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12월 26일

결국 왔구나

결국왔 포지

결국 왔구나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처음 책 표지의 제목을 보고 무릎을 쳤다.

 

어쩜 이리도 현실적인 말을 제목에 달 생각을 한 저자의 센스도 그렇지만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이 남의 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공감하며 읽었다.

 

어릴 때는 몰랐던 느낌들, 타인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거나 지병을 앓고 게신다는 말들이 들려올 때면 그렇거니 하며 지나치곤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의 삶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도 나이가 들고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젊을 때와는 다른 시야가 됐을 때, 장성한 자식들이 이제 내 손을 타지 않고 저마다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 이제는  조금 편하다 싶었을 때 전혀 뜻밖의 새로운 일을 겪게 된다면?

 

 

 

– “자식 다 키워서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더니, 앞으론 부모를 돌봐야 해.”-P 83

 

내 부모님 만큼은 나이가 들지 않을 것이란 생각, 병을 앓아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별일 아니란 듯이 생활하실 것이란 생각에 쐐기를 박는 일들이 닥친다면 과연 나, 아니 자식 된 도리로서 겪게 되는 우리들은 어떤 생각과 실천들을 할 수 있을까? 를 되돌아 묻게 되는 책이다.

 

이제는 흔한 병으로 치부되다시피 하는 치매라는 병-

 

이들을 돌보는,  당해보지 않은 당사자 앞에서는 그 어떤 위로조차도 위안이 되지 않는 힘겨운 레이스를 총 8편의 단편으로 엮은 이 책은 가족 공감단이란 말이 어울리듯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어가질 않게 한다.

 

치매의 특징이 나는 편하고 행복해도 이들을 마주하고 돌보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치는 자녀들의  입장에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거기에 아무리 국가적인 해결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병의 해결 앞에선 여전히 깊은 고민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책 속에는 다양한 환경에 처한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고뇌, 해결 방안을 통해 어떻게 나의 부모님의 병을 인정하고 실천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곁들이고 있다.

 

식사를 끝내고도 바로 언제 밥을 줄 거냐며 며느리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시아버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조차 모른 채 책장의 책들을 모두 꺼내어 발 디딜틈조차 없게 만드는 모습들, 자신의 아버지만큼은 치매가 아닐 것이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들의 모습, 아버지 죽음 뒤에 다른 남자를 찾아 떠났다가 치매에 걸려 결혼하지 않은 딸과 살게 된 엄마, 사위를 볼 때마다 수시로 바뀌면서 불리는 호칭들, 과거에 매여 지난 이야기를 마치 현재 겪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이모들….

 

책 속에는 부모 만이 아닌 고령의 이모들을 돌봐야 하는 젊은 조카의 이야기, 남편의 도움조차 받지 못한 채 홀로 아버지를 보살펴야 하는 아내의 심정, 젊었을 때의 활기차고 유머 있던 아버지가 끝도 없이 한 음식에 꽂혀 요리를 하는 모습들까지, 치매에 얽힌 여러 모습들은 그 어떤 한 가지의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상황들이 보인다.

 

다양하게 변주하되 기본적인 문제인  나의 부모님이 어느 날 내 앞에 이러한 모습으로 오셨을 때 자식으로서의 마음가짐과 그의 대처 방안은 어떻게 실현해야 할까? 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고민은 저자의 중간중간 담백한 글과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정말 생각지도 못한 행동들을 보인 부모님의 모습에 아픔을 느끼게 했다.

 

모두가 소중한 사례들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라면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장 역할을 해야만 했던 큰 형님과 형수님이 어느 날 형제들을 모아놓고 이제는 더 이상 어머니를 모실 수 없다는 통보를 듣게 되는 다른 가족들의 처신을 다룬 이야기다.

 

각자의 생활 패턴이 다르고 형님이 꾸준히 모시고 있었던 그 고마움에 대한 것은 인정하지만 막상 다른 형제들에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손을 놓는 형님을 바라보는 다른 형제들의 현실적인 문제점들은 어떤 때는 이기적으로 보였다가도 현실이 녹록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면 그들 역시도 쉽게 받아들일 수없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제목 자체가 ‘형, 뭐가 잘났는데?’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느 탤런트의 말처럼 모시는 것 자체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고, 형의 독선적인 행동들엔 다른 형제들 나름대로 답답한 점들도 있겠지만 여태껏 모시고 살아왔던 형에 대한 고마움 앞에선 그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행히도 다른 형제들이 번갈아가며 어머니의 재활에 도움을 주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지만 만일 제대로 협력이 안되었다면 이 또한 가정 내의 다른 문제로 번질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라 결코 소설로 설정된 것에 그치기엔 아닌 소재란 생각이 든다.

