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8년 6월월

영의 기원

영의 기원영의 기원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한국의 소설도 이제는 다양한 소재의 발굴로 인해 해외 문학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접한 천희란 작가의 작품 또한 그러하다.

 

‘2017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저력답게 총 8편의 단편을 묶어서 내놓은 이 책의 주된 흐름은 ‘죽음’이다.

 

인간들, 존재 그 자체가 태어남과 함께 죽음도 같이 동반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책에서 보인 소재의 여러 가지 다양성은  SF와 현실적인 이야기가 모두 같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소재의 느낌상 그리 밝은 않기에 처음부터 읽기에는 마음이 참 무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해할 수 있는 장면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해를 못하는 것도 아닌, 읽기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다고 책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은 작가의 글은 모처럼 끈기를 요하는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총 8편의 작품의 기류상 죽음을 다룬 만큼 각기 다른 이야기들 속에 잠재해 있는 저자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 죽음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 책이다.

 

특히 SF 쪽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기에 미래를 대상으로 그린 작품에는 신선함이 묻어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이런 류의 글을 통해 죽음을 조금이나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다.

편지 형식을  전개되는 독특한 이야기를 취하고 있는데, 물에 빠져 죽은 엄마, 그 사건을 목격한 여성이 후견이 되면서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애틋함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그 애틋함 속에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하고 시각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현실에 가깝게 여겨졌던 탓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무심코 우리들 곁에 항상 존재하고는 있지만 간과해 버리고 마는 죽음과 삶의 경계선, 죽음의 실체에 대한 단상을 생각해 볼 수 있게 그린 작품이란 점에서 차후 작가의 다름 작품이 기대된다.

식탁의 길

식탁의길식탁의 길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그야말로 먹방 시대다.

tv를 틀기만 하면 너도나도 먹기를 주저하진 않는 패널들, 그 다양성의 뒤에는 요리라는 것이 필수다.

 

특히 셰프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손놀림과 재료의 선택 기준, 한정된 식재료를 가지고 다양하게 연출하는 음식의 세계를 보노라면 군침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엔 셰프란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문적인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러한 요리의 세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이 책에서 나오는 주인공 또한 이런 범주에 속한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요리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모로의 시선을 통해 세계 각국의 식당들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그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들이 집중하게 만든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경력에 가려서 셰프의 세계를 선망의 대상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들이 재료를 선택하고 음식에 대해서 고민하는 과정, 작가는 이들의 모습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해 놓았다.

 

 

베를린의 케밥을 시작으로 파리의 전통 식당, 최고의 식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미슐랭 별을 단 레스토랑, 아시아의 미식의 나라로 통하는 태국과 그 옆의 나라인 미얀마까지..

 

고된 노동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는 요리사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자 자신이 뜻하는 바대로 하나씩 이루어나가려는 성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요리의 이름과 그 재료들, 특히 그 조리과정을 읽노라면 한번 시식하고픈, 그래서 그 나라를 방문하다면 굳이 미식가를 자처하지 않더라도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책이다.

 

전작인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통해 감동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은 바 있지만 이번의 내용은 상반된 것으로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을 전달해 준다.

 

복잡하지 않은 간결하고도 깔끔한 문장력, 화려한 셰프들도 있지만 생계형 요리사들을 다룬 글들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책이다.

 

 

절대정의

절대정의절대정의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6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인간관계들 속에는 어떤 틀에 박힌 룰도 중요하지만 그 룰 안에서의 어느 정도의 융통성도 있게 마련이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다는 말은 이런 융통성과는 정 반대의 뜻을 품고 있듯이 사람인지라 나름대로 사회가 정한 규칙 안에서 생활하려고 하지만 가끔은 예외적인 일들을 당할 때가 있다.

 

여기 그런 점에서는 눈곱만큼도 용서 없는 한 여자가 있다.

 

고등학교에 전학 온 노리코, 항상 반듯한 자세와 빈틈없는 생활은 모범생 그 자체다.

