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7월 31일

검은 모래

검은모래검은 모래
구소은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6월

역사 속의 아픈 기억들, 특히 한 시대를 드러내는 사건들은 여전히 그때의 날이 다시 돌아오면 여전히 가슴 한편이 아프다.

 

한반도란 땅에서 떨어진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읽으면서 역사의 한 부분을 관통하고 있던 부분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주었다.

 

2013년 제1회 4.3 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검은 모래>란 이 작품이 다시 출간이 되면서 접한 기분은 여전히  당시의 삶을 이어간 사람들에 대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평생을 해녀로 살아간 제주도의 해녀들의 삶, 거친 자연환경도 그녀들의 삶을 같이 부여잡고 살아갔지만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한 일제의 강제 점령기는 결코 그녀들에게 평온한 삶을 주지 못했다.

 

제주 여인인 구월과 해금의 삶을 통해 본 그녀들의 삶과 그 삶 안에서 살아가려 했던 모진 세월의 극한을 그들의 자손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일본 속에 재일 한국인이란 신분의 세계를 같이 이어가면서 더욱 먹먹함을 지니게 한다.

 

세계 속의 각 나라들이 처했던 이러한 상황들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한 나라의 국민이 어떻게 자신의 고국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 그 안에서 한국인의 뿌리가 점차 일본이란 나라에 살면서 어쩔 수없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워버려야만 했는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현실적인 고통, 고뇌,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생각들은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책은 4대에 걸친 제주 여인의 삶과 그 자손들의 삶까지 포함시키면서 육지에 극한 됐던 한국의 아픈 역사가 제주도라는 섬에까지 넓혀 그 역사의 현장으로 오게 만들었고 일본까지 그 범위를 펼친 저자의 필력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역사의 한 부분을 보다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다뤘다.

 

일본 내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도 조총련, 북송 귀국 민, 재일 조선일들에 대한 처우 개선들은 알고 있었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그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책 제목처럼 한 손에 모을 수는 있지만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모래, 특히 제주 여인들의 한 많은 삶을 토대로 그린 개인의 삶과 역사가 검은 모래 그 자체를 연상시켰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준 책이다.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해리오거트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 가운데 좀  독특한 책을 만났다.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처럼 주인공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들은 같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보다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된다.

 

주인공 해리 오거스트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남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가는 초인들의 집단인 칼라차크라(우로보란)다.

 

그는 처음에 1919년 1월 1일에 태어나 1989년 70세의 나이로 외롭게 죽을 때의 삶까지 모조리 기억한 채 계속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가 원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그의 생은 이러한 반복 작업을 통해 초인 집단들 가운데서 기억술사란 더욱 특이한 점을 지닌 삶을 살아간다.

 

한번 죽었고 다시 태어나게 되면 그 이전의 삶은 모두 망각이란 것 때문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해리는 오히려 이러한 몇 번의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다음 생애에서 일어날 일들의 경험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용해 보려고 노력한다.

 

이들의 특징은 미래를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연대 조직인 ‘크로노스 클럽’을 창설하여 유지하게 되지만 현재에 개입해 미래를 조작할 수 있다는 능력은 역사에 대한 그 어떤 것에도 개입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운다.

 

하지만 그런 일부들 중 해리의 환생하던 삶 중에서 교수의 신분으로서 맞게 된  제자이자 친구처럼 여긴 빈센트 렌키스와의 의견 충돌은 해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미래를 알지만 개입을 꺼리는 해리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선 이에 개입을 함으로써 더  나은 지향을 해도 괜찮다는 빈센트의 충돌, 그들은 그렇게 만나고 죽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드디어 빈센트가 계획한 거대한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다.

 

책 속에는 이러한 반복적인 패턴과 그 속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해리의 인생들, 그 안에서 저자의 해박한 세계사와 양자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접목시켜 인생의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반복적인 삶은 과연 행복할까?

 

책을 읽다 보면 태어남과 죽음은 그렇게 긴 격차가 아님을,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리는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사랑하는 여인마저도 그가 말한 진실에 대해 정신병자로 오해를 했으니, 죽고 태어나고 다시 만남을 거듭하면서도 해리의 삶은 오히려 외로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는 느낌을 준다.

 

선형적인 역사 속에서 해리처럼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없이 역사 속의 한 부분에 개입을 하게 되었고 빈센트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그의 욕망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교차의 시. 공간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장면들로 인해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말미에 빈센트의 계획은 과연 저지할 수 있을까?