 

며칠 전 기사를 보니 일본에서의 고령화 시대는 이미 우리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고  더욱이 문제가 되는 점들 중 하나가 요양원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조차도 모른 채 막연히 손 놓고 기다리는 실정, 실제 책 속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상황을 그려놓은 것들이 있어 남의 일 같지가 않게 다가온다.

 

막상 시설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금전적인 문제와 기저귀의 남용들은 환경 문제로까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 또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비단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현재 우리나라도 치매와의 전쟁이란 말이 있듯이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해결방안은 물론 개인들마다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르기에 보다 빠르고 원활한 문제 해결 방안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문제, “결구 왔구나”는 나 자신도 늙어가면서 부모님 또한 연로하신 분들이기에 마주할 수밖에 없는 병간호와 이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자세, 그렇다면 어떻게 서로가 화합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책이기에 모든 독자들이 한번 쯤은 읽어도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도 언젠가는 늙는다는 사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겸손함을 불러일으키는 ‘노년‘이란 말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책이다.

 

 

죽음의 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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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형사 시리즈를 대할 때면 항상 어떤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대변하듯 저자들은 독자들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센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 나라마다 시리즈가 있고, 그들 나름대로의 특색 있는 주인공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읽게 되는 독자의 입장에선 그런 재미를 느끼며 접하게 되는데 안드레아스 그루버가 그리는 ‘마르틴 S. 슈나이더’ 시리즈 또한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전작 시리즈를 모두 접한 독자들이라면 이번의 작품을 반기며 읽을 수 있겠고 처음 대하는 독자라도 이 독특한 캐릭터에 흠뻑 빠지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총 나흘 간에 벌어진 일을 다룬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흐름은 과거와 현재가 씨줄과 날줄의 형식처럼 촘촘히 번갈아가며 이어지고 있기에 읽는 내내 도대체 그들에겐 무슨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고속도로에서 일방적으로 덤벼들듯 트럭에 자신의 승용차를 던진 한 남자의 죽음, 알고 보니   연방 범죄수사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뒤이어 한 여인이 기차선로에 자신의 승용차를 몰면서 자살로 마감하게 되고 그녀 또한 연방 범죄수사국에서 근무 중인 사람, 그녀의 언니가 이미 계단에서 떨어져 누군가의 손에 의해 죽은 채로 발견이 된 터라 이 사건이 배후엔 누가, 왜? 귀결되는 의문의 사건으로 점착이 된다.

 

 

 

이 사건들의 배후를 캐기 위한 조사를 하는 자비네는 자신을 가르쳤고 지금은 총기 사건에 휘말려 현직에서 잠시 물러나 아카데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주인공 최고의 프로파일러 마르틴 S. 슈나이더를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사건에 끼어들지 말란 경고를 슈나이더로부터 받은 자메즈, 그러나 연이어 상관의 부인들이 죽음을 맞고 상관마저 혼수상태에 빠지자 사건에 몰입하게 된다.

 

한편 20년 간 교도소에 복역하고 출소한 하디는 자신의  가족을 죽였다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20년 전의 사건으로 돌아가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프로파일러란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슈나이더란 인물의 창조는 매번 시리즈마다 그의 탁월한 수사력에 힘을 실어주는  흐름을 이어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마리화나를 입에 달고 살며 유명 디자이너의 정장을 고수하는 사람, 군발두통을 앓고 있으며 자신 스스로 침을 놓아가며 사건의 이미지 형상을 통해 진실에 다가서는 모습은 기존의 프로파일러란 이미지를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게 되며, 그가 결국 사건의 핵심에 도달하는 과정은 자비네와의 협력으로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인지, 한 사람의 인생, 한가정을 풍비박산 내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동료들마저 속이며 돈을 가로챈 범인의 행각은 복수와 정의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끝없는 추락 끝에 설 수밖에 없었던 하디의 인생은 결국 인생에서의 회색지대가 있음을 깨달아 가는 과정과 그것을 자신의 직업적인 양심과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비네의 모습, 기존의 책에서 보았던 냉철한 슈나이더의 또 다른 반전의 모습까지 볼 수 있어 재미를 더욱 느끼게 한다.

 

출판사 말에 따르니 원래 3부작으로 끝낼 슈나이더 시리즈가 독자들의 호응에 이번에 ‘죽음의 론도’란 책으로 시리즈를 이어 출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의 등장했던 상사가 물러나고, 새로운 수장이 오게 되면서 또 다른 새로운 사건을 기대하게 되는 끝말 미의 여운이 가시질 않게 한다.

 

 

냉철하면서도 사건에서만은 그의 철저한 이러한 점들이 도움이 되는 사람, 과연 다음 이야기엔 어떤 활약을 벌일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