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베첸토

노베첸토노베첸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실체에 대해서 표현을 하고자 할 때 정확하게 무엇을 어떻게 하면 나가 생각한 대로 제대로 맞을 수 있는 단어들이 있을까를 생각할 때가 있다.

 

마치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이 손에  의지한 채 감각만을 동원해 그 감촉을 표현하듯이 이 책 또한 읽어나가되, 그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손에 잡히지 않은 미지의 음악 세계를 동경하게 만들었다.

 

이미 ‘이런 이야기’란 작품을 통해 저자의 필력을 인지는 하고 있었으나 이 작품 속에 드러낸 표현과 감정들, 피아노란 악기에 대해서, 그리고 재즈에 대해서, 무지에 가까운 나가 읽어도 좀 더 가까이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몰라도 배를 타본 사람들은 아는 사람,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노베첸토다.

물 위의 작은 도시라 불리는 버지니아 호에서 태어난 그는 배에서 태어나 한 번도 육지를 밟은 적이 없는 연주자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그가 연주하는 음악 자체에 대해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그는 ‘존재한 적 없는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그 이름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천재성을 인정한다.

 

배 안에서 대니 부드먼이란 선원에 의해 눈에 띈 아이, 누가 아이를 버리고 떠났는지는 모르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니 부드먼 T. D. 레몬 노베첸토라고 불리면서 배 안에서 성장한다.

 

그의 특징은 누구도 연주한 적 없는 음악을 피아노 88개 건반에 물 흐르듯 연주한다는 사실, 때문에 어떤 고위층 사람들은 일부러 3층 서민들이 머무는 객실을 자처하며 그의 연주 듣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책은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과 음악극 [노베첸토]로 이미 알려진 원작이다.

영화나 음악극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훨씬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지어진 글 속에서 독자들은 상상의 음악 선율을 기대하고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점을 유발한다.

 

책의 명 장면은 유명 재즈 연주가가가 노베첸토의 명성을 듣고 자신의 음악을 뽐내기 위해 배에 오르면서 시작되는 연주 경쟁이다.

 

그만 연주 경쟁을 할 뿐이지만 노베첸토가 그의 연주가 끝나고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는 묘사 장면은 비록 책 속이지만 흥분과 감동, 마치 나가 그의 곁에서 직접 세상에서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장면의 묘사다.

 

오로지 음악을 즐기고 자신만의 선택을 통해 배 안에서의 유한의 삶을 피아노 연주라는 무한의 세계를 통해 드러내는 그의 인생관, 하지만 그 또한 육지에 대한 동경과 궁금증은 있었지만 결국은 하선을 하지 않는다.

 

책은 노베첸토가 격은 배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더 나은 미지의 공간인 육지에 대해 나아가려 했지만 결국엔 포기하고 다시 배 안에서 생을 마감하는 여정을 그린다.

 

자신의 선택에 있어서 욕망의 어느 부분을 포기하고 자신이 지닌 다른 것에 눈을 돌리며 생을 마감한 인물-

 

 

어떤 미지의 선망의 대상에 대해서 우린 항상 지금보다 더 나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게 된다.

단지 그것이 행동에 옮겨져 실행을 하느냐, 포기하느냐에 따라 그  선택의 결정에 따른 책임도 따르게 마련이지만 노베첸토가 바라 본 육지 너머의 그 이상의 무한대인 공간은  미처 모두 보지 못한다면 지금의 배 안에서의 생활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를 비교했을 때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행보를 그렸다는 점이다.

 

이미 자신은 88개의 검고 흰건반을 통해 얼마든지 유한에서 무한의 세게를 표출해 낸다는 점, 그렇기에 밖의 세상이 아무리 그에게 별천지를 선사한다 해도 모두 볼 수 없다는 깨달음에 이른 점은 그에게 있어서 확실한 자신만의 인생관을 그려냈다는 생각이 든다.

 

배에서 태어나 배와 함께 죽음을 선택한 사람, 저자의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서 다뤄지는 인생의 갈림길을 노베첸토라는 인물을 통해 투영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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