어떤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흔히 말하는 샴쌍둥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릴 적 방송에서 보던 영상으로 접한 샴쌍둥이의 화면이 기억나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 다룬 이야기는 실제 우리가 생활하면서 느껴지지 않는 소중한 것에 대한 것을 재차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책이다.

 

 

원1

 

샴쌍둥이로 태어난 그레이스와 티피는 이렇듯 한 몸으로 이어지다 분리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실직자이자 술에 찌들어어사는 아빠, 가정을 실제적으로 이끄는 가장 역할의 엄마, 그나마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여기에 발레를 잘하는 막냇동생, 그리고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들.

 

오로지 그레이스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책의 내용은 특이한 형식을 취한다.

자유시 형식처럼 쓰인 글들은 금방 읽을 수 있는 가독성, 그리고 8월부터 시작해 이듬해인 3월까지 그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담담한 채색을 입힌 글들 때문에 독자들은 보통의 삶을 엿보는듯 하다가도 문득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각의 반성을 느끼게 되는 글들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홈스쿨링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학교에 진학하게 된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시선들 속에 오로지 그들을 친구로 대해 준 사람들은 병에 걸린 야스민과 존뿐이었다.

 

신체적인 조건만 불편할 뿐이지, 그 나이 때에 가지는 이성에 대한 감정과 이에 대한 감상들, 자신들의 의료비 때문에 허덕이는 부모를 바라보는 심정들이 때론 안쓰럽게, 때론 좀 더 의학적인 발전의 한계성에 대한 원망을 가지게 한다.

 

분리 수술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희박한 가능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심정들은 부모, 친구,동생 앞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며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내는 글들은 일반인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한다.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한 가지인  나무 위를 올라간 과정들, 읽다 보면 웃음을 짓게 만들다가도 눈물이 또로록 흘러나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없게 만드는 글들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한쪽에 치우진 신체적인 조건을 감당하며 두 몸이 하나가 될 때의 삶, 그것을 온전히 지탱하며 살아갔던 티피의 삶은 그레이스가 있음으로 해서 이겨나갈 수 있었고 그레이스 또한 티피가 있음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거저 살아왔단 글은 가슴이 아파오게 만들었다.

 

–  결합 쌍둥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티피는 나를 지켜주었고 우리 몸 전체에 필요한 혈액 대부분을 순환시키며 홀로 그 모든 짐을 감당했다.

 

나는 삶을 거저 살았다.

 

그리고 티피는 불평하지 않았다. -337p

 

원2 원3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생활, 그 자체의 고귀함과 고마움을 느껴주게 하는 책, 올 연말에는 이런 따뜻한 시선이 담긴 책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극한견주

극한견주  극한견주 1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세. 나. 개’를 즐겨 본다.

개뿐만이 아니라 애완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나 할까?  동물들과 인간관계의 유착에서 오는 갈등과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제시 방안과 실천 사항들은 타인의 입장임에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웹툰 작가인 마일로의 ‘극한 견주 1’편이 나왔다.

개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하는 사모예드 종을 키우고 있는 저자의 일상생활을 밀착 취재한 것처럼 그려진 이 책은 솜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개와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다.

 

 

송이사진

 

 

어릴 적 키운 솜이가 점점 자라면서 행동의 반경이 넓어지고 개의 품종 특성상 털갈이가 시작되면  행사처럼 나타나는 개털과의 전쟁, 큰 덩치에 맞지 않는 다른 개들을 무서워하는 행동과 함께 방송에서 보던 개를 키우는 견주의 입장과 자신의 반려견 사이의 조화를 다룬 이야기들이 책을 보는 동안 마치 내가 키우고 있던 개를 회상하게 만든다.

 

산책 시에 엄청난 기운이 폭발하는 가운데 주인이 끌려가는 현상들 때문에 여러 가지 개줄을 사용하게 되는 이야기, 사료 외에 사람이 먹는 음식에 식탐을 주체 못 하고 먹는 행위, 슬리퍼 하나를 갖고 견주와 눈치싸움 벌이는 장면들, 레이저 빛을 이용해 솜이를 놀리는 장면들은 웃음을 연발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솜1 송이2

 

키우면서 밉다가도 귀엽고, 그런 느낌이 서로 통하는 것을 알 때의 견주와 반려견 사이의 교류는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데, 마치 이 책은 그런 점들을 포착해 잘 그려내고 있다.

