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9년 2월월

중력

중력

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인간의 무궁무진한 도전과 꿈은 우주를 향해 가고 있다.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도 한몫을 한 것도 있지만 지구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닌 우주라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세계에 대한 도전은 여전히 매력을 지닌다.

 

여러 나라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시도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런 대열에 참여한 적이 있는, 우주비행사 선발대회를 통해 뽑힌 사람이 실제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은 미래의 꿈나무들에겐 희망을 심어준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 제목을 봤을 때 먼저 떠오른 생각은 바로 우리나라 최초 우주비행사 선발과정과 뽑힌 여성이 우주을 여행하고 돌아왔단 사실이  겹쳐졌다.

 

막연히 꿈은 꾸지만 현실적인 일 앞에서 과감하게 모든 것을 던지고 실행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생태보호 연구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샐러리맨 진우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우주인 선발을 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는데 그는 이미 퇴직한 아내와 딸 둘을 둔 가장이다.

 

안전한 직장을 마다하고 도전장을 내민 그는 대학 시절부터 우주인이 되는 것을 꿈꿔온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기에 도전을 내밀게 된 것이고 책 속에는 진우와 함께 도전을 하는 각기 다른 일에 몰두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우주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미국으로 건너가 항공공학을 전공한 김태우, 문과 출신이자 벤처 회사에 근무하는  정우성, 여성 유일의 마이크로로봇 연구원 김유진이 그들이다.

 

책 속에 나오는 우주인 선발과정은 아주 세세하다.

저자가 기자 출신으로서 당시 우리나라 우주인 선발과정을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써서 그런가, ‘별의 도시’라고 불리는 즈뵤즈드니 고로도크까지 동행하여 그린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도전한 그들의 입장이라든가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고 선발이 되기까지 험난한 테스트를 겪는지를 독자들은 기사로만 접했던 부분들을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가슴 뭉클한 이야기의 상황이 그 누구를 보다 응원하는 면도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우주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꿈을 꾸면서 성장하고 그 밑거름을 이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실의 벽 앞에서 접어둔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이 책을 통해서 본 중력의 이미지는 아마도 모든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응원의 힘을 주는 희망이 아닌가 싶었다.

 

오직 단 한 사람만이 갈 수 있다는 우주인으로 선발되는 과정을 통해 그려본 이 책 속에 담긴 의미는 보통의 평범한 샐러리맨들에게 브라보! 의 응원을 보내게 된다.

 

 

–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계속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

 

작가가 이 책을 탈고하기까지 무려 13년 동안 취지와 35번의 개고를 거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실적인 묘사와 그 안에서 어우러져 도전한 모든 주인공들에게 독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생각 이상으로 재미와 함께 인간의 삶에 대한 의미와 도전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신브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 열혈사제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1> 리커버 특별판 sbs-tv 주말 드라마 [열혈사제]의 모티브작 돈 까밀로 신부 이야기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예전에 시리즈로 읽었던 기억이 있는 책이다.

처음엔 별 뜻 없이 집어 들었다가 의외의 책을 발견한 기쁨이 있는 독자라면 아마도 이 기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심코 읽기 시작한 책은 어느새 나도 모르게 시리즈를 연속해서 읽게 만들었던, 유머와 코믹 그 속에 담긴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그린 책-

 

이번에 방송에서 이 책에 나오는 신부님을 모티브로 해서 방영하고 있다는데, 책 속의 이미지 시부님과는 이미지가 달라도 너무나 다른(?) 주인공이라 일단은 패스~

 

책 속에 담긴 배경은  전후 이탈리아 중북부의 시골 마을인 바싸라는 곳이다.

이곳에 신부님인 돈 까밀로와 공산당 읍장인 빼뽀네, 그리고 예수님이 살고 계시는데 예수님은 다름 아닌 십자가상의 예수를 지칭하는 말이자 저자의 마음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념의 대립과 좌충우돌 분위기 속에 험난하다가도 어느새 빵 터지는 유머, 그 안에서 이념이 있기 전에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란 사실을 느끼게 해 주는 에피소드들은 저자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모두 보인다.

