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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꽃을 꺽어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한승원 지음, 김선두 그림 / 불광출판사 / 2018년 3월

글 쓰는 직업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우리가 모르는 창작의 고통이란 것이 있다.

쉽게 책을 구매하고 읽고 있는 과정 속에 담긴 저자들의 피나는 노력과 사투에 가까운 자신과의 싸움 끝에 탄생한 글들이 독자들이나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는 일만큼 감동적인 일이 또 있을까 하는 상상만 해도 작가들에게 대한 존경심을 갖게 한다.

 

한국 문단의 독보적인 글의 향연을 갖고 있는 작가 한승원 –

이미 청출어람이란 말을 뜻을 되새기게 하는 따님의 훌륭한 저술활동도 놀랍지만 한승원이란 작가가 그동안 써왔던 다양한 글들은 우리들에게 또 다른 읽고 생각하는 시간에 대한 귀중함을 여전히 느끼게 해 준다.

 

22년 전, 자신의 고향인 장흥으로 내려와 바닷가에 작은 집을 짓고 ‘해산토굴’이란 이름을 지어 부른 그곳에서 저자는 자연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쏟아부었다.

 

소설로도 만날 수 있었고 이제는 산문집을 통해서 만나는 저자의 글은 여전히 겸손함의 극치를 느끼게 한다.

 

어릴 적 가난하고 삶에 지쳤던 시절의 회상을 필두로 글 쓰는 사람으로서 만인에 자신의 이름이 불리게 될 때까지의 이야기, 작년에 독감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의 감회들은 작가란 신분을 떠나 세상을 바라보고 관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

 

 

사시사철 계절 속에 왔다가 가는 여러 인연들과의 만남, 그 속에서 작가 자신이 스스로 글 쓰는 데에 있어서 치열하게 부딪치고 나아가는 데에 있어서 한 약속들, 그 약속들의 실천을 위해 유혹을 뿌리치면서 살아온 회상들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인 작가란 신분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동질의 감동을 느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작가로서 살아오면서 유혹의 제안을 뿌리치고 자신과 가족들, 그리고 모름지기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들은 읽어가면서 더욱 그 가치성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만든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모라자면 모자람을 충족시켜 살아가는 삶, 그 삶 안에서 노작가는 삶의 종장을 향해 가는 그 과정 속에서조차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뇌들을 담담히 풀어놓은 글들이 가슴에 와 닿게 한다.

 

한승구절

 

특히 책 말미에 수록된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주는 편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저자의 자녀들은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젊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노 작가의 말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곱씹어 볼 하다는 생각이 든다.

 

치열하게 살되, 자신의 정도를 알고 살아가는 삶, 더불어서 살아가는 삶 자체에 대한 그 무궁무진한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글들로 가득 찬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