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안녕하시다.1.2

왕은안녕

[세트] 왕은 안녕하시다 1~2 – 전2권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출간하는 작품 속에 담긴 유쾌한 유머와 촌철살인의 문장들을 통해 신작을 기대했던 만큼  저자만의 색깔을 지닌 입담은 여전함을 느낀다.

 

흔히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고들 한다.

누구의 손에 의해 쓰였는가에 따라 후세들은 그 근간을 기본으로 당시의 시대적 흐름과 그 안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통해 취할 것을 취하는 배움의 자세를 지니며 살아간다.

 

이런 것을 볼  때 기록이 의미하는 바는 승자의 손에 쓰인 역사 외에도 무명 씨의 손에 남겨진 작은 문장 하나라도 비교하고 다뤄봄으로써 또 다른 역사의 시선을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바로 이 소설은 그 출발점이 타 작품과는 다르게 시작된다는 신선함을 지닌다.

 

 

기생방을 운영하며 재산을 전국에 뿌려놓고 사는 할머니 밑에서 사는 파락호 성형은 어느 날 스승의 심부름으로 송시열 집에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는데, 그 수위가  인간으로서 겪기에는 상당히 억울함을 지닌다.

 

개가 분출한 큰 것을 핥아먹기 일보직전 10 살 가량의 미소년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모면을 하게 되고 그 소년과는 의형제를 맺게 된다.

 

자신보다 한창 어린 그 소년과의 의형제 맺음은 그 사람이 조선의 19대 임금인 숙종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왕은 자신과 맺은 의형제 약속을 결코 철회하지 않은 채 그를 궐내로 불러들여 벼슬 자리를 준다.

 

 

한낱 미천한 출신의 서자 출신인 성형이 바라본 당시의 세계란 그야말로 하루가 어떻게 뒤바뀌고 권세를 쥐고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라지고 다시 돌아오는지를 목격하는 일들을 목격하는 일상으로 변해가는 세태를 느끼며 살아간다.

 

대왕대비와 대비, 중전의 죽음과 대비와 왕의 관계, 장옥정의 출현들은 비정한 궐내의 세계를 속속들이 알아가면서 이로 인해 백성들의 삶 또한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많은 문학 작품 속의 시대 배경중 하나인 숙종의 시대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시대였다.

선왕의 뒤를 이어 어린 나이에 왕의 자리에 오른 숙종이란 동생을 둔 성형이란 자의 눈에 비친 세상 사는 궐 내의 당내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 두 번의 예송 문제를 통해 서인과 남인의 자리가 바뀌면서 그 속에서 파리 목숨처럼 하루하루를 연명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당시 조선은 반정의 힘으로 오른 선대 왕의 자리 위치란 것이 강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숙종이 보위에 올랐을 때도 신하의 힘이 강하던 때였다.

 

책 속에는 많은 역사 속의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면서 당시 시대적인 당파와 성형이 흠모했지만 왕에게 자신을 맡긴 장옥정이란 여인과의 관계, 자신이 모시고 있던 스승들이 사약을 받거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들, 바른말을 하는 인재를 죽이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새삼 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여러 감정을 성형이란 인물을 통해 보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숙종 또한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결코 피바람을 불면서까지 자신의 위치를 견고히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자신의 위치가 안녕해야 만 그 외의 모든 사람들이 안녕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선택의 기로에서 과감성을 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 왕이란 실체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던 해맑고 순진했던 소년의 모습이 어느 순간 자신의 위치를 넘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때론 죽음으로, 때론 용서로, 때론 베개 송사를 통해 정사를 결정짓는 모습들을 보는 성형의 마음은 왕에 대해 안타깝다가도, 미워서 벼슬 자리에 물러나가면서도,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이런 그의 행동들과 말들은 뒤 편의 헤어질 때까지 모든 애증의 감정을 쏟아붓는다.

 

그 누구도 하지 못할 시원하고 맛깔스러운 말로 인해 사이다를 날리는 역할을 자처하는 성형이 오히려  왕은 자신의 속내를 가장 솔직하게 내보인 것을 아닐까?

 

 

–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의 뜻이 아무리 지당하고 그가 아는 게 많다고 하여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한 사람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만인을 얻어야죠. 그러면 저절로 그 한 사람을 이기게 돼요. – p.171

 

 

자신의 안녕을 위해 수시로 서인과 남인의 사이를 경쟁시키듯 교묘히 그들을 아용하며 왕권의 강화를 이룬 숙종이란 동생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외로움과 고독을 형에게만은 진실로 보였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에겐 자신의 위치라는 것이 있다.

그 모든 사람들마다엔 저마다의 역사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이 있듯이 성형의 눈에 비친 당시의 피바람 속에 그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역사 또한 소중한 법이다.

 

 

 

 

격동의 일변도 속에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속성과 권력에 대한 야망, 그 안에서 몸부림치며 살아내야만 했던 그 누군가들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도 그 누군가의 삶은 계속될 수 있었음을, 저자는 역사적인 팩트 속에 가상의 인물과 실존인물들의 적절한 출현을 통해 새로운 역사소설을 창조해냈다.

 

 

성형이란 인물을 통해 조선 숙종시대를 그린 책의 내용은 천방지축 파락호가 무술을 연마함으로써 뛰어난 검객이 되어가는지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여인의 해바라기 사랑을 그 또한 옥정을 통해 실패한 아픔을 자신이 느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점은 실망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노량진 헌책방에서 우연히 건진 책을 통해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출발로 책 속에 책의 이야기처럼 구성된 장치, 과거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형식을 취해 독자(나)로 하여금 실제처럼 여겨지게 만든 속임수 또한 유쾌하게 그려진 점이 인상에 남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역사는 이어지고 흐르고 있음을, 그 안에서 펄떡 살아 숨 쉬는 민초들이 살아남았기에 우리들이 있다는 사실을 성석제 만의 작품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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