 

종교인으로서 때론 평범한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신부님의 활약은 앙숙이되 때로는 순진한 인간의 본성을 보인 빼뽀네의 앙상블로 인해 예수님의 등장과 함께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이탈리아식 유머하고 해도 좋을 구성과 대화가 인상적인 책이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계속 개정판으로 나온다면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책, 돈 까밀로 신부에 빠져보는 것도 권해본다.

합리적 의심

합리적의심

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는 사람, 판사다.

 

법정 안에서 변호사, 검사, 그리고 이들의 주장을 듣고 삼인의 판사들이 합의를 통해 판결을 내리는 법정 선고는 사건에 맞게 판결을 내렸다고 동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각보다 가볍게 선고가 되었다고 느끼는 입장에 선 사람들이라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에 오르내리는 큰 이슈가 되는 사건들의 판결을 통해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판결의 선고 내용은 이를 대변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는데, 바로 이런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직업을 경험했던, 현직 변호사이자 이제는 추리 스릴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창작의 활동을 하고 있는 도진기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이다.

 

흔히들 말하는 보통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서로 간의 생각을 통해 아마도 이번 사건은 ~게 선고가 내릴 것이다 라고 하는 일반적인 공통의 의견에 반하는 판결을 듣게 된다면 이 판결을 내린 판사의 입장은 어떤 근거로 이 사건에 대해 선고를 내렸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실제 판사로서는 책을 출간할 수도 없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을 소설이란 장치를 통해 법이란 것에 대해, 그리고 책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짚어낸 글의 구성이 그때의 사건으로 다시 돌아가 보게 만든다.

 

실제적으로 주인공이나 사건의 소재는 바뀌어 구성됐으나 워낙에 유명한 사건이라 다시 읽어도 선고의 형량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겐 보다 가깝게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25 살의 남자와 연상의 연인인 여자가 모텔에 투숙하게 되는데 들어가면서 소주와 기타 안주를 같이 들고 들어간다.

그런데 이 여인의 애인인 남자가 혼수상태인 채로 의식을 잃게 되고 바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얼마 후 죽게 된다.

사인은 젤리를 먹다가 죽었다는데, 부검조차 하지 않은 채 바로 화장을 했고 이후 남자가 들었던 보험은 가족이 아닌 애인인 여인에게 수령이 돌아간다.

 

그런데 이 정황이 석연찮게 돌아간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은 여인을 고소하게 되고 이후 사건은 현직 부장 판사인 주인공 ‘나’ 현민우가 일명 ‘젤리 살인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을  맡음으로써 사건의 전개를 그린다.

 

우리나라는 증거를 원칙으로 사건을 수사한다.

어느 모로 보나 바로 이 사람이 범인임을 직감하고 틀림없다고 느끼지만 정작 정확한 증거가 없다면 바로 합리적 의심으로 인해 범인으로 형량을 내릴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의 원칙 :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을 따른다는 원칙에 근거,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면 판사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판사 자체도 일반인의 눈으로 봤을 때는 분명 여인이 범인임을 확신하지만 이미 부검조차 하지 못한 채 죽은 사람을 두고 그 어떤 분명한 증거가 없음을, 정황만 가득 있을 뿐 그 정황 속에 모래알만 한 증거조차 밝혀낼 수 없었을 때의 판사란 직업은 바로 이 딜레마를 겪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독자들로 하여금 같이 공감하게 만든다.