 

천방지축 솜이 때문에 잠은 비록 잘 못 자지만 그래도 여전히 솜이와 마일로 작가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며칠 전 뉴스에서 출산율보다 동물병원이 더 많아졌다는 보도에 혼자 사는 세대가 급속히 늘어나는 실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반려견, 반려묘, 기타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동물들, 이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을 두루두루 보여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기탄잘리

 

기탄잘리 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학창 시절 ‘타고르’에 대해 배웠을 때는 동방의 등불’이란 말로  인물로 기억이 된다.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란 것도 흥미로웠고 인도 출신의 시인으로서 수상했다는 것도 기억에 남을 만큼 인도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계기가 되었던 사람이다.

그가 남긴 이 책, 기탄잘리가 바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작품이다

 

 

기탄초상

 

기탄잘리란 기트(git)’즉 노래를 뜻하고 ‘안잘리(anjali)’는 두 손 모아 바친다는 의미라고 한다.

붙여서 말하면 ‘노래에 바침’으로 해석이 된다.

 

처음에 이 책이 나오기까지는  자신의 언어인 벵골어로 쓰였다가 타고르 자신이 영어로 출판하게 된 것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책이다.

처음에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이 시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는데, 이것만 보면 타고르의 적극적인 행동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책 속의 형식은 특별한 주제가 있고 쓰인 글들이 아닌 어느 장을 먼저 읽어도 무방한 연가 형식을 취하되 독립적인 글들이 들어있다.

 

저자 자신의 종교나 이념, 자아, 사랑, 삶을 그린 대목들 하나하나를 읽고 있노라면 경건 그 자체로 울림을 주며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기도로서도 무방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기탄글

 

 

 

총 103편의 산문시가 전반부에 있다면 후반부에는 타고르 개인적인 생애가 담긴 글들이 들어있다.

그가 자라온 가정환경, 삶의 생애, 기탄잘리가 나오게 된 배경과 그가 관계를 맺고 있던 유명인들과의 일화까지 곁들여져 있어 후반부에 소개된 저자의 삶을 먼저 읽고 전반부의 시를 읽어도 좋고 그 반대로도 좋은, 개인 취향에 따라 바꾸어 읽어도 좋게 구성이 되어 있다.

 

책의 번역자인 류시화 시인의 매력 있는 글로 인해 타고르의 시가 더욱 빛을 발휘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단아하면서도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느껴지는 글의 맥락들은 차분히 곱씹어 읽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한다.

 

특히 글과 함께 곁들인 사진이나 그림들이 들어있어 쉽게 접할 수가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더군다나 타고르란 시인을 좀 더 잘 알아가는 계기를 마련해 준 이 책은 기탄잘리를 통해 험난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한순간의 소중함  그리고 때론 좋고 싫고 슬프고 기쁜 감정들, 그 모든 것들을 담아낸 시집으로도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한 해가 가기 전에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함께 하기에 좋을 책일 것 같다.

 

 

마지막 패리시 부인

패티시마지막 패리시 부인 미드나잇 스릴러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요즘 강세인 심리스릴러-

특히 여성들이 주인공이 책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이 책 또한  그러한 느낌을 충분히 주는 책이다.

 

가난을 탈피하고자 하는 한 여성, 지긋지긋한 그러한 삶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여성  엠버 패터슨은 미주리 주를 벗어나 부촌들이 모여사는 코네티컷 비숍 하버, 특히 그중에서 미남에다 부를 거머쥔 부동산 거물 잭슨 페리시를 눈여겨본다.

 

모두가 인정하는 완벽한 부부, 잭슨과 그의 부인 대프니, 그리고 두 딸, 절벽과 해안, 좋은 풍경이란 풍경은 모두 갖춘 그 부부에게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엠버는 자신의 가난을 벗어나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쪼들리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궁리하다 대프니에게 병으로 사망한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빌미로 그것을  공통점 삼아 접근한다.

