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8년 10월월

비바, 제인

비바제인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루페 / 2018년 9월

책 소개를 통해서 기시감이 들었던 책, 이미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미투 열풍이 일고 있는 상태에서 소설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미국의 전 대통령의 사건을 연상케 했다.

 

세상은 남자와 여자라는 두 개의 성(性)으로 나뉘어 있지만 정작 정말 두 이성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이 세계는 완벽한 조합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책은 5명의 여성의 시점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레이첼-

64세의 그녀는 심장의 남편과 이혼한 후 인터넷 미팅 사이트를 통해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전직 학교 교장 출신이다.

그런 그녀에겐 딸, 아비바 그로스먼이 있고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치에 뜻을 품은 아비바, 그녀는 플로리다의 선거 특성에 따른 정치학과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대학생, 어릴 적 이웃에 살고 있던 하원의원 에런 레빈의 인턴이 되어 선거를 도운다.

 

그런데 딸이 20년 연상의 에런과 불륜이 났다.

딸의 말은 사랑이라는 확신 하에 그를 만난다고 했으나 이미 엄마로서의 입장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살아온 인생에 비추어 볼 때 사회적인 시선이 어떻게 딸에 돌아올지에  대한 걱정으로 딸을 지키려 한다.

 

두 번째 제인-

제인 영이 정확한 이름이다.

고향인 플로리다를 떠나 메인 주의 앨리슨 스프링스에서 행사 기획자이자 웨딩 플래너로서 일하는 싱글맘이다.

그녀에겐 너무나도 조숙한 딸 루비가 있고, 그녀를 지지해주는 모건 부인으로 인해 시장 선거에 출마를 한다.

 

세 번째 루비-

아빠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학생,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는 있지만 당차고 자신만의 생각이 철저한 아이다.

그런 루비가 어느 날 엄마의 선거 출마로 인해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고 이후 자신의 아빠를 찾으러 플로리다로 가게 된다.

친구이자 엄마로서 믿었던 사람의 과거를 통해 엄마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선거에서만큼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출마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네 번째 엠베스-

레빈 의원의 아내이자 변호사다.

아비바 게이트로 인해 한때  정치적 생명에 위험으로 빠질 뻔했던 남편을 용서하고 그의 정치이념을 지지하는 한편 그런 남편을 위해 모든 정성을 쏟지만 정작 자신은 유방암으로 인해 생에 대한  마감을 다투고 있다.

 

다섯 번째 아비바-

책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이 생각했던 ‘사랑’이란 책임에 대해 행동한 결과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망쳤으며 결코 다시는 아비바란 이름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여대생, 그런 그녀의 이야기가 ‘선택’이란 단어를 통해 다루어진다.

 

자신은 사랑했다는 마음으로 행동을 했지만 세상은 그녀를 불륜녀, 유망한 정치인의 앞날을 망친 여자로 매도한다.

어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의 행동, 이런 그녀의 사랑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교묘히 채웠던 에런 레빈의 관계는 상하 복종, 장난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불장난에 불과함을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온통 그녀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책망하고 그녀가 블로그에 올린 글로 인해 그녀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이후  아무리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해도 구글로 검색만 해도 나타나는 자신의 존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이력서는 무용지물, 결국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로 새로운 제인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룬다.

 

 

 

책은 여성이  남성과 다르게 같은 책임 하에 벌인 일을 두고도 세상의 잣대는 오로지 여성 한 사람에게 집중이 되고 그녀의 행동을 매도함으로써 하나의 인간으로서 살아갈 권리마저 빼앗는 듯한 풍토가 여전함을 유머를 적절히 섞음으로써 완급조절을 통해 보인다.

 

 

총 5명의 여성의 시선으로 그린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의 사건으로 모이게 연결된다.

사건의 결말에 따른 그들의 인생 또한 변한 자와 변하지 않은 자, 그렇지만 결국 변하지 않은 자도 마음의 상처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인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도 그의 모든 것을 감싸안는 아내 엠베스, 그녀 또한 같은 여성이지만 아비바를 보는 견해는 세상의 잣대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인다.

그렇다고 행복한 결혼 생활이었을까를 생각한다면, 그녀 또한 아비바 못지않게 불행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제인 영이란 이름으로 새 삶을 개척해 살아가는 아비바는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세상이 그녀에게 보인 싸늘한 시선에 맞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간 여성이 아닐까 싶었다.

 

원제 <Young Jane Young>과는 달리 한국의 책 제목인 비바, 제인은 그렇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잘 드러낸 제목이 아닌가 싶다.

 

시대가 바뀌고 여성의 역할이 점차 사회적으로도 활발하게 커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같은 일을 두고도 판단을 내리는 대중의 심리와 사회 전반적인 시선들은 아직도 바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아비바란 여대생의 사건을 통해 여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남성이 행한 행동에  대한 너그러운(?) 자비심을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풀이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다루면서 결코 이에 무너지지 않은 아비바, 또 다른 여성인 제인 영에 대한 응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 작품이었다.

 

 

 

아날로그

아날로그아날로그
기타노 다케시 지음, 이영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9월

무엇이든지 정확하고 빠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에겐 어렴풋이 어렸을 적의 아날로그란 말이 새삼 그리워질 때가 있다.

 

0과 1로만 계산되는 시대가 아닌 사람의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흐름의 시간들, 어쩌면 속도전에 젖은 우리들에게 이 책은 오랜만에 그런 감성의 시간으로 초대를 해준 작품이다.

 

 

 

도쿄의 건축디자인 사무소에 다니는 사토루-

아픈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고 있는 미혼의 직장인 남성이다.

그 흔하디 흔한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의 패턴에 역행한다고도 할 수 있는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건물을 다룬다.

 

머리 속에 각인된 건축의 시뮬레이션을 직접 모형으로 만들어 실제 설계도에 그려진 부족함을 눈으로 보고 채워지는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인데 상사조차도 그의 재능을 이해하면서도 흐름을 좇지 않는 그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카페 ‘피아노’에서 미유키라고 칭하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이내 그녀에게 빠진다.

하지만 요즘의 시대에 흔한 방식인 전화번호나 주소, 이멜조차도 교환하지 않은 채 목요일이면 그곳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게 된다.

 

매주 목요일을 기다리게 되는 사토루-

하지만 직장인의 애환인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출장에 쫓기다 보니 약속 요일에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만난다고 하더라도 연인들이 느끼는 진한 감정의 속마음을 털어놓지도 못한 채 오로지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나간다.

 

더군다나 이제는 오사카로 전근을 가야 하고 이 시점에 맞춰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결심하는데,,,,

 

흐름 자체가 느리게 그려진다.

빠르게 만나서 감정 확인하고 서로가 익숙해지는 진행이 아닌 오로지 사토루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 책은 미유키가 왜 그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삭이며 그녀를 생각하는 사토루의 순수한 마음을 그려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연이란 것이 과연 있기는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흔한 말로 반드시 만날 사람은 어느때고 만나게 된다는 사실, 더군다나 미유키가 나오지 못하게 된 사연을 알게 된 후에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그녀 곁에 머물고자 한 사토루의 ‘사랑’에 대한 진심은 새삼 요즘 보기 드문 순애보란 생각이 든다.

 

사랑은 하지만 여건상 그것을 극복하고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난관을 겪는 연인들이 있지만 사토루처럼 결단을 내리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곁에 머물러 있기를 주저하지 않은 사토루에 대한 인물을 통해 모처럼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이해타산을 두드리며 만나는 사랑이 아닌 진정한 사랑의 형태를 보인 그들만의 사랑에 많은 행복이 있기를 빌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