 

여기엔 바로 증거 원칙주의가 성립됨으로써 피고인의 입장으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본다는 것에는 억울한 누명을 받을 수있다는 미연의 방지 장치적인 면에서는 이해를 할 수 있으나 정말 범인이라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유유히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딜레마를 보임으로써 판사도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바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들, 주인공인 현 판사 외에 민 판사가 이런 케이스로 등장하는 것만 봐도 이 책에서 보인 많은 생각들은 토론을 통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  판사에게 요구되는  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솔로몬의 지혜로 내리는 획기적이고 기발한 판결이 아니다. ‘법과  절차를 빈틈없이 준수해서 ‘어떤 결정’ 을 내리는 일뿐이다.그 결정이 옳은 것까지는 보장하지 못한다. 그것에 도달하려 무리하는 순간, 그는 ‘갓(god) 콤플렉스’에 사로잡히고 오히려 오류에의 내리막을 내달리게 되니까. 판사라는 ‘인간’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판사라는 ‘시스템’에 의한 재판.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법보다 내 판단을 우선 하겠어’라고 한다면 인간으로서는 매력이 있을지 모르나, 판사로서는 실격이다.-p 145~146

 

그동안 검사나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들이나 영화, 드라마들은 많았으나 이렇게 판사란 직업을 통해 법을 다룬 책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그만큼 매력적인 면이 검사나 변호사보다는 덜하단 말일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가장 깊은 고민을 하는 당사자는 판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 사람의 운명을 선고라는 것을 통해 결정짓는다는 사실, 아무리 평범한 일반인의 눈으로 모든 공통된 입장에 섰더라도 판사란 직업 앞에서는 법이 주는 무게감, 자신의 눈이  일반인이 아닌 법 앞에서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게 해 준 소재는 기타 다른 책들을 읽었을 때보다 훨씬 체감 있게 다가오는 느낌이 강하다.

 

한 사건을  재구성해 출간한 책 속에 담긴 저자의 생각들, 그 상황을 통해 예전엔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그들의 고뇌와 양심 앞에서 딜레마를 겪는 모습들은 인간이기에 모두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 그렇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해 그들도  법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사실은 다시금 법이란 체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동안 출간된 다른 책들도 좋았지만 이번 책은 다른 시선으로 근접해서 바라볼 수 있는 책이었기에 남다르게 다가 온 책이었다.

 

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집밥역사앞

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 맛깔나는 동서양 음식문화의 대향연
신재근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1월

 1인의 생활권이 대세다 보니 어쩌면 방송 자체에서 하는 요리들도 이들의 니즈에 맞추어 필요한 것들만 갖추어 방송하는 경우도 많고 마트에만 가도 이제는 혼자서 한 끼 해결을 하는데에 전혀 부담감을 느낄 수가 없는 시대다.

 

신조어인 ‘집밥’이란 용어는 언제부터인가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엄마표 밥을 먹고 싶다는 향수에 젖은 단어가 되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 보인 집밥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긴밀한 관계를 다루고 있다.

 

우리에게  이제는 친숙한 의미의 채소나 생선,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당시 시대적인 흐름과 기계의 발전, 그리고 인류의 발자취가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른 별미의 음식으로 탄생되기도 하고 영양면에서  슈퍼푸드로써 당연히 자리 잡고 있는 아보카도 같은 경우는 타국에서 생산과 재배하는 과정에서  자연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소울푸드라고 하는 개념의 음식으로 저자는 감자탕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들은 남는 음식을 어떻게 다시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혀를 유혹하는 단계까지에 대한  예시를 다루고 있어 흥미와 재미를 준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역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인간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 흑인들의 노예 착취에 따른 대륙의 인간 이동 경로와 이런 희생의 결과물로 프랑스 음식들이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는 어두운 면들은 새삼 인류와 음식의 연관성에 대한 역사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와 음식과 다른 나라의 유명한 음식에 얽힌 이야기의 다양성, 그리고 천대받던 음식들이 어떻게 오늘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는지에 대한 글은 미처 몰랐던 조리과정과 그에 따른 영양학적인 내용들, 음식을 보관하고 발전하는 단계에 따른 그릇과 냉동기계의 혁신적인 발달사는 집밥의 역사를 통해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몽진

몽진
이완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12월

 

 

 

*****  몽진 – 머리에 먼지를 쓴다는 뜻으로, 임금이 난리를 피하여 안전한 곳으로 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책 제목에서 나오듯 이 책은 역사소설이다.

