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한여름길가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중국 문학계에서 이름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러 접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대만 문학에 대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흔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읽은 책도 그렇고 지금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도 바로 우리나라 작가 한강이 탔던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  후보에 오른  작가란 말에 이끌려서였다.

 

동양 아시아 문학, 특히 아시아 소설의 관심이 대두되는 영향도  커진다고 볼 때 반가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뭣보다 이 작가가 그린 작품의 세계, 잘 읽지 않는 단편집 수록이란 점에 관심이 더욱 갔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은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세운상가를 연상시킨다.

배경 장소인 중화상창은 1961년에 지어진 대만의 대표적인 건물로써 1992년에 철거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장소를 중심으로 총 10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야기의 분위기는 마치 옛날 옛적 ~ 하는 느낌의 지난 이야기들, 이 건물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 그중에서 이들 모두를 만났던 마술사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그린다.

 

마술사가 등장하고 그 마술을 구경하는 관객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책 제목인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와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란 내용이다.

 

햇빛,,, 은 어린 시절 사이좋지 않은 아버지를 둔 까마귀란 남자를 만난 여성이 이야기를 펼치는 것으로 아르바이트로 코끼리 옷을 입고 풍선을 나눠주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길 위에 코끼리가 서 있는 것을 보는 진행으로 이어지는,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마술에 힘에 의해 어떤 상상의 그림처럼 보인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 란 작품은 아버지가 들려준 어린 시절의 회상, 즉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마치 우리들이 살았던 이전의 어느 한 시절을 연상하게 해 보는 마법 같은 기분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우리도 한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성장의 가속을 높이면서 어느 한 부분이 노쇠하고 쇠락해가면서 또 다른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것들과의 조화를 통해 새롭게 도약하듯이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중화상창 또한 타이베이 사람들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향수를 자극하는 글이 아닌가 싶었다.

 

한 소년의 회상을 통해 과거를 소환해내고 그 시절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엮으면서 여기에 마술 같은 분위기를 풍겨 그려낸 이야기들은 어느 특정한 사건이 아니어도 누구나 한 시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사는 장소가 달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는 어느 한순간의 이야기들, 타이베이의 중화상창으로 대표되는 중국 소설의 또 다른 감각을 느껴보게 한 책이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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