 

같은 병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좋은 일을 하는 대프니에게 서서히 신뢰를 쌓게 되면서 잭슨에게 접근하는 엠버, 그녀는 과연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책은 흔하게 부를 거머쥔 사람을 자신이 갖고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접근하면서 목적을 이루는 과정과 그 뒤의 결말들을 이루는 형식을 취한다.

 

엠버의 시선으로 그려진 내용과 대프니의 시선으로 그려진 내용,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내용까지 총 3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방식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부와 가난에 대한 차별과 그 방식을 뒤집고 자신만의 세상을 이루어나가고자 했던 욕망에 가득 찬 한 여성의 내밀한 심리와 겉으로 보기엔 완벽했던 부부지만 가까운 엄마에게조차 말할 수없었던 아픈 내밀한 사연을 가진 여성의 삶을 대조시킴으로써 물질만능주의로 가득 찬 현실에서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식의 허영과 목적을 향해 인간의 원칙적인 도를 무시하는 탐욕과 지긋한 가난에 벗어나고자 하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허름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몸부림이 부를 이룬 모습 속에 외로운 삶의 모습과 비교를 하게 된다.

 

두 자매가 공동으로 집필한 책인 이 책은 잭슨의 성향이 처음부터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쉬운 점을 주기도 하지만 두 여인 사이에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진정으로 행복을 이루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를 반전의 맛을 느끼며 읽어나가게 하는 책이다.

 

소재상으로는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플롯이지만 막판에 스릴의 맛과 결정타를 날리는 부분에서는 충실히 기존의 심리 서스펜스를 따른 작품답게 영화로도 나온다면 두 여인의 대결을 통해 보는  재미도 선사해  줄 것 같다.

 

 

지나가는 녹색바람

지나가는 녹색지나가는 녹색 바람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11월

제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작가 구라치 준의 일상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이다.

저자의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1편으로 알려진 작품이라고 하는데 처음으로 접한 작가인 만큼 이야기의 내용이 궁금했다.

 

흔히 추리에서 다루는 밀실 살인을 다룬 이 이야기는 요즘에도 간간히 나오는 심령술과 과학적인 사실에 접근해 그 실체에 대한 잘못을 밝히려는 두 개의 세계가 충돌하면서 보이는 사건을 그린다.

 

어렵게 자수성가한 호조 가문의 수장 효마 노인은 부자가 되었지만 사업에만 몰두한 나머지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과거의 일, 특히 죽은 부인에 대한 뒤늦은 미안함이 더해져 심령술에 심취하게 되고 심령술사를 통해 부인에게 가까이 가고자 한다.

 

가업을 잇지 않겠다고 할아버지와 의견 충돌을 벌인  손자 세이치는 10년 간 본가를 방문하지 않던 차에 할아버지가 이상해졌다는 엄마의 부름을 받고 집을 들어가게 되는데, 마침 영매의 사기를 밝히려는 초 심리학 연구원인 젊은이 두 명과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들어가지 않던 할아버지 방, 그것도 소위 말하는 밀실의 개념처럼 여겨지는 공간에서 할아버지는 죽어있는 모습으로 발견이 되고 이어 할아버지가 희망하던 강령회를 연 그날 영매마저 모든 사람들이 모여든 밀실에서 살해된다.

 

책은 세이치의 시선과 세이치의 사촌인 사에코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아무도 죽일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모인 가족공간, 부를 이룬 할아버지에게 어떤 원한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인간관계를 지향했던 사람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은 저마다 그럴듯한 죽일 배경과 이유를 생각해보지만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

 

세이치의 선배로 나오는 네코마루란 인물이 여기서 등장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오지는 않는 캐릭터다.

 

조그마한 새끼 고양이를 빼닮은 동그란 눈에 눈썹 아래까지 길게 기른 머리, 헐렁한 검은색 윗옷을 걸친 남자로 묘사되는 인물, 상대방에게 면박 비슷한 말투를 곁들여 도무지 이 사람이 문제의 해결에 접근을 해나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마저 들게 하는 캐릭터라 시리즈물 치고는 의외의 활약을 펼쳐 보였단 점에서 비중이 생각보다 적게 나온다.