 

책은 그녀와 가까이 지냈던 4명의 동창생들의 시선을 통해 그녀가 어떤 이미지를 지닌 사람이었는지를 그린다.

 

그녀는 이미 죽은 사람, 벌써 5년이 지난 지금 한통의 초대장을 받게 되는 동창생들, 가즈키, 유미코, 리호, 레이카다.

모두가 이제는 작가, 엄마, 연예인, 학원 부원장이란 직책들 달고 있는 그녀들, 그녀들이 죽인 노리코로부터 초대장을 받게 된 지금, 그녀들의 심정은?

 

이야기는 과거로부터 시점을 되돌리면서 왜 그녀들이 노리코를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상황을 그린다.

 

제목 그 자체로 전달되는 정의의 여신, 몬스터 정의라고 불리는 노리코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의란 목적을 앞에 두고 앞. 뒤에 걸쳐진 상황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노리코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가? 아니, 절대 아니다.

너무나 명료하고 정확한 의견 제시, 그 상황에서는 이러한 해결방법을 통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기정사실 앞에 아무런 반발조차 할 수없다면?

 

맑은 물에는 고기가 모여 살지 못한다고 한다.

너무 맑기에 오히려 생활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일 수 있는데, 읽다 보면 노리코란 인물이 지닌 공감력 부족에 대해 숨이 턱턱 막힘을 느끼게 된다.

 

한치의 잘못된 것을 넘어가지 않는 노리코, 주위에서 모두가 좋게 해결된 문제라고 생각한 그 점, 융통성이 동반된 해결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노리코란 존재는 만약 이러한 친구를 둔 사람들이라면 바로 위의 네 명처럼 숨 막힘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끝내 죽음을 자초하게 만든 장본인, 그 자신인 노리코의 행동과 말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정확성도 좋고 지적질도 좋지만 어느 정도의 규율 속에 서로가 좋은 방향의 해결 제시 방안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너그러움을 품어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 책이다.

 

끝 말미에 네 사람의 행동 뒤에 또 다른 감정을 느끼는 한 사람의 심정, 그것 또한 저자가 독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허를 찌른 반전이다.

디렉터스 컷

디렉터스컷디렉터스 컷 – 살인을 생중계합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5월

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우리들은 편리함이란 보편성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옛날 같으면… 이란 말도 하루 밤을 자고 나면 그 말의 의미가 벌써 과거로 인식이 될 만큼 미디어가 주는 중요성, 그리고 요즘 정치권이나 유명 연예인들의 가십거리,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올리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게 되면 모두가 너도나도 그 현상에 주목하게 되는 이러한 세태를 제대로 꼬집는 작품을 읽었다.

 

이미 국내에서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고, 그런 만큼 이번에 저자가 그린 미디어의 무차별 공격성과  그 뒤의 이야기에 감춰진 진실은 허구를 떠나 실제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명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게 되면 그에 부응해야 하는 방송가 사람들의 소재 고갈과 더욱 자극적이고 한눈에 깊은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강박감 속에 살인사건을 토대로 그린 이 작품은 그래서 더욱 요즘의 세상을 꼬집는다.

 

방송국 밑에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하세미는  보도 와이드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 ‘내일 없는 폭주’를 통해 제작을 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런 그가 좀 더 시청자들에게 강한 어필을 필요로 하고 소재의 보다 넓은 저변의 확대 차원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을 쓰게 되는데.  그 아르바이트생들은 무분별한 행동, 즉 계산된 행동 속에 상대방이 보이는 행동을 방송에 보임으로써 한편의 실제상황 같은 연출을 만들어내는 데에 일조를 한다.

 

한편 내성적이고 직장 동료들과의 사이도 원활하게 지내지 못하고 있는 미용 보조사 모토키는 우연히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인 현장에서 그들이 벌인 몰지각한 행동을 보고 자신의 안에 내재해 있던 온갖 울분과 옳지 못한 행동을 보인 그들을 보면서 우연찮게 그들 일행 중 한 명을 가위로 살해하게 된다.