해리가 남긴 편지는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의 허를 찌른 대미의 장식을 했다는 점, 해리는 과연 다음 생애에서 다시 태어나 또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이야기의 진행은 결코 끝이 아님을 느끼게 해 준 저자의 글은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건지감자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한 권의 책과의 만남도 인연이 있기 때문에 읽는 것이고 그 인연으로 인해 또 다른 느낌의 책을 연속적으로 접하게 됨으로써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연찮게 집어 든 이 책과의 인연은 바로 다른 책으로 연이어 이어졌고 그런 때문인지 오랜만에 다시 접해보는 편지체 형식의 글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책 제목이 기타 다른 다른 책들처럼 와 닿지는 않았지만 그 속 내용은 정말 감동적이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아마 올해 영화 개봉에 맞춰서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것만 봐도 그렇고 내겐 이 책이 세 번째 읽는 것이기에 다른 책들과는 좀 다르게 읽게 된 책-

 

전쟁이 참혹하고 인간들이 저지르는 일들 중에서 생각하기조차도 하기 싫은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 책의 배경이 된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난 1946년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전쟁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줄리엣의 직업은 영국의 인기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날 그녀는 채널 제도에 있는 건지 섬에 사는 한 남자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는데, 이 사람이 속한 클럽 이름이 바로 책 제목인 ‘건지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이다.

 

‘도시’ 란 이름을 가진 그 남자는 줄리엣이 소장했던 책을 갖고 있다며 작가의 다른 작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편지를 보낸 것이 인연이 되어 줄리엣과 서신 교류가 이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점령하에서 5년의  세월을 견딘 건지 섬사람들, 생각만 해도 무척 암울하고 희망조차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의 시대지만 책은 그런 분위기를 일쇄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따뜻한 영감과 서로 돕고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우정과 사랑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려낸다.

 

소설이 주인공인 줄리엣, 출판사 발행인 시드니, 절친한 친구 소피, 그 밖에 건지 섬사람들 간의  주고받은 서신만으로 책 내용을 다룬 이 책은 책을 통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그런 가운데 진정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행복을 이루는 이야기까지 , 시종 전쟁이란 분위기를 느낄 수조차 없을 정도의 유쾌함을 지니게 한다.

 

실제 저자의 이력은 이 책이 처녀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됐다고 하는데서 더욱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할 만큼 물자 부족과 전쟁이 주는 치열한 삶의 생존을 어떻게 이런 분위기로 바꾸면서 이끌어나갔는지에 대한 감탄을 금할 수가 없게 만든 책이다.

 

책을 통한 서로 간의 감정 교류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이룬 건지 사람들, 책을 읽을 때마다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 언젠가 건지 섬을 방문해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갖게 하는 책이다.

 

 

시인장의 살인

시인정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7월

2018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시작으로 처녀작으로 기존의 유명한 상을 휩쓸었다는 전대미문이 신인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다.

 

대학 1학년생인 하무라는 ‘미스터리 애호회’ 회원이다.

그것도 회장 아케치 선배와 그, 단 둘뿐인 비공인 동아리라고 할 수있다.

평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만큼 그 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길 좋아하는데 어느 날 ‘영화 연구부’에서 심령 영상을 찍기 위해 여름 합숙을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수차례 참여의사를 밝혔음에도 거절을 당한 가운데 겐자키라는 여학생의 제의로 무사히 합류를 하게 된다.

 

합숙장소는 영화부 선배인 나니미야의 아버지가 주인인 ‘지담장’이란 곳이고 그곳에 도착한 후 저녁에 그들은 신사로 담력 시험에 도전하게 된다.

 

한편 가까운 곳에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곳에서 원인불명의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면서 신사 담력에 참여했던 일행 몇 명은 봉변을 당하게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가까스로 지담장에 모이게 된다.

 

흔히 말하는 밀실 살인사건을 다룬 이 책은 좀비로 변한 사람들의 공격을 피하는 가운데 지담장에 모인 사람들 중에 작년에 불미스러운 일에 가담했던 선배들이 하나둘씩 죽은 시체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다.

 

정확한 시간, 한정된 공간,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 철두철미한 밀폐된 공간 안에서 좀비의 영향을 받아 처참한 몰골로 죽은 사람들, 과연 이들 중에서 범인은 있을까? 그렇다면  누가, 왜, 어떻게 죽였는가를 두고 추리를 이어가는 겐자키와 하무라의 활약은 읽는 동안에도 도통 범인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든다.

 

 

일측 일발의 좀비들의 공격과 이를 피해 사투를 벌이는 한편 같은 일행들 중 한 명이 살인자라면?

 

죽음의 원인을 자초한 사람들의 행동, 그 원인 때문에 안타까운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 생겨나는 사연과 함께 일본판 좀비라고 생각될 정도의 변모해가는 좀비들의 모습들은 그 가운데서도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고,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겐자키의 논리와 미스터리 애호가답게 추리를 해나가는 하무라의 콤비는 다음 작품을 통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게 만든다.

 

 

밀실 살인이란 주제 하에 좀비의 출현을 더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허를 찌른 살인 기법, 색다른 추리물의 조합이란 생각과 함께 이 신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