 

하지만 밀실에서 벌어진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조리 있게 조목조목 그 근거를 제시하며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은 독자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지나쳤던 글 행간의 무심 성을 밝혀낸다는 점에서 무엇을 놓치고 읽었는지에 대한 트릭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의심 성과 그 의심성에 대한 허위의 거짓을 밝히려는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 간의 대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의 내용은 상당 부분이 이러한 점에 치중을 두고 다.

 

책은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범인의 실체가 밝혀지고 뜻밖의 또 다른 사람의 범행이 밝혀지는  과정이 커다란 문제점이 대두된 사회적인 가시거리가 아닌 집 안에서 벌어지는 잔잔한 바람결에 스쳐 지나가 듯 펼쳐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란 점에서 기존의 타 작품들과는 다른 스릴의 맛을 보여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크게 동요되지 않는 비밀의 실체와 그것을 밝히는 네코마루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스릴과 추리의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준 작품,  차후 다름 시리즈 출간이 된다면 ‘네코마루’의 두드러진 활약을 기대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작품이다.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지금도 케이블을 틀면 나오는 영화, 마션의 주인공의 활약을 그린 재미난 영화는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신선한 과학 SF계열의 책을 쓴다는 것은 거기에 합당한 과학 지식의  기반은 기본이겠지만 여기에 덧붙여 생존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주인공의 유머가 적절히 배합된 글이 더해져 재미를 줬다는 점에서 다른 소설과는 차이점을 준다.

 

그런 와중에 다시 접하게 된 ‘아르테미스’의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을 말한다.

 

이런 이름 안에 새겨진 저자의 상상력의 나래는 마션에 이은 또 하나의 재미를 줬다는 점에서 일단은 합격-

 

미래를 시공간으로 정한 책의 배경은 달, 그중에서도 달 위에 건설된 최초의 도시 아르테미스다.

총인구 2천 명의 이 도시는 다섯 개의 버블과 이를 잇는 터널로 이루어져 있고 각 구마다 특색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셰퍼드나 올드린이라 불리는 버블에는 관광객들과 억만장자들이 이용하는 고급 호텔과 휴양시설이 있는 장소로, 그와는 반대로 콘래드 버블에는 노동자와 범죄자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형식이다.

 

아르테미스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소녀인 재즈 바샤는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한 소녀다.

그녀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최하층에 속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생각하는 부의 돈은 아르테미스에서 사용하는  단위인 슬러그로 계산하자면 416,922가 필요하다.

부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짐꾼으로 일하면서도 간간히 밀수를 하는 부업도 하는 처지,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사업가 트론의 부름을 받고 그의 부탁을 듣게 된다.

 

막강한 사업의 부를 이룬 트론은 경쟁업체를 이기기 위한 모종의 계획을 재즈에게 부탁하게 되고 이를 수락하는 재즈, 하지만 실수로 들통나게 되면서 위험에 처하게 되면서 전혀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더군다나  트론마저 살인을 당하게 되자 오히려 범인으로 몰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자신의 무죄를 밝히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전작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 또한 저자의 유머 감각이 발휘된 유쾌하면서도 자신의 억울함과 진실에 접근해가는 활약을 펼치는 소녀의 모습이 재미를 준다.

 

과학적 공상소설은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책, 더군다나 저자의 과학지식을 필두로 해서 다양한 조합의 읽을거리는 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종에 구애받지 않고 소유하지 않는 공간이란 사실을 인식시키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이야기꾼답게 풀어나가는 솜씨가 여전하다.

 

천재소녀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자신의 위기를 탈출하려는 행동 앞에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모험담을 그린 책, 저자 특유의 블랙유머가 곁들여져 놀라운 범죄 프로젝트를 풀어나가는 데에 활력소를 이룬다.

 

마치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지는 이러한 가상의 장치들이 실은 이미 실현단계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을 더해가는 기분을 주고, 지구나 달이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 자체도 이러한 천차만별의 삶의 모습들이 있고 더군다나 탐욕을 앞세운 인간의 이기심이 달에서도 펼쳐진다는 저자의 상상력이 흥미를 돋우는데 일조를 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영화로도 성공한 ‘마션’답게 이 책의 내용 또한 영화로도 나온다면  마션과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영화 장면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