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농담 안에 담긴 진담의 향연

말한마리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우리나라 한 강 작가의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으로 더욱 많이 알려진 문학상-

이미 기존에 이 상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독자들이라면 두 분류로 나뉜 수상작을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싶다.

 

 

작가로서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반추해보거나, 살아오고 있는 시대를 그린다는 것은 글을 쓰는 창작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한 부문으로 자잡고 있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굴곡이 많은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의 출신이라면 더더욱 할 말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알고 있는 이름을 대보라면 아모스 오즈 정도밖에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접한 작품의 출신이 이스라엘 작가, 더군다나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가라는 말에는 이 책을 꼭 읽고 보고픈 마음이 있게 한 책.

 

여기 키 작은 한 남자가 있다.

키는 157cm 정도, 바짝 마른 몸매에 부츠를 신고 이스라엘의 도시중 하나인 네타니아에 위치한 작은 클럽에 서 있다.

그의  이름은 도발레 G, 직업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책은 그가 어느 날 어린 시절 친구였던 전직 판사 출신의 아비샤이에게 느닷없이 전화를 걸고 자신의 쇼에 자신을 보러 와 줄 것을 부탁하면 서다.

자신의 먼 기억 속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옛 친구라고 말하기조차도 가물가물한 그에 대한 회상은 점차 얼굴이 생각나게 되고 이후 그가 공연을 벌이는 장소에 오게 되면서 도발레가 벌이는 쇼를 생중계하듯 아비샤이에 의해 독자들이 그 공연을 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어두웠던 무대에서 서서히 등장하는 도발레의 모습은 그가 입을 벌리고 팬터마임처럼 보이는 행동까지 겹치면서 유머가 난무한다.

 

때론 일상적인 유머, 때론 정치적인 비판이 섞인 유머를 시종 넘나드는 그의 입담은 농담의 진가를 알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문득 그가 내뱉는 말 중간중간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그의 개인적인 삶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 자라온 나라가 지닌 지정학정 위치와 여러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벌어진 역사, 특히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의 국민이라면 이 책의 주인공인 도발레를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왕따로 인해 자신을 보호하고 맞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써의 거꾸로 물구나무로 서서 걸어가는 행위, 여섯 달 동안 기차 한 칸에서 목숨을 부지하면서 죽다 살아난 엄마의 홀로코스트, 이발사인 아버지의 폭행과 그 나름대로의 사랑방식을 두런두런 다른 해학과 유머를 통해 디스를 날리는 도발레는 관객들조차 하나둘씩 떠나게 만드는 불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사란 무엇인가, 아니 한 나라가 지닌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국민, 한 개인의 삶은 역사가 주는 영향에서 얼마큼 자유로울 수가 있을까?를 연신 묻는 듯한 도발레의 과거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역사와 그 주변 국가들의 국민들 이야기가 함께 섞이면서 친구인 아바샤조차도 미처 몰랐던 도발레의 아픈 과거를 느껴가게 된다.

 

어린 시절 그 당시 도발레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왕따의 희생자로 주목되고도 남았을 것이란 기억과 도발레가 당했던 아픔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양심적인 회개와 고뇌들이 점차 먼 기억 속의 한편에서 서서히 끄집어내게 만드는 도발레의 공연과 눈 마주침,  도발레가 이제껏 어떤 심정과 마음 가짐으로 살아왔는지를 목격자란 자격으로 느껴보는 글이 가슴이 시리게 만드는 책이다.

 

원하지 않았지만 상황에 부딪친 그 순간의 선택, 떠나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템포 멈추면서 농담을 던지고 웃음을 짓게 만드는 직업의 이점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는 한편 자신의 아픈 성장사를 통해 작가는 그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도발레란 인물을 통해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농담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인간의 삶에서 주는 하나의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보너스란 생각이 들게도 하는, 도발레가 자신의 뺨을 무자비하게 때리면서까지 폭주 기관차처럼 내뱉는 농담 속의 진담의 향연들은 그 자신뿐만이 아닌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에게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훈련받다가 가족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자신을 고향집에 데려다주게 된 운전병, 그가  들려준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간 이야기는 결국 그를 심각한 상황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게 되는 농담이자 유머가 지닌 매력을 십분 보여주는 장면으로 기억되게 한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기적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도발레, 아비샤이마저도 자신이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한 그들의 삶 자체 한가운데에 진정한 농담인 듯 농담이 아닌 진실이 같이 숨 쉬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무대가 끝난 뒤에 몰려오는 먹먹함과 허무함, 자신의 개인사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토해 낸 노(老) 코미디언의 삶을 통해 독자들은 타인의 인생뿐만이 아닌 각각의 개인들이 지닌 아픔을 승화할 수 있는 농담 하나쯤은 갖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스탠더드 업 코미디언이 벌이는 쇼를 통해 저자가 그리고자 한 역사 속에 개인이 지닌 아픈 역사를 표현한 저자의 구성과 글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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