 

시대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우리의 역사 속에서 많은 것을 변화시킨 이 전쟁은 그 속에서 어떻게 백성들은 살아갔고 살아내야 했는지, 그에 더불어 주요한 소재인 실록과 어진의 이안을 주요 내용으로 다룬 책이다.

 

조선왕조 오백 년 역사 속에서 기록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실록은 임진왜란 당시 춘추관과 충주사고, 성주사고가 병화로 소실된 후 유일한 보관장소였던 전주사고의 실록과 조선 태조 어진의 이안 과정, 그리고 보존 과정을 급박했던 당시 배경을 토대로   저자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임금마저 궁을 버리고 몽진을 감행해야 했을 정도의 당시 상황들 속에 실록 보존과 어진의 이안을 감행한 이들은 벼슬아치들이 아닌 평범한 선비 안의와 손홍록 그밖에 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안하는 과정에서 만난 도적들, 스님, 수복, 무사였다.

 

모두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라의 백성으로서 반드시 이것만은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 그 당위성 안에 하나뿐인 목숨마저 걸고서 이행하는 과정은 고위관직을 담당했던 관리들, 임금마저 부끄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라가 있고 백성이 있다는 말이 바로 이 책에서 보인 진행 과정과 침략 속에서 모두가 피하고 싶었던 행동들을 통해 가상의 상상력이라고는 하지만 읽는 내내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게 만들었다.

 

 

 

왜구를 물리쳐 이름을 날린 유명한 위인들도 있지만 이렇듯 역사 속에 자신의 이름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그들, 나라가 무엇인가를 해주길 바라기 전에 나 자신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행동을 보인 이들이야말로 조선을 살려낸 백성들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산 역사가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 새삼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그 느낌과 감동의 울림이 여운을 남긴다.

 

 

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에밀리에겐 아무

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최형아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지금은 다문화 가정이란 용어가 익숙하고 시대적 흐름에 따른  인식이 많이 보편화돼서 혼혈2 세들에 대한 인상이 많이 희석되었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색안경을 끼고 보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이런 아픈 차별 어린 시선을 느끼며 살아온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잘못이 아님을 인식하는 시대가 된 만큼 이 책을 통해 본 또 다른  한국인 혼혈  2세들에 대한 얘기를 읽어보게 됐다.

 

방송에서도 시사 프로그램이나 세계 각지의 사건들을 취재하는 방송 중엔 이런 부분들을 다룬 내용들을 접할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코피노’다.

 

코리안(Korean)과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인 이 말은 한국 남자와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뜻하는데 한국 남성들, 특히 유학생 신분이나 회사의 일 때문에 현지에서 생활하던 한국 남자들이 필리핀 여성과 사귀고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생긴 2세들을 지칭한다.

 

2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책임질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본국으로 돌아갈 때 엉터리 주소를 알려주는 등의 행동으로 오로지 2세들을 키우는 몫은 현지 여성들이 져야 한다는 현실이 착잡하게 다가온다.

 

책은 이러한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낸 소설이자 현실적인 방안들을 검토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지금도 방송에서 한인들이 현지에서 실종이나 피살 사건을 통해 죽음을 다룬 내용들을 접할 때면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에 대한 인식들도 생각해 볼 시점이란 생각에서 더욱 이 소설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같이 등장한다.

