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8년 8월월

참 쉬운 손글씨 수업

손글씨 표지참 쉬운 손글씨 수업 – 노트 자신감은 물론 시험 성적까지 쑥쑥!
김상희 지음 / 조선앤북 / 2018년 8월

필사에 관심을 두다 보니 내가 쓰고 있는 글씨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됐다.

 

그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쓴 필기체를 보고 예쁘다, 보기 좋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 필사를 하면서부터는 다른 때보다 글씨체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니 이런 책들을 통해 또 한 번 나의 악필을 교정해 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기존에 다른 책들처럼 이 책 또한 우리나라 한글의 다양한 서체를 기본으로 하되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백지에 나의 필기체를 써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내글시

 

내가 쓴 필기체를 중심으로 교정해서 더욱 보기 좋고 다듬어진 글씨체를 연습해 나만의 필기법을 습득하는 방식이 재미를 준다.

 

책의 구성은 또박또박 모범생처럼 쓰는 필기체를 필두로 동글동글한 글씨, 기울여서 쓰는 필기체, 연결해서 어른스럽게 쓰는 순서로 되어 있다.

 

첫 장의 모범생 글씨체는 우선 초등학교 시절 연습하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되 좀 더 세련미가 돋보이는 글씨체로써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다음 장인 동글동글한 글씨체로의 발전을 쉽게 해 준다.

 

글쓰기 전후

 

글씨는 쓰면서 늘기 마련이지만 손에 익은 글씨체를 다른 필체로 바꾸기란 쉽지가 않은데, 이 책은 그런 점을 보다 쉽게 보완하면서 즐기고 쓰는 시간을 갖게 한다.

 

특히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필기도구를 사용해 쓰느냐에 따라 필기체의 느낌을 확연히 달라 보이고 받아들여진다는 점, 시중에 판매되는 연필부터 캘리그래피용으로 사용되는 펜을 이용해 여러 서체를 써보고 익힐 수 있는 연습용 글씨체가 들어있어 관심을 더욱 갖게 하는 책이다.

 

글씨 섞어쓰기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종이의 종류에 상관없이 책 속에 들어있는 필기체를 통해 나만의 필기체를 연습해 간다면 다른 용도로 사용될 필기체의 종류를 확보한다는 데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한 획에 담긴 서체의 특징을 간파하고 나에게 맞는 서체를 알아간다는 기쁨도 있고 뭣보다 어떤 특별한 날에 사용할 수 있는 글쓰기의 기쁨은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뜻깊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아 하루에 조금씩 연습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경애의 마음

경애의 마음

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책을 읽으면서 감동과 그 의미는 알겠는데, 막상 그 느낌을 적으려고 하니 막막함이 먼저 다가온다.

 

저자의 책을 통해서 느끼는 ‘마음’이란 것, 나의 의지대로 한다면 고민이나 걱정거리는 없을 것 같은데, 책 속의 두 주인공의 삶을 통해 바라본 것은 흔히 만나보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 곧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자신이 정해놓은 선 안에서 생활한다면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타인의 눈에 비친 모습은 또 그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는 상수란 인물, 소위 말하는 아버지와의 인맥으로 반도 미싱이란 회사에 입사해 근무하는 팀장 대리다.

 

자신과 함께 할 부하직원이 없다는 이유를 대고 수하에 두게 된 사람이 박경애-

노조와 함께 투쟁을 벌이던 그녀는 한직에서 밀려난 사람이자 회사 내에서도 골칫덩어리다.  그런 두 남녀가 만나 어떤 원대하고 거대한 뜻을 두고 일을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위의 시선이나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은 그렇게 쉽게 성사되지 못한 루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 간의 연을 이어주고 있는 것은 ‘E’라고 불린 은총이란 친구다.

상수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유일한 친구, 경애에겐 영화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이자 그가 보인 말과 행동들, 영화에 대한 사랑은 한창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두 사람에게 학창 시절의 기억을 간직하게 한 사람이었다.

 

불행하게도 화재사고로 명을 달리 한 은총의 사고 이후 두 사람의 각기 다른 행보는 반도 미싱이란 회사에서 다시 재회하지만 이 두 사람의 알 뜻 모를 듯한 인연은 상수가 담당하고 있던  연애상담 페이스북 ‘언니는 죄가 없다’에서도 이미 이어진 상태, 유일하게 자신이 친구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 아픔을 호소한 곳에서 위안을 받은 경애, 그런 경애와 대화를 나누면서 점차 은총을 연상하게 된 상수의 이야기는 어떤 로맨스가 담긴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더욱 집중 조명하면서 읽게 된다.

