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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십 다운

워터십다운워터십 다운
리처드 애덤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19년 1월

판타지 문학은   속성상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일 수 있다는 데서 장점을 지닌 장르가 아닌가 싶다.

 

특히 인간이 아닌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책들을 보면 겉모습만 동물일 뿐 실제적으로 동물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는 인간들이 취해오던  습성들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생각을 허무는, 정말로 토끼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일대의 장황한 이야기를 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출간한 연도를 보니 1972년도라는데, 읽으면서 전혀 오래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런 만큼 시간이 흘렀어도 사랑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재밌고 흥미로운 책이다.

 

여러 형제들 중에서 유달리 연약하게 태어난 토끼 파이버는 어느 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샌들 포드 마을에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예감한다.

이 사실을 사촌인 헤이즐에게 알리게 되고 헤이즐은 웃어 넘기는 것이 아닌 파이버의  예감을 믿고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여기에는 마을 안에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불만이 있었던 빅윅을 비롯해 뜻이 맞는 몇몇의 토끼들이 합세해 마을을 떠나 새로운 미지의 마을을 향해 떠나게 되는데…

 

책의 내용은 소개 내용처럼 토끼들의 오디세이, 천로역정과 닮았음을 느끼게 된다.

 

자신들이 안주했던 정든 마을을 떠나 곳곳에 천적들이 도사리로 있는 들판을 건너고 자신의 목숨을 인간들에게 담보로 내주면서 안락한 삶을 살고 있는 ‘카우 슬립’이란 마을을 경험하는 것, 드디어 그들이 꿈꾸던, 파이버가 예지 했던 땅 ‘워터십 다운’이란 곳에 정착하는 과정들은 주인공들의 각각 뛰어난 개성만점이 넘치는 활약으로 인해 지루함을 모르고 읽게 된다.

 

책의 두께는 생각보다 두꺼운 편에 속하지만 아마 이들 토끼들이 펼치는 모험들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토끼들에게 동화되어 어느 장면에선 통쾌하기도 하고 다른 장면에선 나쁜 인간들이 있듯이 이들 토끼들 세계에도 같은 부류가 있다는 동화 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나쁜 토끼라 하더라도 밉지가 않는, 악에 충실한 토끼마저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만든 저자의 세심한 상황 설정과 묘사들은  선, 악의 뚜렷한 구분이 되는  장면마저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하는 매력을 뿜어낸다는 점이다.

 

안착한 장소에서 자신들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다른 마을을 찾았다가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흡사 로마 시대에 여인들을 뺏어와 종족을 번성시킨 로마인들의 이야기도 연상되기도 하고, 이들이 만나는 마을의 특성들이 인간들의 세계를 풍자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각 토끼들마다 개성 만점이지만 헤이즐이 진정한 지도자로 인정받는 장면들은 지도자의 힘이나 행동들은 어디서 나오며 리더란 어떤 자질과 생각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숨 돌릴 틈 없는 토끼들의 모험 여정, 그 속에 담긴 우리가 알고 있던 토끼에 대한 이미지를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된 책이자, 저자가 실제로 토끼들의 습성을 책에 고스란히 담아 표현해 낸 행동력들은 왜 이 책이 지금까지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지를 알게 해 준 책이다.

데드키

데드키

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영화를 보게 되면 실제로도 이용하고 있다는 비밀금고가 있다.
악당들이나 선한 사람들이 어떤 이유 때문에 금고를 열고 닫는 이야기들 속엔 각기 다양한 사연들이 담기게 마련이지만 이 책 속에서 만난 대여금고에 얽힌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두 여인의 등장, 1978년의 베아트리스와 1998년의 건축 공학자 아이리스가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독자들은 은행 안에 담긴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사회 신참인 1998년의 아이리스는 20년 전에 폐쇄된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란 은행 건물 매각을 조사하기 위해 은행에 발을 들여놓는다.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수잔이란 여인의 책상에서 대여금고 키 547을 발견하게 되고 연락을 취하게 되지만 수전은 베아트리스란 여인을 말해준다.

 

1978년의 베아트리스는 16살이란 나이를 속이고 이모의 충고에 따라 은행 면접을 보게 된다.

입사를 하게 된 베아트리스는 맥스라는 동료와 친하게 되고 맥스의 오빠인 맥도널 형사를 만나게 된다.
그러던 중 맥스의 행방불명, 집안을 누군가 조사한 듯한 파헤침, 이모의 갑작스러운 뇌졸중은 금기의 방인 이모의 방에서 은행 대여금고 키를 발견하게 되고 이야기는 이 속에 담긴 진실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모는 어떤 사연으로 금고 키를 갖고 있게 되었을까?

 

도대체 누가, 왜 집을 샅샅이 뒤지면서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이야기의 주축인 20년이란 시. 공간을 뛰어넘는 두 여인의 활약은 은행이란 장소를 기점으로 인간의 탐욕과 욕망, 비리와 부정부패를 보인다.
시대는 달라도 두 사람이 겪는 공통된 대여금고에 얽힌 비밀은 과연 무엇일지, 그 속에서 두 여인들이 겪는 심리 스릴의 맛은 저자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이야기를 끌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 “왜 데드키라고 부르는 거죠?”

 

“대여금고가 여러 해 동안 열리지 않고 잠겨 있으면, 우린 ‘죽었다’고말해요. 대여금고가 죽으면, 그걸 비우고 다른 대여자를 받아야 하죠

 

 우린 데드 키로 죽어버린 대여금고를 열고 자물쇠를 바꾸곤 했어요. 지금은 드릴로 틀에 구멍을 뚫고, 틀 전체를 몽땅 갈아치우지만. 짐작하겠지만, 금전적으로는 엄청난 낭비죠.”

 

“대여금고가 자주 죽나요?”

 
“깜짝 놀랄 정도로 자주요

 
파산 직후 1,300여 개의 대여금고가 먼지 속에 잠들고 20년의 시간이 흐른 후 과거의 베아트리스와 아이리스가 겪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비밀을 감추려는 사람들의 욕망, 그 욕망 뒤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려 다가서는 두 여인들의 활약이 작가의 첫 작품 속에 잘 드려낸 듯한 느낌을 준다.
호평을 받은 작품인 만큼 영화로 만난다면 이런 심리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두 여인들의 심리를 같이 느끼며 재밌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