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그리고 한 인생

사흘 그리고

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저자의 탁월한 추리 스릴 능력은 이미 전작을 통해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 작품을 대하고 난  지금은 확실하게 저자의 성향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게 되면 그들 나름대로의 흐름이란 것이 있다.

이를테면 전반부에 범인이 나오고 그 이후를 다루는 방식, 아니면 반전이란 한방의 맛을 느끼게 하는 타입, 그런 가운데 악랄한 행동의 양식을 즐겨 다루는 작가,,,,

 

 

그런데 그동안 읽어왔던 방식과는 다른 패턴을 그린 이 작품은 기존의 추리 스릴을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약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어떤 특정한 상황에 닥친 주인공들의 급박한 설정에 몰입을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즐겨 다루는 죽음에 이르는 약이 나오지 않는, 어쩌면 한 인간의 거의 반 정도를 할애하는 듯한 여정을 통해 또 다른 스릴의 맛을 전해 주는 이 작품은 첫 도입부터 범인이 등장하는 형식을 그린다.

 

1999년 12살의 앙투완은 살인을 저지른다.

이유는 자신의 이웃에 살고 있는 데스메트 씨 집에서 기르고 있은 개 한 마리 때문이었다.

자신을 잘 따르던 개가 차에 치이고 더 이상 기를 수가 없다고 판단한 데쓰메트씨는 개를 총으로 죽인다.

그 광경을 목격한 앙투완은 자신을 형처럼 따르던 데스메트씨의 어린 6살 아들 레미를 홧김에 죽이게 되고 숲 속 느티나무가 쓰러진 구멍 속에 밀어 넣는다.

 

책은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후 그 이후 앙트완이 성인이 되고 의사가 되면서 겪는 심정 고통과 불안을 다룬다.

 

실종된 아이를 찾으려는 마을 사람들, 자신에게 물어오는 군경대, 스스로가 촘촘히 조여 오는 포위망을 뚫고 나오려는 인간 본연의 자세가 어린아이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는 과정이 사뭇 애처롭게 느껴지게 한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처럼 타인들 눈에는 아무렇지 않게 보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자신을 정조준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는 앙트완의 모습이 시간이 흐르면서도 여전한 모습을 보인다.

 

이제 성인이 되어 12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고향에 발을 들여놓기를 주저하게 되는 원인인 죽은 아이의 시체 미발견과 공소시효의 무제한적인 시간의 흐름들, 미개발지였던 숲이 개발이 결정되면서 죽은 사체가 발견이 된 시점은 결국 앙트완의 발목을 잡는 결과물이 된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여인과의 미래는 자신의 한 순간 실수로 고향 여인을 임신시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되고 앙트완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자신의 앞날은 결국 자신의 고향에 머물 수밖에 없는 임계점까지 왔음을 알게 되는 과정이 기존의 작품과  구별되는 점이다.

사흘1

 

 

살인을 저지른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앙트완이란 인물이 겪은 심적 고통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 특히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그 모든 사건의 비밀의 뒤안길에 감춰진 진실들은 책 제목 그대로 사흘 동안에 벌어진 살인과 한 인간의 인생 전반부에 미치는 결과를 추리 스릴을 취한 형식으로 다룬다.

 

이 살인을 둘러싼 자연의 혜택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서서히 조여 오는 고통의 맛을 느껴보라고 내린 형벌일지도 모르는 시간들이 차츰 진행되는 과정 속에 느끼는 자포자기 식의 결정들,  자신의  또 다른 인생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앙트완이란 인물을 통해 한 순간도 평온할 수 없었던 한 인간의 모습을 처연하게 그린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끝까지 갖고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나약하고 미약한, 그러면서도 어린 나이에 겪었던 아픔의 기억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살인에 대한 추리 스릴 맛을 느껴보게 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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