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5월 23일

내가 죽어야 하는 밤

내가 죽어야하는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기다리던 작가의 신작!

이미 독일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작품의 소재도 현재를 대변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유롭게 딱 한 명을 죽일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만약 위의 제안을 받게 된다면 과연 나는 누구를 생각하게 될까?

 

그동안 나에게 서운하게 했던 사람들? 나의 약점을 이용해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 그렇다면 역으로 상대방 누군가도 나처럼 이런 제안을 받게 된다면 과연 상대방은 나를 선택할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한때 그룹사운드의 드러머로 일했던 벤은 자신의 교통사고로 인해 딸을 불구로 만든 죄책감에 쌓여 살아간다.

뚜렷한 직업도 없이 전전하는 그, 어느 날, 딸이 기숙사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을 시도했단 사실을 안 이후, 여러 정황으로 보건대 결코 자살할 이유나 상황이 아니란 사실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혼 후 친구처럼 지내는 전처 제니퍼와 이 사건에 대해 의논할 즈음, 살인 라이브 게임에 휩쓸리게 된다.

자신을 사냥감으로 겨냥하고 지목한 그 누군가로부터 목숨을 걸로 도망쳐야 하는 신세가 된 벤-

 

온라인 상에 8N8 이란 프로그램에 따라 8월 8일. 8시 8분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약 12시간 동안 법이 눈을 감고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독일 정부의 허가 방침, 만일 사냥감을 죽여 성공한다면 무려 1,000만 유로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타게 된다는 사실에 군중들은 사냥에 나선다.

자신 외에 섭식 장애에 걸린 여대생 아레추와 함께 도망쳐야 하는 그들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이미 온라인상이 댓글들로 인해 자살까지 이르는 결과들이 나올 때를 보면 비단 위의 책에서처럼 그려지는 가상의 소재가 결코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어느 특정의 인물을 지목하고 온라인상에서 그걸 본 사람들이 저마다 군중심리로 인해 떼를 지어 몰려들어 죽이려는 심리, 그런 과정 가운데서 유유히 이를 이용해 동영상을 올려 돈을 벌어보려는 탐욕으로 벤을 협박하는 사람들, 진정 이를 주도한 사람은 누구이며 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조바심이 긴장감을 높인다.

 

나와 특별한 원한을 맺은 것도 아닌 제삼자의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벌어보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가진  집단 광기와 사회적이 이슈로 떠오를 수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스릴이란 장르를 통해 다시 한번 독자들로 하여금 추리를 함께 해 볼 수 있게 한 저자의 작품이 신선했다.

 

살인 복권이란 이름으로 붙여진 인간사냥과 죽어야만 자신이 진정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남자의 아이러니, 사건의 진실로 다가갈수록 인간 내면의 밝혀지지 않는 정신세계의 이중성, 그 가운데 사건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의 긴박한 게임의 사냥 러닝타임을 끝날 줄을 모르게 한다.

 

 

12시간 동안의 시간 흐름을 따라가는 독자들이 시선을 좀체 놓아주지 않는 범인의 정체성, 그 가운데 책에서 보이는 ‘8;이란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게 한 저자의 소설적 장치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시간  이후에도 여전히 온라인 상에서 떠도는 갖가지 이슈들, 과연 믿을 만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재미로 그칠 수 있는 소재의 다양성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