 

경애라는 말, 敬愛란 한자에 담긴 말속에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의미와 함께 경애가 겪었을 자신만의 고독과 세상과의  교류를 통해 더욱 그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책은 각기 다른 사연들을 간직한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1980년대의 유행했던 노래나 영화, 그리고 그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두 사람의 성장을 통해 마음을 폐기하지 말란 상수 언니의 말에 세상을 살아가려 노력했던 경애의 모습과 세상의 부조리한 일들 속에서 홀로 그것을 이겨내 보려 했지만 결국엔 그것마저도 세상의 흐름에 져버린 상수의 일들을 보임으로써 저자의 세상을 향한 시선을 같이 느껴보게 된다.

 

옛 애인을 두고 방황하는 경애를 지켜보는 상수의 마음은 그런 점에서 선뜻 나서길 주저하며 돌고 돌아 에둘러 말하지만 그것마저도 ‘언죄다’ 때문에 망설이는 모습들이 인간과 인간의 마음은 어떤 하나의 연결고리를 통해 풀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강변북로를 혼자 달려 돌아올 수 있잖습니까. 건강하세요, 잘 먹고요, 고기도 좋지만 가끔은 야채를, 아니 그냥 잘 지내요. 그것이 우리의 최종 매뉴얼이에요.-P172

 

 

어쩌면 경애 또한 자신의 마음을 폐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든 어려움을 이려 나갈 수 있었다는 생각, 상수의 그런 위로는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기 아닌 세상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보며 보듬어 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결코 쉽지만은 이야기의 내용은 각 사회 전반에 걸친 노조, 성추행, 해고, 복직, 그 외에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눈감고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길 바라는 윗 선들의 행동들까지, 두 개인의 삶 사이에 끼인 여러 가지 형태의 아픔을 건드려 문장 하나하나 마음에 와 닿게 쓴 저자의 글이 인상적인 책이다.

 

*****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에는 육체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 어떤 사랑은 멈춰진 기억을 밀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  사라진 누군가는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의 인생에서 다시 한번 살게 된다는 것-P161

 

                                                                                                                                

초크맨

초크맨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지금은 초등학교에서도 분필이 아닌 전용 펜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여러 컬러의 초크는 선생님들이 유독 강조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거나 다르게 표시하고자 할 때 많이 사용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끔 집에서도 작은 칠판이 있어 문방구에서 초크를 구입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던 바, 이 책을 보면서 잠시 그 당시를 회상하게 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유년 시절의 즐거웠던 기억을 회상하게 했다면 이 책의 내용을 전혀 아니다.

오히려 초크가 등장함으로써 잊혔던 사건의 발생이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된 매개체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작은 마을인 앤더베리에 살고 있는 12살의 다섯 명의 친구들은 동네 친구이자 학교 친구로서 소꿉친구로 성장한다.

 

1986년 당시 12살인 주인공 에드와 그의 친구들은 각자가 정한 컬러 초크로 자신들만의 비밀표시를 만들어 모임을 갖게 되는데 누군가 각자의 집에 표시를 한 초크를 기준으로 친구들은 숲 속에서 만난다.

 

그런데  숲속에서 머리가 없는 여자 시신이 발견된다.

 

특이한 점은 신체의 각 부위가 절단이 되어있고 각각 떨어진 장소에서 발견된 점, 단 하나 머리가 발견이 되지 않은 채 수사는 그녀를 알고 지낸 학교 선생님이 의심받게 된다.

 

책은 1986년의 12살 에드와 그의 친구들의 성장과 함께 2016년이 된 현재 시점의 그들의 이야기롤 오고 가며 펼쳐진다.

 

유력한 용의자가 사건의 진법임이 밝혀졌지만 현재 그들에게 각각 흰색의 분필로 얼굴로 신체부위가 표시된 편지들을 받게 되면서 잠잠했던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이 그린다.

 

책은 일반적인 추리 스릴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편의 아프고도 슬프고 담담한 시선이 어린 성장소설처럼 읽었다.

