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5월 15일

프랑스 남자의 사랑

프랑스남자사랑프랑스 남자의 사랑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익히 알고 있는 저자의 새로운 작품, 더군다나 소재면에서도 관심이 가는 내용에 다가서게 된 작품이다.

 

 

어느 날이었던가, 나는 재혼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버지는 집을 나섰다.

우리 가족 중 누구도 이 두 사건을 연관 짓지 않았다.

내 남동생은 정신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첫 문장부터 호기심과 이혼 사유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처음에 이 책에 대한 제목과 내용면에서 두 부자간의 결혼과 이혼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남성이라는 공통된 점을 필두로 이에 대한 내용을 다룬 내용이란 생각을 했었다.

 

물론 위의 내용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는 가볍게 겉으로 보이는 이야기의 내용을 다룬 것이라면 좀 더 들어가는 이야기의 깊이를 보게 되면 저자의 다방면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 두 부자간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자신의 어머니와 이혼을 했고 작가인 자신은 여러 차례에 걸친 이혼을 하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자식 대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아마도  먼 시점인 조상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족보를 통해 그 원인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매주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는 두 부자,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그들의 조상이  쿠바에서 정착했을 때부터 이미 유전적으로 이러한 기질이 있음을 조목조목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다.

 

 

이러한 글들, 특히 대화법들은 그야말로 프랑스적인 해학과 유머의 맛을 느껴보게 한다.

조상의 바람피우는 행동과 과정들, 이에 이어지는 아버지의 바람둥이 기질과 아들인 자신이 작가로서 글쓰기와 대화들이 이야기의 주도권을 이어간다.

 

 

아들이 끝내 행복한 결혼의 새로운 출발점을 시작한 뒤에 다시 이어지는 불화와 이별의 연속이 있었음에도 두 남녀가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가짜 안부 편지를 보내는 장면은 우리나라 정서와는 맞지 않음에도 여전히 유쾌하게 그려진다.

 

아버지의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먼 조상대부터 이미 내려온 유전자가 아님을,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이러한 일들을 벌이는 아들의 이름이 실은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어느 정도의 사실성이 같이 들어있다는 느낌마저 들게하면서 두 부자가 나누는 대화들은 사랑과 이별, 그 외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읽어보는 색다름을 준다.

 

부부로서의 오랜 해후를 마치는 삶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두부자가 나누었던 대화들은 성인이 되어 서먹서먹해지는 부자지 간의  느낌들을 생각해보는 이면에는 이러한 대화 자체가, 특히 남자 대 남자로서 느끼는 성에 대한 이야기, 사랑에 대한 생각과 이별에 대한 느낌들을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보다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사이를 느껴 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특히 아버지가 아들에게 ‘갯벌 채취법’과 ‘의식 성찰법’과 ‘행복 성찰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 조상들인 부부가 쿠바에서 맞바람 피는 장면들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작은불씨는 어디에나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레스트 잉 지음, 이미영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5월

전작인  첫 장편소설인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을 통해 가족 간에 심리 변화를 세심한 필치로 느껴 볼 수 있었던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저자의 필치를 한껏 뽐낸듯한, 더 발전한 듯한 내용이라 읽는 내내 심정 변화를 그리는 데는 탁월한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 저자가 한때 살았던 셰이커하이츠란 장소를 배경으로 다룬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서로 상반되는 두 가정의 모습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작은 불씨가 되어가는지, 그 불씨의 여파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보인다.

 

나고 태어난 곳인 셰이커하이츠에서 모두가 부러움의 대상으로 불릴만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리처드슨 가족, 그 안에 리처드슨 부인은 그 마을의 풍경이자 대대로 내려오는 듯한 전통이라고 불러야 할지, 그런 형태의 규격화되고 규칙이 존재하며 그런 가운데 계획을 통한 하나의 정해진 틀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모든 마을 사람들의 삶 자체도 그런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에서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집에 모녀를 들이게 됨으로써 작은 불씨가 형성이 된다.

 

자유분방 주의자, 혹은 소유에 대한 집착을 하지 않는 여인, 미아 워런-

미혼모로서 딸 펄을 데리고 오면서부터 처음에는 미세한 균열조차 느끼지 못했던 두 가정 사이가 벌어진다.

 

상반된 두 가정의 아이들이 자신이 갖추고 살아가는 현재의 방식에서 자신들이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방식의 삶을 비교해보면서 호기심을 느끼는데, 어느 날 리처드슨 부인의 친구 매컬러가 입양한 아이 문제로 불씨는 본격적으로 심지의 강도를 높이게 된다.

 

책은 이상한 느낌을 챈 리처드슨 부인이 미아의 뒤를 캐기 시작하면서 균열의 금은 더욱  깨지기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가 소설을 통해 그리는 삶의 방식이나 철학을 통해 과연 누가 누구에게 불씨를 지폈는가 하는 문제, 우리가 생각하는 바른 삶, 올바른 삶이라고 불리는 규칙 내지는 규범들을 누가 정하고 그것을 이루고 살아야만 잘된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두 가정의 상반되는 삶을 비교해 보면서 독자들은 스스로 물어볼 수밖에 없는 가치관의 정의, 좋은 선의로 하는 것들이 뜻하지 않게 부딪치면서 당황을 겪는 사례들, 틀에 박힌 삶처럼 살아왔던 사람들이 하나의 작은 불씨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도가니로 들어가는 과정을 심리의 변화를 통해 잘 그려내고 있다.