 

이후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쏟아붓는 트위터를 통해 그의 존재를 알리는 모토키-

이를 방송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하는 하세미의 계획에 따라 사건은 점점 살인마로 변해가는 모토키를 먼저 잡으려고 하는 경찰들과의 머리싸움이 시작되는데….

 

 

우연찮게 걸린 하나의 기사가 만인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요즘의 댓글의 성향과 그로 인해 실제 당사자가 겪는 고충과 고민,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생활처럼 다가온다.

 

방송의 본 재미를 위해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쌓인 하청 방송업체 직원으로서 느끼는 존재의 박탈감, 열심히 하고자 하지만 주위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놀림감 대상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시선을 쏟게 되는 모토키의 존재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을 그린다.

 

자신이 처한 상태를 보다 냉철하게 파악하고 보다 적극적인 방향으로 돌아서지 못한 모토키의 불행도 안타깝지만 인간으로서 책임지고 느껴야 할 사고 의식조차도 방송에 적합한 소재로만 얻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다시피 한 하세미의 모습은 마지막까지 그 실마리를 놓지 못했다는데서 더욱 씁쓸함은 느끼게 한다.

 

나만 아니면 되는 방송의 소재 다양성이 실제로는 언제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경고성을 보여준 이야기 자체의 소재는 끝 말미에 반전이 깃들어 있어 더욱 재미를 준다.

 

어떤 것이 우선적인 문제의식으로 여겨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 미디어 매체가 주는 이면에 감춰진 짜깁기식의 편집 과정이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보이는지를 더욱 실감 나게 표현한 책, 그래서 더욱 체감 있게 다가온 작품이다.

                                                                                                                                

크루얼티

쿠루얼티크루얼티
스콧 버그스트롬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아빠를 주인공으로 한 액션 스릴러 영화로 리암 니슨이 출연한 ‘테이큰’이 있다면 이제는 걸 크러쉬가 출연한다.

 

그녀의 이름은 그웬돌린-

외교관인 아빠를 따라 세게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학업을 이어가지만 그녀는 외톨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

한 곳에 정착하는 생활이 아닌 7살에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로 그녀의 삶은 아빠의 전근 지를 따라다니며 성장한 소녀다.

 

그러던 그녀가 자신의 일생일대의 큰 변화를 겪게 되니, 바로 아빠의 실종이다.

외교관 행정직으로만 알고 있었던 아빠의 실제 본모습이 미국의 비밀 CIA와 연계되어 있고 아빠의   행방불명의 근원은 무엇인지조차도 모를 정도의 혼란에 빠진 소녀, 그녀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

 

바로 이런  소녀가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 이 소설의 첫 서막을 알린다.

 

테이큰에서 아빠가 딸을 구출하기 위해 온갖 험난한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은 미지의 암흑세계에 발을 내딛는 그녀, 과연 그녀는 아빠를 구출할 수 있을까?

 

사람이 어떤 환경에 처해지냐에 따라 그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다.

힘없고 나약했던 17살의 소녀가 긴박한 첩보 세계에 발을 시작하는 과정 속에서 그려지는 소녀의 감성과 그와는 반대로 반드시 아빠를 납치해간 나쁜 인간들의 출처를 밝혀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다시피 발악하는 악랄하고 잔혹한 심성을 모두 드려내는 과정이 긴박감을 준다.

 

아빠가 남기고 간 책을 근거로 게좌를 추적하고 파리, 베를린, 체코를 거쳐서 아빠의 실종 해결을 완결하기 위해 접근해가는 과정이 한 편의 영화 장면을 연상시킨다.

 

저자의 이력에서 나오는 장점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 [캐리비언의 해적]의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맡아 파라마운트사에서 영화화된다고 한다.

