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1

골든아워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외과 의사이자  중증외상센터 센터장 이국종 교수의 17년 간 기록한 삶과 죽음의 보고서란 이름으로 출간된 책, 1.2권 중 우선 1권을 만나봤다.

 

병원의 응급실을 향해봤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신이나 가족들이 위급한 상황에 닥치면 정말 앞이 캄캄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체감하게 된다.

119구급차가 오기까지 남들은 빠른 시간이라고들 말은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가족들이나 본인은 피를 말리는 그 시간이 정말 한없이 흐른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처럼 위급 상황, 흔히들 골든타임이라고 말들 하는 것, 정확히는 골든아워라고 한다.

 

– 사지가 으스러지고 내장이 터져나간 환자에게 시간은 생명이다. 사고 직후 한 시간 이내에 환자는 전문 의료진과 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와야 한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골든아워’다.-p 149

 

하지만 현실은 이리저리 돌고 돌아 겨우 도착해서 시간 타임은 놓쳐 생을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선진국 기준으로 ‘예방 가능한 사망’이란 말이다.

 

1권은 2002~2013년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처음 의학과에 적을 두고 공부하며 의사로서 출발하는 과정에서 맡게 된 중증 외과 의사라는 직책은  여러 사연을 갖고 마주치는 다양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이야기, 공사장에서, 선박일을 하다가, 배로 고기를 잡다가, 아니면 조폭들끼리 칼부림, 가정 폭력에 노출되어 실려온 부인, 어린 자녀들을 두고 생을 마감하는 가장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아프지 않은 사연들이 없다.

 

처음 중증외상이란 말을 듣게 된 것은 아마도 소말리아 해적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다루고 그 이후 북한 병사의 수술까지를 연일 기사로 접하면서 외과의사로서 그가 행한 의술은 신이란 존재를 생각하게 했다.

 

하지만 책에서 보는 현실은 너무나 힘들다는 것이 첫 느낌이다.

해외 연수를 가서 보고 배운 것을 토대로 한국에도 정말 필요한 의료정책임을 통감하지만 정작 실행에 있어서는 여러 난제들이 쌓여있고, 읽다 보면 의사란 직업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겠단 생각마저 들게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얼마 전 끝난 병원 드라마 ‘라이프’가 생각난다.

병원도 사설 기업체이고 이윤을 창출해야 병원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 그런 기타 여러 압박감들이 의사들에게 전달되고 그런 가운데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입장, 특히 시간을 다투는 중증외상 환자들을 수술하는 의사로서 느끼는 이러한 행정적인 문제점들은 사각의 지대를 연상하게 했다.

 

서양에서 이미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립적인 중증외상센터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필요함을 통감하게 된다.

 

위급환자 발생에 따른 절차의 빠른 운송과 바로 수술할 수 있는 의료진 확보, 무엇보다 중환자실이 그렇게 부족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국내의 현실 여건이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한다.

 

수술하면서 의사는 오로지 환자의 생명 살리기에만 신경 써도 모자랄 상황에 중환자실이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하고 없다면 응급실 한편에서라도 환자를 돌보아야만 하는 현실, 물론 병원 사측의 입장도 있겠지만 적어도 생명의 위급함을 다루는 의료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없다.

서양의 체계적인 것을 그대로 옮겨와 실행하다 보면 한국형 중증외상센터로써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있는데, 의사로서 곳곳에 좋지 않은 시선을 감내하며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실로 존경스럽다.

 

–  이제 나는 외과 의사의 삶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뼛속 깊이 느낀다. 그 무게는 환자를 살리고 회복시켰을 때 느끼는 만족감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터진 장기를 꿰매어 다시 붙여놓아도 내가 생사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거기까지다. 수술 후에 파열 부위가 아물어가는 것은 수술적 영역을 벗어난 이야기이고, 나는 환자의 몸이 스스로 작동해 치유되는 과정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 지난한 기다림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각종 인공생명유지장치들을 총동원해 환자에게 쏟아붓는 것뿐이고, 그것은 치료를 ‘돕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직접 환자를 온전히 살려낸다거나 살려냈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외과의사로 살아가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외과 의사로서 나의 한계가 명백히 다가왔다. -p 34-35

 

요즘은 외과를 전공하려는 지원자가 적다고 한다.

갈수록 인기가 없는 ‘과’이고 노동에 가까운 수술의 현장이라는 말도 있던데, 인간의 생명을 작은 메스에 의지해 살린다는 직업, 그 소명을 끝까지 놓지않고 있는 분들이 있기에 그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인간이기에 힘든 과정이 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책, 미처 몰랐던 긴박한 생명을 다루는 그 시간들을 알려주고 왜 중증외상센터가 존재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해 준 교수님께 힘 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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