 

저자의 필력이 자신의 인생의 어떤 터닝포인트를 연상시키는 것처럼 곳곳에 스며든 인생의 아이러니함, 그 안에서 겪는 부모와 종교, 권위, 질투, 암묵적인 동조 하에 벌어진 억울한 사람의 이야기들까지, 책은 장편소설로써 시종 에드의 시선을 중심으로 숲 속에서 벌어진 그 사건 뒤에 다섯 친구들이 어떻게 서먹서먹하게 되고 그 이후 각자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이면서 범인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이 들어있다.

 

우리는 흔히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인간의 극단적이고 예외적이지 않는 보편적인 판단은 한 소녀의 죽음 뒤에 가려진 많은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그들이  악의로 한 행동은 아니었으나 결국엔 각자가 불행의 사건으로 몰고 간 사람들이었음을 보인다.

 

친구가 당한 안타까움에 대한 보복으로, 반려견의 죽음의 원인이라고 생각한 이유 때문에, 선생님의 아픈 사랑을 조금이나 위로해주려 한 물건이 걷잡을 수없는 파국으로 치달았을 때의 그 소년들은 어렸고 두려웠다는 점, 결국엔 돌고 돌아 30년이 흐른 시점이 되어서야 진정한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여정은 반전의 맛을 선사한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은 지금은 어린 소년들의 성장기를 통해 어른들의 세계, 사랑에 대한 진실,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무언의 암시를 주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 p 375

 

미처 느끼지 못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았기 때문에 슬픈 아픔을 가져야만 했던 유년의 시절들의 상처는 초크 맨의 등장으로 인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냄과 동시에 또 다른 생의 출발을 알리는 계기를 알려주는 길잡이가 된다.

 

스티븐 킹의 추천이라고 해서 읽었던 책, 영상으로 만나도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뉴욕 스케치

뉴욕펴지;

뉴욕 스케치
장자크 상페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7월

외국인에 비친 자신의 나라 모습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아가는 기회를 준다.

 

프랑스인 눈에 비친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 뉴욕의 모습은 어떨까?

책은 장 자크 상페가 『뉴요커』에 연재했던 것을 책으로 다시 펴낸 것이다.

 

파리 스케치가 간간히 짧은 단락의 문장이 깃들어 있는 반면 이 책은 뉴욕에 머물던 프랑스 사람 장폴이 파리에 있는 친구 르네알렉시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

 

뉴욕이라고 하면 항상 고개를 숙이고 바삐 걸어가는 뉴요커가 생각나고 각자의 사생활에 관한 한 일정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철저한 개인주의가 두드러진 도시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뉴욕1

하지만 상페의 글에는 시종 그들의 각기 다른 생활 패턴들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 그것이 특정 어떤 룰에 벗어났기 때문에 어긋난다는 것이 아닌 각기 다른 독자적인 생활권을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의 생활 속으로 같이 동참하려는 노력이 엿보인 글들이 눈에 띈다.

 

 

뉴욕2

유머 있는 글재주는 여전하지만 그 속에서 하나하나 눈여겨보며 캐치 해 그려놓는 그림 솜씨는 많은 문장을 대신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도시일 수도 있는 뉴욕, 그 뉴욕 한가운데서 보고 느끼고 이해하면서 그들의 삶을 독자들에게 보임으로써 같은 느낌을 공유한 작가, 상페의 그림솜씨가 이처럼 부러운 적은 또 없다.

 

파리 스케치

파리스케치표지

파리 스케치
장자크 상페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7월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못 그리는 솜씨지만 사진과는 달리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질 때가 있다.

세계 패션의 유행에 대한 기준인 도시로써 알려진 파리란 도시, 그 숱한 문학작품이나  문인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선망의 예술적인 대상의 도시 중 하나인 파리-

 

내게 있어서 파리는 야경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저자 그림을 보면서 다시금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무런 손에 힘을 주는 것없이 그저 흰 종이에 쓱싹 하는 것과 동시에 파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리는 작가, 장자크 상페의 작품은 그래서 볼수록 사랑스럽다.