 

자신의 몸을 방어하고 상대편을 제압하기 위한 무술을 익히는 과정에서부터 체코에서 근원의 뿌리가 되는 소굴로 들어가기까지의 긴박한 스릴감이 내내 심장을 조여 오지 만 다른 한편에서는 딱딱 들어맞는 듯한 연결고리의 과정이 너무 정교하게 들어맞는다는 어색함이 오히려 묻어난다는 느낌 또한 들게 한 책이다.

 

하지만 평온하고 그날이 그날 같았던 하루를 보내고 살았던 소녀가 왜 이렇게 잔혹하게 자신의 행동과 마음을 가져야만 했는지, 자신이 살고 아빠의 실종 해결을 위해서 단행해야만 했던 그 과정들이 마약, 섹스, 인신매매, 결국은 ‘돈’에 얽히고설킨 인물들이 벌인 각축전 속에 세상의  추악한 단면을 보아야만 했던 소녀의 마음이 그려진 책이기도 하다.

 

과연 아빠는 진실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믿었던 사람들에 의해 배신을 당하고 오히려 궁지에 몰린, 소위 말하는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존재로서 이용된 사람이었을까?

 

이미 되돌아 갈 수 없는 길에 들어선 소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이 밤과 서쪽으로

이밤과서쪽으로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아프리카에 대한 자연을 그린 글들 속에서 특히 여성이 저자로 나온 책들을 뽑으라고 한다면 생각나는 것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다.

 

영화로 먼저 접해봤기에 아름다운 대자연이란 말이 이럴 경우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겠다는 느낌을 받게 한 영화, 특히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은 영화사에서 뽑을 수 있는 멋진 장면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실제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이 장면이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서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었단 실망감, 저자가 그린 자신의 삶 속에 포근히 감싸 안고 들어선 아프리카란 대자연이 실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을 우선 읽어보라고 권하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연장선, 즉 여류작가로서 두 사람을 비교해 볼 수도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처음 대하는 작가지만 알고 보니 이미  1942년 출간 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에세이의 고전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책이란다.

 

여성으로서는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비행한 최초의 인물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린 에세이로써 읽다 보면 실제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영국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단 둘이 네 살 때 아프리카 케냐로 이주한 베릴 마크햄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은조 농장에서 아프리카 부족들과의 생활을 함께 하며 자란다.

 

흔히 영화에서 보는 듯한 순박하고 순진하며 동물과 각기 부족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함께 구사하며 그들과 함께 자라는 한 소녀의 모습이 연상되는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혹독한 가뭄으로 아버지의 농장이 문을 닫게 되고 그녀의 첫 번째 말인 페가수스에 안장 달랑 두 개만 싣고 홀로  몰로로 떠나게 된 17살의 그녀는 이후 생게를 위해 경주마 조련 일을 시작으로 자신이 조련한 말 우승을 하는 순간들을 지켜보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여기에 머물지만 않았던 그녀는 다시 인생의 삶에 대한 새로운 도전인 비행에 나서게 되고 실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여성으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당장 아프리카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지리상으로도 얼마든지 비행할 수 있는 원동 수단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요원한 희망에 속해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어떤 설렘을 다시 한번 느껴보게 한 책이다.

 

인간에게 위협적인 동물들이 있는 가운데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아프리카의 석양에 물든 장관들의 표현은 이미 보았던 영화 속의 한 장면들을 불러오게 만들고 특히 이 저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오면서 어떤 진취적인 생동감을 이루며 살아갔는지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당시의 시대상에 비친 여성에 대한 차별 인식을 과감하게 이기고 유명인사들과의 실제 연인이자 뮤즈, 위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저자와도 친분이 있는 가운데 남성들과의 염분을 뿌린 이력들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살아나가는 한 인간의 역동적인 삶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아프리카에서의 생활, 어려움을 이기고 홀로 자신의 성취와 또 다른 세계를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간 그녀의 인생 이야기는 성별을 떠나 인간으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 책이다.

