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9월 6일

풍선인간

풍선인간풍선인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8월

전작들을 통해 중국 문화권의 새로운 스릴 독자로 자리를 잡은 작가의 작품이다.

 

초년에 지은 작품이라는데, 그래서 그런가 전작과는 분위기도 그렇고 내용도 조금은 가볍다는 느낌을 준다.

총 4편의 단편을 묶은 글은 작가가 순수하게 오락성만을 목표로 썼다고 한만큼 내용은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초능력, 상대를 풍선이라고 생각하고 신체의 일부 어떤 부분을 스쳐도 자신이 주문한 그대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한 주인공은 전문 청부살인업자로 전향한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맡는다는  원칙, 하지만 때로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한 적도 있지만 그의 능력의 단점은 한 번의 주문으로만 행해질 수 있다는 것-

 

톡톡 튀기도 한 주인공의 행동과 말들은 청부업자임에도 밉지가 않은 설정이다.

언뜻 상상하는 청부업자라면 냉철하고 비열하며 오로지 자신이 생각하는 목적 외에는 그 어떤 사정을 봐주지 않을 캐릭터가 연상되는데 이 책에서 보인 주인공은 좀 모자란 듯 한 행동도 보이는 캐릭터라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생각도 못했던 반전과 트릭의 연결성이 좋았다는 점은 이미 읽은 작품의 전초전인 만큼 내공을 쌓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 이야기는 정말 역시 찬호께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단숨에 빨려 들어갈 듯한 설정과 그 내막에 쌓인 이야기의 전개는 가장 기억에 남을 듯하다.

이런 식의 풍선 인간이라면 다음 책에도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보게 되는 책, 전작들도 좋았지만 순식간에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은수의 레퀴엠

은수의 레퀴엠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3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선하지도 그렇다고 악하지도 않은 변호사로의 캐릭터를 만든 저자의 이번 작품은 읽으면서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묻는다.

 

첫 장면부터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내용들, 아픈 세월호를 연상하게 하는 배 침몰 장면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배가 침몰하면서 자신이 살기 위해서 한 여성이 입은 구명조끼를 빼앗은 남자, 그것을 입고 살아남은 남자는 살인죄로 기소가 되지만 긴급 피난법에 의해 무죄가 선고되고 이 사건은 잊히게 된다.

 

한편 폭력단 사무소의 고문 변호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미코시바 레이지는 자신이 한때 의료 소년원에 있을 때 지금의 길로 인도해 준 교도관인 이나미가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결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왜, 무슨 이유로, 살인할만한 사람이 아니란 확신에 찬 미코시바 레이지는 이나미의 변호를 맡게 된다.

 

하지만 이나미는 자신의 죄를 자백했고 자신의 죄에 대한 처벌을 받을 것을 원하는데, 이 사건의 배후를 조사한 미코시바 레이지는 요양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이미 지난 10년 전에 구명조끼 사건을 통해 모종의 비밀이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한국의 이름처럼 들렸다.

알고 보니 ‘은수’라는 단어는 은혜 은, 원수 수, 그리고 레퀴엠이 붙어서 은혜로운 인물과 원수의 진혼곡이란 상반된 이미지를 지었다.

 

읽으면서 세월호 사건 외에도 요양원의 실태를 그린 장면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

실제 뉴스 보도에 나오는 사건 속에서 다뤄지는 요양원의 실태,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노령의 인구가 늘어가고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사회복지 시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이 책에서 보인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그린 저자의 또 하나의 걸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속죄의 의미,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말이기에 어떤 사건을 저지르고 그 사건의 주범인 사람이 속죄를 하기 위해 어떤 마음과 행동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나미 교도관의 말은  더욱 뇌리에 남는다.

 

–  속죄는 말이 아니랑 행동이다. 그러니까 참회를 말로 하지 마라. -p275

 

역랑

역량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역사소설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은 사실적인 시대적인 내용을 다룬 것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실을 중심으로 가공을 적절히 섞어 그 시대를 알게 되는 기쁨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적인 역사를  다시 그 시대로 복원해 실존 인물들을 다룬 것이 정석에 맞는 역사소설이라면 단 한 줄만이 적혀 있는 어떤 내용만을 가지고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 확장을 해나가며 쓴 이야기는 더욱 흥미만점이다.

 

역사서에도 간략하게 남아 있는 김충선이란 인물, 항왜 출신자로서 뎃포 부대의 지휘자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몸담아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런 그에 대한 일생을 작가는 역사적인 사료를 조사해 나가면서 부분적인 비어있는 공간들을 소설이란 장르에 힘을 덧대 새로운 창작물이자 전작인 ‘광해, 왕이 된 남자’이후 선보인 작품답게 그 시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저자의 상상력을 보탠 김충선이란 인물, 조선에서 태어났으나 역적 가문으로 몰리는 바람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며 일본에 살아남은 아이, 당시 일본의 정세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용병부대 출신 소속 뎃포 부대 군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조명된다.

 

주군과 다이묘, 가신들이 서로 배신과 충성을 반목하며 실세를 다지는 오다 노부나가 외에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주도권 쟁탈 싸움들은 일본 역사를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함은 물론 이 가운에 사랑하는 여인과의 안타까운 이야기도 적절히 들어있어 전체적인 상황들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조선인으로서 일본이 일으킨 임진왜란에 참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연, 다시 조선에 돌아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뎃포 부대를 통해 역공을 펼치는 그의 활약은 이후 실제 임금에게 ‘김충선’이란 이름을 사사한다.

 

저자는 그가 항왜인으로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나름대로 일본의 역사와 함께 보임으로써 한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 실제 그의 업적을 기리며 위패가 대구 달성군에 있다는 사실들은 임진 당시 피 조인의 삶을 그린 역사책이 있다면 그와는 반대인 항왜인들의 존재도 있었다는 사실을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김충선이란 인물에 대해 많이 알려진 것이 없다는 점이 아쉬움을 주지만 그런 반면 이런 상상의 토대로 그린 재밌는 역사 소설이 탄생했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