 

자신의 나라인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에 대해서 색채감이 들어 있는 그림은 그 그림대로, 하나의 펜으로 잡고 그린 그림이라면 그 나름대로의 크로키를 연상시키는 그림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파리1

 

 

화려한 도시의 모습 뒤편에 가려진 골목골목 사이에 자리 잡은 파리의 또 다른 모습들, 유명 문인들이 자주 가던 카페가 있는가 하면 그 소문이 끝없이 이어져 지금도 관광객들이나 파리 시민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인기 있는 카페의 모습들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파리의 단면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파리2

 

폐쇄적이고도 개방적인 느낌이 드는 도시, 파리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저자의 그림을 통해 잠시나마 즐겨보면 어떨까?

 

 

조선의 잡지

조선잡지

조선의 잡지 –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
진경환 지음 / 소소의책 / 2018년 7월

 

 

 

지난 시대를 들춰보는 맛, 특히 신분계급이 있었던 조선시대의 삶을 다룬 책들은 많은 재미와 지식을 준다.

책 제목에서 보듯 잡지란 말이 풍기는 뉘앙스에서처럼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신분제도가 엄격하게 구분되던 시대인 18~19세기를 다룬다.

 

근대로 넘어가기 전이라서 그런지 새삼 격동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게 하는 사화. 문화적인  모습들이 흥미를 돋운다.

 

책의 기본으로 쓰인 내용은 유득공의 <경도잡지>을 중심으로 다룬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자 출신의 유득공이 바라 본 서울 지역의 양반들의 모습은 19개의 소제목을 4개의 큰 제목으로 나누어서 다루고 있고 각 내용들마다 시대의 흐름 속에 양반들이 즐겼던 각양각색의 사회적인 체면과 옷차림새, 놀이, 이동수단, 풍류, 차, 담배들이 등장한다.

 

 

조선잡지1

 

특히 우리가 알고 있던 ‘결혼’이란 용어는 잘못 알고 있었단 점, 정식으로는 ‘혼인’이 맞단다.

‘혼’과 ‘인’에 담긴 뜻을 알고 나니 언어란 것이 시대적인 흐름에 편승에 약간씩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경향도 있지만 인륜지대사인 결혼이란 제도에서는 이 단어를 신중히 써야 함을 일깨워준다.

 

 

양반들이 의복에 신경 쓰는 차림새와 머리에 쓰는 각종 이름들, 문방사우를 들여다보면 지금도 팬시 문구점에 들를 때마다 새로운 제품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며 물건을 구매하게 되는 나의 모습이 언뜻 비쳐 옛날이나 지금이나 관심분야가 있다면 이런 마음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조선잡지2

 

 

기호식품은 또 어떤가?

차와 담배의 유래와 빠른 전파 속도, 특히 담배의 경우엔 부녀자까지 즐겨 피웠다니 그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시대의 풍속과 생활 패턴들, 특히 위 시대를 다룬 글들 속에는 양반들이 즐겼던 다양한 세태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과 함께 점차 과소비처럼 여겨졌던 생활이 시대의 흐름으로 인해 소비 패턴이 점차 검소함으로 변함을 느끼게 되는 진행 과정을 알게 한다.

 

 

격동기라고 하면 격동기라고 할 수 있는 변화의 시대를 살다 간 양반들의 모습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그네들의 밀착취재를 연상시키는 이 글은 두고두고 읽어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서재를 떠나보내며

서재를 떠나보내며서재를 떠나보내며 –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7월

책을 좋아하고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주체할 수없이 하루에도 많을 책들이 출간되고 그중에서 읽는 시간과 속도에 맞춰 책을 모두 읽을 수없는 안타까움을 느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책에 대한 애정, 기사를 보니 츤도쿠란 일본어가 있단다.

바로 책을 사다만 놓고 읽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어떻게 보면 책에 대한 애정이 일정 부분 들어있어 이렇게 쌓아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유명한 작가나 저술가의 서재들을 보면 입이 벌어질 만큼 엄청나게 많을 책을 소장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중에서  3만 5천여 권의 책을 소장한 주인, 이 책의 저자  바로 알베르토 망겔이다.

이 책은 그가 그동안 자신이 소중하게 보관하고 소장했던 책들, 이제는 자신의 서재를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책을 정리하며 떠오른 감정을 쏟아낸 책이다.

 

그는 현재 아르헨티나 국립 도서관의 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그가 읽고 모은 방대한 책에 대한 애정을 담을 글은 무척 감동적이다.