 

철학의 위안

철학의 위안

철학의 위안 –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
보에티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이 주는 느낌은 좀 무겁게 다가온다.

생각과 사고의 발전, 보다 심오한 세계를 접근하려는 고대의 철학의 사조만 봐도 그렇지만 이 책에서 주는 울림은 기존에 생각해 왔던 어둡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이 조금은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했다는데서  가깝게도 느껴지게 한 책이다.

 

이 책은  로마의 마지막 시대를 장식한  로마 제국의 정치가요, 철학자인 보에티우스가 쓴 글이다.

 

철학의 위안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쓴 그의 글이 배경이 된 시기는 그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신을 아꼈던 황제로부터 명을 받아 유배를 당한 감옥에서 처형당할 날을 기다리며 쓴 글이다.

 

그, 자신이 생각해온 정치적인 이념과 생각, 공무 집행자로서의 위치에 선 자로서의 행했던 일말의 어떤 사건이 미운털이 박혀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그가 감옥에서 쓴 이 글을 통해서 후세의 독자들은 또 하나의 주옥같은 의미를 읽었다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은 5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장에 들어서기 전 책의 전반에 흐르는 글의 내용과 그 당시에 이루어졌던 철학 사조의 기류, 더불어 그가 어떤 철학자들의 영향과 정치적 이념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 부분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점이 돋보인다.

 

특히 이색적인 책의 흐름은 시와 산문형식, 특히 첫 장에서 그를 위로하려는 시를 대표하는 시녀들이 등장하고 이어서 철학을 대표하는 여신이 등장하면서 이후 보에티우스와 철학 여신 간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가 당한 억울함에서부터 우리들이 살아오면서 느끼는 권력과 탐욕, 부와 행복, 최곳의 선, 종교적인 신의 섭리에 이르기까지 두루 다방면에 걸친 대화 형식은 기존에 어렵다고 느끼게 만들었던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필요한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다는 점이다.

 

당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스토아 철학에서부터 신플라톤주의,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배우고 익힌 사조의 흐름과 자신의 이념을 토대로 쓴 글답게 말 그대로 철학적 위안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철학1

 

종교와 인간의 삶에 있어서의 순리와 도리를 설명하는 각 부분들 사이에 들어있는 그림들도 기억에 남을 것 같고 무엇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보다 더 진실된 행복한 삶은 무엇인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만 할 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책이란 점에서 인상 깊은 책이다.

 

2018 서울 국제 도서전에 관심 있으신 분~~

작년에 좋은 반응으로 유종의 미를 맺은 2017 서울 국제 도서전이 끝났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들어 시작을 알리는 도서전 소식입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그해는 도서전이 열리지 않았다가 작년에 초대국 터키가 주빈국으로 선정되면서 참여한 출판사들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하죠.

이번에도 역시 주빈국으로 체코의 문학이 전시된다고 합니다.

체코하면 카프카 외에 요즘 읽으려고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작가가 있는데, 어떤 좋은 이미지로 행사를 열어줄지 기대됩니다.

 

작년에도 알려드린다는 것을 깜박 잊고 소식을 올리지 못했다가, 혹시 도서전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사전예약을 하고 있으니 이 기회에 무료입장 하셔서 책과 소설가와의 만남, 각기 다른 행사를 보면 좋으실 것 같아 올려봅니다.

 

사전예약이란, 미리 행사기간 내에 방문할 것을 예약하는 시스템으로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이 기간이 끝나면 어른과 아이들의 입장료를 받게 되는데, 이 입장권으로 당 행사장 내에서 책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쿠폰 개념도 있으니 각 개인 사정에 따라 이용해보시면 될 듯 합니다.

국제도서전 사이트 입니다.

http://www.sibf.or.kr/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사전예약 등록하기 창이 보이니 창에 맞는 인원을 예약하시면 됩니다.