 

사업차 필리핀으로 떠난 형의 실종을 밝히기 위해 사건을 밝히는 과정 중 드러난 코피노에 대한 만남, 특히 가해자 신분이 현직 국회의원이란 설정 부분도 들어있어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문제들을 적절한 배합을 통해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베트남이나 필리핀에 뿌리내려 살아가는 한국 혼혈 2세들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이 소설뿐만이 아닌 시사 보도자료를 통해 알고 있는 만큼 한국 아버지와 현지 어머니들 사이에 태어난 2세들에 대한 지원 정책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는 2세들의 막막한 현실과 시선들은 누구의 책임인가?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차별을 느낀 시절이 있었던 만큼 조금 형편이 나아졌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시선을 다르게 보지 말아야 함을 경고한 책, 주인공 에일리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제목 그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다시 한번 크게 다가온 책이다.

 

세상의 모든 딸들 1.2

세싱딸

[세트] 세상의 모든 딸들 1~2 세트 – 전2권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출판사 / 2019년 1월

이 책에 대한 기억은 3권에 이른 방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것, 특히 당시 읽었던 부분부분들에 대한 묘사들은 익숙지 않았던 시대배경이었던 만큼 저자의 묘사를 다룬 부분들은 타 책들보다 긴 호흡을 느끼며 읽었다는 것이다.

 

올해 출간 30주년을 기념하며 스페셜 에디션으로 다시 만나본 이 책은 2권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구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과거로의 흥분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인류의 정착시기 중 구석기 시대를 통해 그 속에서 살아간 여성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에도 여성의 삶에 대한 연장선의 일부임을 느끼게 해 준다.

 

주인공 야난을 통해 바라본 그녀의 성장과 일생은  고집이 세고 자기 주장이 강하며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고자 하는 면에선 일찍부터 두드러진 성격을 가진 면을 보인 아이다.

 

가족이 모두 죽고 달란 동생과 같이 남겨진 채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일에 대해 야무진 삶을 바라보고 전진하는 자세는 남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환경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수도 있었지만 당시 구석기 시대란 점을 인식하며 읽는 과정은 야난이 아버지 무기로 사냥을 하고 헤어진 부족과 자신의 약혼자를 찾아가는 여정은 본능적인 삶에 대한 의지를 같이 보인다.

 

살기위해 늑대와 공동 연합을 하고 늑대가 떠난 뒤 다시 일족을 만나면서 남편 티무와의 결혼생활을 통해 새로운 여인의 삶을 시작하지만 야난은 이미 부족의 남자들이 매머드 사냥꾼들과의 사귐을 통해 난폭하고 여성과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이에 굴하지 않는 강함을 보인 여성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알아야할 임신의 징조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한 여건, 남편 티무와의 이혼을 선언함으로써 일족을 떠나버리지만 그녀의 한 순간의 실수로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길로 들어서는 안타까운 여정을 보인다.

 

결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가했건만 엄마의 말처럼 어느새 자신이 여성이 걸어가는 일반적인 인생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보인 이 소설은 구석기 시대의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행하는 행동들, 그 안에서  인간들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남성이 여성에게 행했던 일방적인 행동들을 보임으로써 여성들은 어떤 저항과 행동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지를 보인 책이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남편을 따르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사는 법이란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결국엔 이 세상의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는 것처럼..

원시인들의 원초적이고도 생생한 묘사와  주인공 야난의 인생을 통해  먹먹한 감동을 전해 주는 책,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위대하며 그 위대함 속에 여성만이 지닐 수 있는 강인함은 거룩하고 숭고하다는 생각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왕은 안녕하시다.1.2

왕은안녕

[세트] 왕은 안녕하시다 1~2 – 전2권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출간하는 작품 속에 담긴 유쾌한 유머와 촌철살인의 문장들을 통해 신작을 기대했던 만큼  저자만의 색깔을 지닌 입담은 여전함을 느낀다.

 

흔히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고들 한다.

누구의 손에 의해 쓰였는가에 따라 후세들은 그 근간을 기본으로 당시의 시대적 흐름과 그 안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통해 취할 것을 취하는 배움의 자세를 지니며 살아간다.