 

책이 쌓여간다는 현실, 책장의 한계를 넘어설 때마다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지인들에게 나눔을 하거나 두세 번 생각 끝에 책을 버리는 일들을 해온 나로서는 그가 느끼는 책에 대한 상념과 감정들은 모두 동감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의 방대한 서재에 꽂힌 책들, 하나하나에 깃든 책에 대한 내용들,  카프카의 [변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단테의 [신곡]에 이어 다른 책들까지 섭렵한 내용들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전방위로 이어진 그의 지식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  독서를 단순히 여러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겸손한 표현이다. 내게 독서는 모든 즐거움의 원천이며, 모든 체험에 영향을 주면서 그걸 좀 더 견딜 만하고 나아가 좀 더 합리적인 것으로 만드는 행위다.  -(p6~7)

 

그가 생각한 책에 대한 애정들, 베스트셀러 책들은 비교적 없고, 책을 주로 선물한다는 쪽인 그의 행보는  책이 지닌 의미에서 더 나아가 서재를 떠나보낸다는 의미가 마치 자신의 독서 행위가 끝나버렸다는 것처럼 느껴지는 의미의 글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통해 도피처로 여겨지는 안식의 장소로, 어떤 이는 지식의 욕망에 목말라 책을 통해 습득하려는 의미로, 어떤 이는 그저 책이 쌓여있다는 그 모습 하나로도 각기 다른 위안을 삼아간다.

 

책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은 적이 있는가? 혹은 용기를 받은 적이 있는가? 아니면 하루라도 손에 책을 들고 있지 않다면 불안을 느끼는가? 이 외에 책에 대한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꼭 강추하고 싶다.

 

 

*****   우리의 책들은 다른 사람들의 체험과 지식을 헤쳐 나가는 길 안내가 되어 줄 수 있고, 불변의 과거에서 얻은 교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직관을 주기 때문이다. -( p.218~219)

 

무작정 따라하기 상하이

상하이표지

무작정 따라하기 상하이 – 2018-2019 최신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서혜정 지음 / 길벗 / 2018년 7월

상하이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단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임시정부가 들어섰던 곳이고 세계적으로 이미 유명한 대도시란 점, 덧붙여 가요 ‘상하이 트위스트’가 생각난다.(^^)

 

요즘은 여행의 다분화와 세분화가 이루어지다 보니 자신만의 특성에 맞춘 여행 패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 도시를 집중적으로 다녀보고 탐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 시리즈를 선택해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책은 아주 유용하게도 두 권으로 나뉘어 있다.

출국 전에 나눠보는 이점 때문에 먼저 떠나기 전에 상하이란 도시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주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1권에서 다뤄지는 여행 캘린더, 경제스토리 , 종교이야기, 역사 스토리, 근대와 현대, 당대에 이르는 상하이라는 도시의 변천사는 재미와 함께 흥미를 모두 갖춘 점이 눈에 띈다.

 

 

상하이2

 

중국 근대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송씨 가문의 세 자매 이야기는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할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 이런 역사를 알고 도시를 바라본다면 여행이 주는 알찬 보너스를 십분 활용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1권에 이른 2권에서는 본격적인 도시 공략이다.

분리형이기 때문에 이 책 한 권을 들고 바로 여행을 떠나도 무방할 만큼 곳곳에 숨어있는 장소들과 도시의 교통, 미용과 패션,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까지…

 

 

 

상하이3

 

특히 상하이 야경은 홍콩의 야경과는 또 다른 중국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고, 한 나라를 이해하는 데 음식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란 코너에서는 각종 음식의 종류가 발달한 중국이란 나라, 그중에서도 상하이만이 지닌 음색을 맛볼 수 있는 정보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미식가들에겐 그야말로 좋은 정보라고 생각된다.

 

 

상하이1

 

여기에 디즈니랜드 어트랙션은 한 번쯤은 방문해 보고 싶단 유혹을 느끼게 한다.

 

미국과는 다른 느낌이자 비슷한 느낌의 장소, 그곳에서 먹는 음식 종류들은 또 얼마나 다양한지~~

책만 봐도 눈이 호강한다.

