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항설백물어(하)

속항설백물어 후항설백물어 –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9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상편에 이어 빠르게 만나본 후 항설백물어다.

 

전편에 이어 여전히 네 사람의 저마다의 괴담을 좋아하는 취향은 여전하다.

아마도 이런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선의의 경재이라도 벌이듯 이야기를 풀어내고 문제를 넌지시 던져보는 그들의 습성은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는 귀여운 악동이란 이미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번에도 세 가지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겪은 잇파쿠 옹에게 달려가는 그들이 행동엔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전래동화나 민담 같은 이야기들 속에는 때론 실제로 그것이 굳어져서 마치 일어난 일인듯한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 이것이 허구인지 실 상황인지조차 모를 정도의 오리무중 이야기란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 책의 묘미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첫 번째 이야기인  [산사내]는 산사람이라고 불리는 남자에게 끌려갔던 여인이 아이를 안고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 아의의 아버지는 산사람인가, 평범한 인간의 아이인가를 두고 독자들도 나름대로 추측을 하게 만드는 묘한 존재감의 실체, 요과란 존재에 대해 실존이냐 허구냐를 두고 생각을 해보게 된다.

 

두 번째 [우품의 빛]은 한 여인이 자신이 품고 있던 아기를 자신 앞에 있던 남자에게 아이를 주게 되고 그녀는 푸른 백로가 되어 날아갔다는 이야기다.

 

마치 허구와 전설이 묘하게 접하는 지점에서 느껴지는 이 이야기는 과연 사람이라면 백로가 되어 날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이 정말 가능하다면 실제로 인간 세상에서는 믿지는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이러한 일들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믿거나 말거나 일까?

 

세 번째 [바람의 신] 이야기는 방송에서 보이는 추운 겨울날 저마다 한두 가지씩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들려주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돌아가면서 괴담을 들려주는데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불의 심지를 하나씩 뽑게 되고 마지막 순번인 백 번째 이야기가 끝나게 되면 심지를 뽑았을 때 어둠 그 자체밖에 남지 않는다는 설정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함을 준다.

 

과연 그들에겐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활자를 통해 읽는 괴담은 언제나 오싹한 느낌을 주지만 때론 그것이 허구일지라도 믿고만 싶어 지는 묘한 설정들이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잇파쿠 옹과 네 명의 청년들이 벌이는 이야기 잔치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이러한 이야기들은 저자가 그동안 자료조사와 그에 걸맞은 상상력의 나래를 더해져 한층 재미를 준다는 느낌과 함께 이제는 완결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잇파쿠 옹의 건재함을 드러낸 책, 자신 스스로가 이야기 속의 젊은 모모스케가 되어 현재와 교차되어 연결되어 이어지는 이야기의 패턴은 기존과도 동일하다.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적재적소에 풀어놓는 그의 이야기 솜씨도 인상적이지만 다양한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시간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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