 

이런 것을 볼  때 기록이 의미하는 바는 승자의 손에 쓰인 역사 외에도 무명 씨의 손에 남겨진 작은 문장 하나라도 비교하고 다뤄봄으로써 또 다른 역사의 시선을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바로 이 소설은 그 출발점이 타 작품과는 다르게 시작된다는 신선함을 지닌다.

 

 

기생방을 운영하며 재산을 전국에 뿌려놓고 사는 할머니 밑에서 사는 파락호 성형은 어느 날 스승의 심부름으로 송시열 집에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는데, 그 수위가  인간으로서 겪기에는 상당히 억울함을 지닌다.

 

개가 분출한 큰 것을 핥아먹기 일보직전 10 살 가량의 미소년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모면을 하게 되고 그 소년과는 의형제를 맺게 된다.

 

자신보다 한창 어린 그 소년과의 의형제 맺음은 그 사람이 조선의 19대 임금인 숙종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왕은 자신과 맺은 의형제 약속을 결코 철회하지 않은 채 그를 궐내로 불러들여 벼슬 자리를 준다.

 

 

한낱 미천한 출신의 서자 출신인 성형이 바라본 당시의 세계란 그야말로 하루가 어떻게 뒤바뀌고 권세를 쥐고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라지고 다시 돌아오는지를 목격하는 일들을 목격하는 일상으로 변해가는 세태를 느끼며 살아간다.

 

대왕대비와 대비, 중전의 죽음과 대비와 왕의 관계, 장옥정의 출현들은 비정한 궐내의 세계를 속속들이 알아가면서 이로 인해 백성들의 삶 또한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많은 문학 작품 속의 시대 배경중 하나인 숙종의 시대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시대였다.

선왕의 뒤를 이어 어린 나이에 왕의 자리에 오른 숙종이란 동생을 둔 성형이란 자의 눈에 비친 세상 사는 궐 내의 당내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 두 번의 예송 문제를 통해 서인과 남인의 자리가 바뀌면서 그 속에서 파리 목숨처럼 하루하루를 연명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당시 조선은 반정의 힘으로 오른 선대 왕의 자리 위치란 것이 강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숙종이 보위에 올랐을 때도 신하의 힘이 강하던 때였다.

 

책 속에는 많은 역사 속의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면서 당시 시대적인 당파와 성형이 흠모했지만 왕에게 자신을 맡긴 장옥정이란 여인과의 관계, 자신이 모시고 있던 스승들이 사약을 받거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들, 바른말을 하는 인재를 죽이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새삼 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여러 감정을 성형이란 인물을 통해 보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숙종 또한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결코 피바람을 불면서까지 자신의 위치를 견고히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자신의 위치가 안녕해야 만 그 외의 모든 사람들이 안녕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선택의 기로에서 과감성을 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 왕이란 실체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던 해맑고 순진했던 소년의 모습이 어느 순간 자신의 위치를 넘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때론 죽음으로, 때론 용서로, 때론 베개 송사를 통해 정사를 결정짓는 모습들을 보는 성형의 마음은 왕에 대해 안타깝다가도, 미워서 벼슬 자리에 물러나가면서도,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이런 그의 행동들과 말들은 뒤 편의 헤어질 때까지 모든 애증의 감정을 쏟아붓는다.

 

그 누구도 하지 못할 시원하고 맛깔스러운 말로 인해 사이다를 날리는 역할을 자처하는 성형이 오히려  왕은 자신의 속내를 가장 솔직하게 내보인 것을 아닐까?

 

 

–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의 뜻이 아무리 지당하고 그가 아는 게 많다고 하여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한 사람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만인을 얻어야죠. 그러면 저절로 그 한 사람을 이기게 돼요. – p.171

 

 

자신의 안녕을 위해 수시로 서인과 남인의 사이를 경쟁시키듯 교묘히 그들을 아용하며 왕권의 강화를 이룬 숙종이란 동생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외로움과 고독을 형에게만은 진실로 보였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에겐 자신의 위치라는 것이 있다.