(데레사 님이 매년 알려달라고 말씀하셨는데, 올해는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가 이렇게 올려보아요.^^)

제로(ZERO)

제로제로 Zero – 나의 모든 것이 감시 당하고 있다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5월

갈수록 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과연 이런 과학 진보의 영향으로 인한 정보의 확대와 기기의 발전은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요즘 이러한 정보의 변화에 따른 각기 다른 해석과 그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많이 접해볼 수 있다.

 

공상 과학소설 속에서나 그려지던 장면들 중에는 이미 실현이 되고 있는 상태고 영화 속에서 나오는 몇몇 장면들 또한 그저 가상으로만 그려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란 사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전작인 ‘블랙아웃’에서 그려진 내용도 참신했지만 이번에 나온 ‘제로’ 또한 현 세태의 문제점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어느 날 골프를 치고 있던 미국 대통령을 향해 그토록 경호가 삼엄하다던 장소를 뚫고 드론이 공격해 온다.

 

이 모든 영상이 실황으로 생생히 방송과 인터넷에 전 세계에 공개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를 주도하는 이들은 자신들을 ‘제로’라고 밝힌다.

 

보통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실 생활에 사용되고 이용되는 모든 편리성의 대가가 실은 거대 인터넷 집단들이 내세우는 개인정보 수집과 이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권력추구라는 또 다른 파생의 결과를 감시하기 위해 결성된 ‘감시사회에 대항하는 시민 게릴라’ 단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사방에 뻗친 거대한 데이터를 파괴하겠다는 것-

 

한편 데일리의 기자 신시아는 그녀의 딸인 비올라의 친구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들의 모든 패턴들을 파악하고 있던 프로미 프로그램의 코치를 받고 있었단 사실을 알고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추적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한때는 영화 ‘트루먼 쇼’에서 나오는 장면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생활을 하게 될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고 답답함을 느끼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 이미 구글이나 페북, 각 인터넷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의 정보가 어느 한순간에 정보 유출이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파급효과, 그에 더한 또 다른 이익을 노린 제 삼의 집단들이 악용할 시 벌어질 수 있는 사태들은 가히 그 수위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리란 사실은 틀림이 없을 것 같다.

 

더군다나 이제 4차 혁명의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현재는 더할 나위 없는  이러한 체감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이멜로 날아온 쇼핑 권고의 전략엔 이러한 개인 정보와 성향을 토대로 유출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홍보를 한다는 사실, 어떻게 알고 내 이멜로 이런 정보가 오게 됐지? 하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나의 정보는 이미 인터넷이란 넓은 바다에 떠도는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그 섬뜩함은 등골이 서늘함을 넘어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과연 제로가 말하는 방식이 선의에 의한 방법일까? 아니면 제로 또한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에 의거한 또 다른 새로운 이익의 집단으로 부상하려고 하는 목적에서 이런 행동을 개시한 것일까?

아니면 그 뒤의 또 다른 거대세력의 음모일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상상력을 토대로 그린 책답게 시종 현재에 사용되고 있는 각종 정보의 유출과 이기 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장면, 일례로 스마트 안경 하나로 인해 타인의 개인 정보를 알 수 있는 개념은 또 하나의 위험 경고를 느끼게 하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편리함도 좋고 쉽게 모든 것이 빨리 이루어지는 문명의 혜택도 좋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이러한 불편한 진실들을 미리 느껴 볼 수 있게 그린 저자의 스릴이 재미를 배가 시켜준 작품이다.

 

귀환

귀환귀환
히샴 마타르 지음, 김병순 옮김 / 돌베개 / 2018년 3월

저자의 작품을 처음 대한 것이 ‘남자들의 나라에서’였다.

 

제3 문화권, 지금은 영국에서 터를 이루고 살고 있는 작가지만 태생은 리비아 출신이란 점, 9살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고국, 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던 역사 속의 일상생활들 속에 스며든 고통과 좌절, 여인들의 한을 그린 책이라 인상이 깊게 각인된 작품이었다.