 

전작처럼 심리의 변화를 잘 포착한 작품답게 영화로도 만날 수 있다니 원작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든다.

 

HOLY SHIT

욕설

[도서]HOLY SHIT

멀리사 모어 저/서정아 역/  글항아리 | 2018년 04월

흔히 외국어를 배울 때 쉽게 가장 빨리 접하는 언어가 욕설에 관련된 단어들이 아닌가 싶다.

외국인이 자신들의 억양으로 자국의 옥설을 말할 때의 느낌은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게도 하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니 특히 인간의 역사가 태동된 이래 욕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인 격변과 함께 변해왔는지를 알게 해 준다.

 

 

저자의 서두에 나온 말 중에 치매에 걸린 할머니나 시인 보들레르가 끊임없이 말한 것들이 바로 욕설이었다.

마지막까지 내뱉은 말이었다는 욕설, 과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었일까를 다룬 이 책은 어디까지나 영어권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한해 연구를 한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총 6장에 걸쳐 다룬 책의 내용은 로마시대부터 20세기 이후의 상소리까지를 담고 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비속어가 뇌에서 저장되는 영역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언어능력은 상위 뇌에서 다루지만 비속어는 하위 뇌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비속어와 ㅇ일반 언어능력도 어떤 계급적인 층(?^^)을 이루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언어학적으로 공허한 서약어와 오늘날의 외설어 차이는 별반 다르지 않게 쓰이고 인간의 배설에 관한 이야기서부터 그로 인해 파생된 언어의 인식과 변천, 중세와 18.19세기를 거치면서 언어적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일상생활에서나 책 속에서, 때론 영상매체에서 흘러나오는 단 한마디의 욕설은 듣고 보고 느끼는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카타르시스와 함께 대변해주는 듯한 느낌마저 부여해 준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런 미에서 저자가 다룬 다양한 언어 속에 펼치는 욕설, 악담, 상소리의 세계는 인류의 역사와 그 역사 속에서 변해가는 말의 변화, 그 느낌의 뉘앙스가 어떻게 삶에 침투해 변해가는지를 느껴보게 한 교양서다.

 

 

책을 읽으면서 단어가 지닌 뜻과 함께 저자가 연구해 온 과정을 함께 느껴가며 읽는다면 훨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외교외전

외교외전외교외전 – 보통사람이 궁금한 외교 그리고 외교관의 모든 것
조세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4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외교관이란 직업은 보통 사람들이  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물론 한나라를 대표하는 얼굴로서의 직업의식을 가진 외교관이 되기까지는 많은 어학실력은 기본이고 자국과 타국과의 이해관계를 중간자의 입장에서 겪는 직업이란 점, 특히 국내에서보다는 타국에서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때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린 시절 위의 외교에 관한 인물을 말하라면 ‘서희’ 가 많이 생각날 것이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담긴 내용으로 인해 자칫하면 크게 일어날 수 있었던 나라의 일을 무사히 좋은 결과를 낳게 한 그의 뛰어난 활약은 두고두고 기억이 될 만한 일이다.

 

현대에 이르서 그의 계승을 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 많은 외교관들의 세계는 과연 어떻까?

실제 우리가 생각하는 타국의 주요 인사들과 접견하거나 대통령의 뒤에서 귀담아듣는 사람들이 메모를 해가며 통역을 하는 장면들을 볼 때면 여전히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외교관들의 생활, 국제적인 정치 입장이 엇갈리 가운데 이 또한 사람 대 사람이 관계된 일인 만큼 평소에 어떤 마인드로 직업의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실제로  2013년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한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그동안 한겨레 신문에 기고했던 글들과 다른 글들을 모아서 이번에 ‘외교 외전’이란 책을 낸 만큼 가장 실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외교관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흔한 말로 보따리 생활이라고 일컬어지는 외교관의 타국 생활은 우리가 쉽게 선망의 대상처럼 여겨지기 어려울 만큼 현지 적응과 아이들 교육문제, 특히 발령지가 불안한 정세에 속한 나라라면 더욱 외교관으로서의 생활이 어려움을 알게 해 준다.

 

저자가 현지 외교관으로서 담당했던 예멘에서의 아찔했던 순간들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탈출 장면을 연상시키고, 북한과 남한이 한 곳에 머물며 위기를 넘긴 이야기는 이념이 다르다 할지라도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라면 같은 민족이란 느낌을 들게 한다.

 

외교관이 가지는 직업적인 어려움, 이를테면 민감한 외교문제 현안에 있어서의 중간 입장, 즉  국민이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국가가 앞날을 생각하는 바가 다를 때 오는 어려운 결정 사항들, 일본 중국과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과 문서 하나를 작성하더라도 한 자 한 자와 문맥상의 오류와 오해가 없게 다시 보고 또 보고 하는 결정사항들은 결코 쉬운 직업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퇴임 후 4년 만인 2017년에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설치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위안부 TF)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기까지의 고민은 민감한 사안이었던 맘큼 저자의 솔직한 얘기가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한 나라의 외교관이 되기까지 힘든 여건 속에 첫 하루의 시작이 ‘읽는 일’로 시작한다는 일정, 끊임없이 상대국과의 견제와 친근감 유지, 그 안에서 오고 가는 정치적인 이면 뒤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 느끼는 직업적인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들은 궁금증이 일었던 외교의 세계를 알게 해 준 책이다.

 

외교관에 대한 직업에 뜻을 두고 있거나 보통 사람들처럼 외교관이란 세계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