그 모든 사람들마다엔 저마다의 역사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이 있듯이 성형의 눈에 비친 당시의 피바람 속에 그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역사 또한 소중한 법이다.

 

 

 

 

격동의 일변도 속에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속성과 권력에 대한 야망, 그 안에서 몸부림치며 살아내야만 했던 그 누군가들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도 그 누군가의 삶은 계속될 수 있었음을, 저자는 역사적인 팩트 속에 가상의 인물과 실존인물들의 적절한 출현을 통해 새로운 역사소설을 창조해냈다.

 

 

성형이란 인물을 통해 조선 숙종시대를 그린 책의 내용은 천방지축 파락호가 무술을 연마함으로써 뛰어난 검객이 되어가는지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여인의 해바라기 사랑을 그 또한 옥정을 통해 실패한 아픔을 자신이 느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점은 실망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노량진 헌책방에서 우연히 건진 책을 통해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출발로 책 속에 책의 이야기처럼 구성된 장치, 과거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형식을 취해 독자(나)로 하여금 실제처럼 여겨지게 만든 속임수 또한 유쾌하게 그려진 점이 인상에 남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역사는 이어지고 흐르고 있음을, 그 안에서 펄떡 살아 숨 쉬는 민초들이 살아남았기에 우리들이 있다는 사실을 성석제 만의 작품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우리와 당신들

우리와당신들

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오베라는 남자’ 이후 그동안 계속 출간된 책들을 통해 저자만이 그릴 수 있는 유머와 감동이 석인 작품을 접해 본 독자라면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전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베어타운’의 연이은 이야기의 진행은 작은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간들의 심리와 이해충돌, 그 속에서 다뤄지는 사회 양상들을 모두 함께 엿볼 수 있다는 데서 이 주제는 한층 발전된 느낌을 받는다.

 

마을의 유일한 희망인 하키 운동은 베어타운이 회생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런데 하키 팀 주장이 마을 소녀 마야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되고 마야는 그일 이후 괴로움의 연속, 누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남동생, 엄마와 하키 단장인 아버지 페테르에 이르기까지 가족 전체는 그 사건 이후로 각기 다른 마음속에 간직된 고통으로 살아간다.

 

더군다나 하키 팀의 지원이 옆 마을로 가게 되고 하키 선수와 감독마저 이동하게 되자 아버지 페테르는 자신의 전 일생을 걸고 지켜 온 하키 팀 유지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결국 재건을 위해 베어타운 지역구 의원과 손을 잡게 된 페테르는 이를 이루기 위해 마을 사람들 간의 알력과 불신, 그밖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더군다나 십시일반 하키 선수들의  부활을 위해 모금함까지 동원되는 정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선수들 가운데 커밍아웃까지 발생하게 된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우리와 당신들이란 뜻이 이 책에서 보인 내용과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우리’란 개념이 희박한데, 이 책에서 보인 우리는 자신의 뜻과 맞는 사람들, 그렇다면 당신들이란 결국 나의 뜻과 반대의 의견을 지닌 상대방을 지칭할 터,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독자들은 선과 악의 양면성, 꼭 어떤 기준점을 가지고 이것이 선이고, 저것이 악이다 라는 확실히 정할 수 없는 중간지대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성폭행을 당한 당사가가 겪는 트라우마, 나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성, 성 소수자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의견 충돌, 하키 재건을 위해 모든 술책을 동원해가며 이루고자 하는 행동들 뒤에 이러한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의견 충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을 통해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함께’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베어타운 마을 주민들의 마을 재건과 하키팀의 부활을 위해 합심하는 모습들은 우리와 당신들을 모두 아우르는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작은 공간인 마을을 대변하고는 있다지만 대한민국의 현 세태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다는데서 인간들이라면 결국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선과 악, 중간지대인 회색지대까지 모두 그린 저자의 작품이 더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 책이다.