 

책 속의 내용에서 다룬 것들이 지금 만나는 ‘귀환’의 다른 연속된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때의 작품이 허구 속에 스며든 아픔을 그려낸 소설이라면 이 책은 논픽션이다.

2017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답게 책의 내용은 사실성에 입각한 작가의 시선과 주위의 시선을 오로지 역사 속을 관통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2012년 3월 카이로 국제공항-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1979년에 리비아를 탈출한 후 리비아의 독재 정권이 무너지면서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장면이 첫 시작이다.

 

강력한 호기심, 타인의 개인적인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세 사람의 동선에 주시할 수밖에 없는 저자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어린 시절부터 겪은 불안의 근원인 고국,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그토록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순식간에 몰입을 하게 만든다.

 

아버지의 이름은 자발라 마타르, 청년 장교였다가 카다피가 정권을 잡으면서 외교관으로서 재직했다가 카다피 정권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혀 이집트 카이로로 가족을 데리고 탈출한다.

 

하지만 1990년 3월 12일, 아버지는 이집트 비밀요원에 의해 카다피에게 넘겨진 후 악명 높은 아부살림 교도소에 수감이 된다.

 

이후 저자의 팍팍하고 고단한 삶의 여정은 카이로, 나이로비, 영국을 오고 가며 성장을 하게 되고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지만 그 누구도 아버지의 생사확인을 정확하게 밝혀주진 못한다.

 

이 책은 그 이후의 여정, 즉 카다피 정권이 행했던 1996년 6월 29일, 아부살림에서 1270명의 정치범들이 학살당한 시점에서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을 본 사람, 혹은 그 반대로 살아있었다는 것을 본 사람으로 나뉘면서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행방, 아니 적어도 죽었다면 언제, 어디서, 어디에 묻혔는지에 대한 사실을 밝히고 알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을 그린다.

 

리비아가 이탈리아에 정복당한 후에 독립운동에 동참했던 과거 그의 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에 이르고 사촌들과 삼촌들, 모두가 리비아의 독재정권 아래 무참히 목숨을 부지하거나 안타깝게도 저버린 사연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형식으로 아버지를 그리는 사부곡으로도 볼 수 있는 책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아랍권의 생황 양식과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만남을 위주로 이어진 이야기들은 아버지의 생사를 두고 각 방면으로 펼쳐진다.

 

한 사람의 독재정권 때문에 너무나 많은 피를 흘린 역사들은 많다.

그 가운데 리비아란 나라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카다피의 독재는 작가의 아버지는 물론 그의 아들인 자신의 삶까지도 온통 무너져버리게 한 원동력이었고 그 가운데 살아가는 삶에 기로에 있어 어려웠던 고통의 기억, 그 가운데 감옥에 갇힌 친척들의 석방을 위해 서방 유력인사들의 도움까지 받은 노력들이 눈물겹도록 애절하게 다가온다.

 

 

제삼자의 눈에 비친 타국의 혁명, ‘아랍의 봄’으로까지 일컬어졌던 나라들의 독재정권 타도는 히샴 마타르라는 자신에게 있어   33년의 시간을 넘어서 리비아로 오게 만든 근원이 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여전히 생사를 모른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 다룬 귀환이란 의미는 저자는 물론이고 감옥에 갇혀 있었던 친척들의 삶에 대한 방식과 철학, 그리고 아직도 그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에 대한 희망과 이미 돌아가셨을 것이라는 양분된 갈림길에 선 상태에서의 모든 것을 한마디로 관통하고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끝까지 아버지의 생사를 두고 긴장감을 이용한 카다피의 아들과 리비아란 나라를 두고 서방이 가지는 그들만의 국익 우선 때문에 벌어진 양국 간의 이해타산이 어떻게 개인적인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아버지에 대한 귀환, 그것은 비록 어떤 뚜렷한 결과를 낳지 못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애타게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해보는, 저자의 담담한 고백이 깊이 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