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9월 13일

살인의 문1.2

 

살인문

[세트] 살인의 문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역시 다작가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의 필력이다.

 

한 인간이 어떻게 처절히 무너져가는지를 그린 이 책 속의 내용은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인물이 주인공이다.

 

치과의사의 아들로 태아난 다지마 가즈유키는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난 두부 가게 아들 구라모치 오사무와의 질긴 악연으로 인해 인생의 험난한 길을 걷는 주인공이다.

 

약삭빠른 구라모치의 손에 이끌려 아픈 할머니의 용돈을 터는 행동을 시작으로 할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주위의 살인 의혹은 그의 집안을 풍비박산으로 몰고 간다.

 

부모의 이혼, 아버지와 함께 집을 팔고 전학한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 부딪치는 사건들 속에는 모두 구라모치가 있었다.

 

오목 사건을 필두로 아르바이트 때 만난 여자 친구의 자살에도 구라모치가 관여했다는 사실, 그 이후 직장을 옮겨 생활하면서 그의 결혼 내막과 이혼에도 얽힌 구라모치의 계획들은 다지마로 하여금 한 인간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할 정도로 점차 깊이 뇌리에 새기게 만든다.

 

책은 한 인간이 어떤 인간과의 맺음을 통해 어떻게 점차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2권에 걸쳐 그리고 있다.

유년시절부터 어렴풋이 자리 잡고 있었던 살인에 대한 의문과 생각들, 가까운 할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자신의 곁에 유일무이한 친구로서 자리를 잡은 구라모치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다지마의 행동이 정말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나쁜 짓인 줄 알았다면 당장 연을 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도 늦지 않았을 나이인 다지마의 유유자적한 성격은 결국 그 자신이 스스로 살인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내재된 인간 본연의 한 부분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독자로서가 아닌 나가 다지마였다면 과연 나는 다지마처럼 구라모치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묻게 되고, 그의 행실과 말들이 옳은 길이 아니었음을 알면서도 끌려가면서 행동하는 다지마란 인물에 대해 수긍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 작품이었다.

 

계획적으로 한 인간을 파괴하게 한 구라모치란 인물의 설정, 선과 악 속에 담긴 인간의 결정적인 행보를 통해 살의를 느끼는 과정들이 쉽게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