 

 

– “인생은 우라지게 희한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가며 인생의 여러 가지 측면을 관리하려고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규정한다. 우리는 이해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가장 좋았던 기억도, 가장 나빴던 기억도. 이해는 언제까지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중 누구는 이사를 가겠지만 대부분은 여기에 남을 것이다. 이곳은 복잡하지 않은 곳이 아니지만 어른이 되어보면 어디든 그렇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베어타운과 헤드에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는지 하늘도 알고 땅도 알지만 그들은 우리 마을이다. 여기가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의 모퉁이다.” – p.595

밀어,,,거울의 속삭임

밀어

밀어 1~2 세트 – 전2권 – 거울의 속삭임
비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9년 1월

시대적인 배경을 통해 인간들의 야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펼쳐 보인 저자의 현대물 로맨스 소설이다.

 

전작들인 ‘기란’이나’암향’을 통해 독특한 시대 배경 속에 사랑을 다룬 이야기를  한층 재미와 몰입도를 선보인 저자이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 또한 크게 다가왔다.

 

학원 선생으로  지내는 유설아는 직장 동료이자 대학 동기인 친구 나경과  나경의 약혼자, 그리고  그의 친구와 함께 결혼 축하를 할 겸 클럽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의식을 잃게 된다.

 

깨어난 곳은 병원, 그녀를 구해준 사람은 클럽 사장 민제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알고 보니 나경의 무리들이 설아에게 약을 먹이고 정신이 혼미한 것을 민제하가 본 것,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장난임을 주장한  뻔뻔한 나경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된 설아, 민제하는 자신이 그들을 혼내주는데 도움을 줄 테니 자신과 계약연애를 하자고 제안을 하는데…

 

뻔한 스토리 속에 전개되는 이야기의 로맨스답게 시종 두 연인 간의 사랑에 대한 감정선은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비밀에 쌓인 민제하의 과거, 그를 통해 학창 시절 유일한 친구이자 도움을 주고받았던 서하재에 대한 그늘이 보인 것은 유설아만의 착각이었을까?

 

유설아의 행방을 쫓으면서 처음엔 복수심으로, 그렇다가 차츰 그녀가 겪었던 아픔과 진정한 사랑에 대해 자신조차도 모르게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민제하의 앞날엔 과연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보인 흐름은 그들이 왜 서로 어긋난 인생을 걸어와야 했는지에 대한 시간 흐름을 보이며 친엄마에  대한 사랑을 받고자 무던히 노력했으나 결국엔 이루지 못한 채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선 민제하의 아픈 마음이 그려진다.

 

백설공주는  계모의 계략에 의해 독사과를 먹고 위험에 빠졌으나 사랑하는 왕자님을 만나 행복한 삶을 이룬다.

 

아버지의 방탕한 생활 속에 아버지가 그린 그림 ,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그린 그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사랑과 자식에 대한 소유권이라고 여기는 어긋난 모정의 행실, 그 안에서 민제하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행동과 말로 드러낸 유설아의 사랑은 과거의 그릇된 어른들의 결정으로 인해 힘든 시절을 보낸 두 사람에게 더욱 강한 결속의 사랑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애틋하면서도 함부로  발설할 수 없었던 사랑의 감정이 두 사람만의 진실된 사랑 확인을 통해 그려낸 책인 만큼 현대물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누구니?

 

 

아마 진정한 사랑을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확신한 두 사람, 그들이 아닐까?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작들의 배경이 시대물을 통해 격한 사랑의 감정 파고를 잘 드러낸 작품들이 많아서 그런가, 유설아와 민제하의 사랑은 풋풋한 사랑의 결실이란 의미로 진행되는  결말이란 생각이 더  두드러지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