 

또한 여행을 마치고 기념품을 준비할 때 좋은 정보인 선물의 종류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선물 추천인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대도시면서 국제적인 도시인 상하이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고 여행을 계획한다면 아주 알차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죽음을 선택한 남자

죽선남

죽음을 선택한 남자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전작을 읽어 본 독자라면 이번에 대한 신작 또한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 같다.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라고 불려도 될 듯한 세 번째  작품인 ‘죽음을 선택한 남자’는 여전히 과잉 기억 증후군을 가진 테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다.

 

첫 번째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두 번째인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 이은 이번 이야기는 보다 진실을 찾아가는 데커의 활약이 커지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감정선에 인간적인 면모를 더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내에서는 줄여서 모. 기. 남/ 괴, 불, 남/ 여기에 이번엔 죽. 선. 남이다.

문득 대나무 부채가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싶을 정도의 이번 제목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긴 하다.

 

FBI 빌딩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한 60대로 보이는 남자가 마주오는 한 여성을 향해 권으로  쏘아 죽이고 그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데커가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는 총으로 자신을 쏜다.

 

여자는 현장에서 즉사, 남자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혼수상태, 생명의 희망은 보이질 않는다.

 

남자는 국가와 기타 다른 중요한 기관과의 거래를 통해 사업을 하는 사람, 죽은 여자는 교사 출신이다.

 

두 사람 간의 연관 관계를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테커와 그의 직속 동료들은 한 꺼풀을 벗겨내면 또 다른 사건이 밝혀지는, 이른바 까도 까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의 난관에 부딪친다.

 

책은 과잉기억을 갖고 있는 데커가 자신의 모든 현장 답습을 기준으로 기억을 모으고 조사를 통해 벌어진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는 긴장의 극도를 느끼는 현장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모든 작품을 읽고서 이 작품을 읽는다면 데커의 인생을 훨씬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별개로 이루어진 작품인 만큼 이야기의 구성에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친절한 전작에 이은 그의 인생의 변화를 살짝 비쳐주는 정성도 들어있지만 이 작품 안에서는 공감능력에 대한 상실을 갖고 있는 데커가 문득 파트너에 대한 걱정이라든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다른 감정에 휩싸이는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씩 보인다는 점에서 저자가 데커란 인물에 정성을 쏟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거대한 음모의 집단과 맞서게 된 데커, 과연 사건의 진실과 그것을 감추고 살아가던 사람 앞에서 진실을 말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은 좀체 책을 손에 놓지 못하게 만든다.

 

여기서도 스릴의 맛인 사건 진실에 다가선 데커의 추리 능력과 반전은 역시 최고다.

 

한 편의 영화로 나와도 좋을 듯한 구성력, 거기에 독자로서 살짝 욕심을 부린다면 이제는 인간관계에도 발전을 보여 파트너와도 동료 이상의 감정을 보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한 책이기도 하다.

 

미식축구 선수에서 FBI 수사관으로 생활하는 데커, 전작에서 나온 멜빈의 등장도 반갑고, 이 무더운 한 여름에 이 책을 읽어보며 무더위를 날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좋으실 대로

좋으실대로

좋으실 대로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주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7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5대 희곡 중에 한 작품인 ‘좋으실 대로’는 어릴 적 읽은 내용을 다시 더듬어보게 한 책이다.

 

당시의 책이 문장 위주의 서술 형식으로  주를 이루었다면 이 책은 연극 대본을 보는 듯한 방식으로 나온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한 편의 연극 장면을 하나씩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한 그들의 감정선을 보다 가깝게 느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작품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한 당시의 사회적인 이슈들, 보편적인 권력에 둘러싸인 암투, 가족 간의 분쟁과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시기와 질투, 여기에 더욱 극적인 배경인 숲 속이란 공간을 등장시켜 그 안에서의 부족함이 없는 풍요로움과 선한 마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진실을 추구하는 것들을 드러내어 더욱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연극적인 면에서 볼 때 연극사에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단 생각,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여러 변형된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는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써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고전의 맛이란 읽을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당대의 이런 글들을 쓴 셰익스피어의 놀라운 글솜씨는 지금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게 한 매력이 있다.

 

한편의 작품을 통해 사회에 대한 풍자와 연인들의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 속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무게가 있으면서도 시종 유쾌함을 유지하며 이어나갔다는 점에서 상반된 두 감정의 복선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는 점은 여전히 놀라움을 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읽으면서도 읽을 때마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그의 작품, 다른 작품에 대한 출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