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1월 13일

기커렐라

키커렐라기커렐라
애슐리 포스턴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펌 / 2018년 1월

옛 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놓은 방식은 이미 영화에서 많이 이용되는 소재가 되곤 한다.

 

특히 어릴 적 꿈같은 잘생긴 백마 탄 왕자와 아름다운 공주의 사랑이야기는 순수한 가슴에 아련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히 청소년들부터 읽으면 그 호감도가 클 것 같은 책이다.

 

재투성이 아가씨란 서양 동화는 한국의 콩쥐와 팥쥐에 해당되는 비슷한 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가진 동화다.

그런 신데렐라의 재해석처럼 여겨지는 이 책은 여주인공 엘의 열악한 삶을 보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새엄마와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엘은 7년 동안 이런 생활의 고충을 겪고 있다.

 

아버지 살아생전 좋아했던 고전 중의 고전 SF 드라마 < 스타필드 >를 함께 했던 덕후 생활이 계속 이어져서 레벨거너’라는 <스타필드>만을 위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그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아버지가 물려준 집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새엄마의 협박과 쌍둥이들의 등쌀에 못 이기면서도 아르바이트로 푸드트럭에서 일하고  언젠가는 독립의 날을 꿈꾼다.

 

어느 날 그토록 좋아하는 스타필드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히로인 카민도어 왕자와 아마라 공주역에는 누가 맡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책의 제목인 기커렐라는덕후를 뜻하는 ‘geek’과 신데렐라를 합성한 ‘Geekerella을 뜻한다.

제목의 암시처럼 책은 엘이 애틀랜타에서 2주 뒤에 열리는 <스타필드> 코스프레 대회에  참여해서 1등을 하고 말겠다는 결심과 왕자 주인공인 십 대들의 스타 배우 대리엔의 화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한없이 불편하고 억울한 생활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과정과 그런 과정 속에서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른 채 자신이 갖고 있는 겉모습이 아닌 진정한 본연의 모습을 알아봐 준 미지의 한 소녀와의 전화 문자를 통한 사랑의 메시지 전달은 시종 따뜻하고도 유쾌하게 그려진다.

 

화면에 보이는 모습만 보고도 주인공에 어울리는 역할이 아닌 사람이 됐다는 인식을 허물고 스타라는 자리 뒤에 감춰진 대리엔이 가진 고민들을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 그 속에서 신데렐라에서 나오는 호박마차, 드레스, 유리구두, 무도회의 표현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동료인 도움과 엘의 성공을 기원해주는 진정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게 그려진  과정이 재미를 준다.

 

가엾고 불쌍한 신데렐라가 진정한 사랑의 상대를 찾고 왕자와의 아름다운 사랑을 이룬 이야기처럼 엘 또한 대리엔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펼쳐나가는 이야기의 전개는 모처럼 동화의 로맨스로 푹 빠지게 한 시간을 준다.

 

두꺼운 페이지임에도 순식간에 빠져드는 전개, 옛 동화를 펼쳐보고 다시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 느낌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다.

 

붕괴

 

붕괴

붕괴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정명섭 지음 / 답(도서출판) / 2017년 12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형사고들…

인재의 영향도 많고 부실한 건축물에 대한 안전사고 때문이기도 하고, 이러한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사연들을 접할 때면 가슴이 아픔을 느낀다.

 

저자가 그린 이 책 속의 내용도 그런 의미에서 여러 인간들의 본연의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는 책이다.

 

세화병원 8월 19일 오후 4시 –

이사장인 차재경이 이 사실을 이 병원에 있던 한정된 사람들의 가족들이나 그 밖의 연관이 있는 사람들에게 공문을 보내게 되면서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연인의 죽음을 자신의 눈을 통해 봤지만 결국엔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사람, 자신의 어떤 목적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사람, 병원의 설계를 맡은 사람, 조폭들까지,,,

이 가운데 어느 누구도 왜 병원이 무너지는 이유조차도 모른 채 무작정 자신과 관계가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병원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병원에서 모종의 실험을 통해 새로운 열린 의료 세상을 열려했던 병원 사람들, 이들은 <엑토컬쳐>라는 실험을 하기 위해 살 가망이 없거나 죽은 시체를 이용하고 동물실험까지 감행하는 가운데 병원 폐쇄까지 가게 되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연들은 사랑, 애증, 복수 같은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병원에 들어간 사람들은 위협에 시달리게 한 미지의 어떤 것들과 싸우고 죽이는 가운데 마음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병원의 붕괴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까지도 서서히 붕괴되어감을 느낀다.

 

붕괴되면서 서로가 죽이지 못해 안달하고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숨 막히는 싸움, 그 안에서 병원의 비밀은 무엇인지를 궁금하게 하는 실험들까지, 저자는 한국형 좀비처럼 보이게도 하고 미지의 염력과 복제 인간처럼 생성된 무엇과의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하나둘씩 죽어가는 인간들의 모습들을 보인다.

 

이야기의 전개는 미래의 이런 실험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을 불어넣고는 있지만 촘촘히 구성된 글은 아니란 점이 아쉬움을 준다.

급박한 상황에 처한 장면이 고조에 이르다가도 어느 순간 바람 빠진 풍선처럼 분명한 상황 설정의 분위기가  약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국형 인체실험을 통해 풀 수 없는 미지의 상대방과의 싸움을 통해 어떻게 인간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고해성사처럼 고백하고 허물어져가는지를 그려본 이야기 전개는 궁지에 몰린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변호하고 변명하면서 잘못을 뉘우치는지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제목에서 의미하는 바를 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