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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총총

별이총총

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모처럼 연작소설을 접한다.

총 9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각기 단편으로 읽게 되지만 책 전체를 다 읽게 되면 한 이야기로 모아지는 형태의 연작소설이다.

 

세 여인의 삶을 다룬 이야기, 독특하게도 화자의 주인공은 책 속의 주인공이 아닌 그녀를 지켜보거나 관련을 맺거나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모습으로 그린다.

 

첫 번째 이야기인 여 주인공의 엄마의 이야기부터 주인공인 지하루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읽으면서 참으로 답답하기도 한, 이런 여인이 있지? 하는 안타까움 내지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자세가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사랑만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키코의 딸 , 주인공인 지하루의 인생 자체는 자신의 시점이 아닌 때론 조연으로 때론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에 의해 그녀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알 뿐인 형식을 취한다.

 

엄마가 자신을 버린 후 할머니의 손에 키워진 지하루,  이웃인 이쿠코의 시점으로 그려진 내용에선 임신중절을 하게 되고 댄서로 취직하는 지하루는 20살, 이런 식으로 그녀의 나이는 자신의 처지와 함께 바뀌면서 44살의 모습까지 각각의 이야기 속에 주인공이되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비친다.

 

처음 책 제목에서 의미하는 별이 총총은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했다.

내용상으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속에 저자는 무슨 의미를 담고 싶었을까?

 

읽는 내내 자신의 의지를 바꿔서 전혀 다른 삶, 충분히 사랑받고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수도 있을 지하루의 인생이 답답하기만 했지만 읽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그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저자의 글솜씨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삼대에 걸친 세 모녀의 인생 이야기, 엄마 사키코, 딸 지하루, 지하루가 낳은 딸 야야코가 그려가는 인생의 이야기는 훗카이도라는 공간 속에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무언가가 그려지는 그런 이야기다.

 

 

 

캄캄한 밤하늘에 별이 떠오르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가?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는 없지만 도심만 벗어나도 청량한 하늘 아래 무수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하나둘씩 존재감을 나타내는 별들, 그 많은 별들을 통해 저자가 만든 세 여인의 삶 또한 별 속에 총총히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며 오늘도 총총히 살아내고 있음을 느끼게 한 책이다.

 

 

 

크지는 않지만 작은 변화 속에 심리의 변화를 포착해 그린 저자의 섬세한 글은 독자들마저도 흠뻑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지니게 한다.

 

그녀들 뿐만이 아닌 우리들 자신조차도 인지못하고 살아가지만 오늘도 저 하늘에는 나만 드러낼 수 있는 별들이 숨어있지 않을까?

 

간결하지만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전개도 좋았고 작가가 바라보는 삶에 대한 생각들을 같이 동조하며 느껴 볼 수있는  책이다.

xx… 남자 없는 출생

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제목 자체에서 오는 의미 심장한 단어, 바로 xx다.

 

이 단어를 보면서 새삼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인간의 성 염색체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옛적 여인들의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였던 대를 이을 자식을 낳지 못하면 여인의 인생에 많은 굴곡이 있었다는 사실, 만일 그 시대에 남성과 여성의 출생을 결정 지을 부분이 남성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조상들은 과연 이런 부분에 있어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문득 떠오르게 했다.

 

인간의 삶에 있어 과학의 발전은 무시 못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은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을 넘어선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탄생에 관한 부분에서 만큼은 아직 진보적인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는 여러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사회문제들, 여러 시각과 변주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고정틀을 얼마나 깨기가 어려운지도 새삼 느낄 수 있는 책이었기에 더욱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한다.

 

어린 시절 어떤 외화였는지는 기억할 수 없으나 여인들만 사는 왕국에 한 남성이 길을 헤매다 들어오게 된다.

여인천하의 왕국에 오롯이 홀로 남성이란 존재로 끌려오게 된 남성은 여왕과 동침을 하게 되고 임신을 하게 된 순간 왕국 자체에서 쫓겨나는, 아마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바로 이 왕국에서도 남아가 출생되면 버리는 과정이 있는, 그야말로 오로지 여성이란 존재만 있기 위해서 남성의 정자가 필요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순수한 필수용품으로 사용한다는 철칙이 존재했던 나라로 묘사돼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처럼 오로지 자녀만을 갖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자연의 법칙을 떠나 남성을 배제한 채 임신이 가능한 세상이 온다면?

 

바로 이 책의 내용이기도 하는, 파고들면 들수록 여러 다양한 의견 분출이 솟아 나올법한 주제가 담긴 이야기다.

 

기자인 줄스와 서점 직원인 로지는 동성커플로 같이 생활하고 있다.

줄스는 자녀에 대한 생각이 없으나 로지는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고, 마침 포츠머스 대학 난임연구소에서 발표한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연구에 대한 내용을 접하고서 임상실험에 동참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책에는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신체검사부터 부모의 병력 문제가 있는지, 만일 뽑힌다면 두 사람 중 누가 임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방면의 철저한 검사가 이뤄지게 된다.

여러 커플 중 두 쌍의 커플이 뽑히고 그중에서 이들이 뽑히는 행운을 갖게 된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오로지 줄스의 아버지, 로지의 부모, 그리고 로지의 오랜 친구밖에 모르는 사실은 무사히 임신 착상 성공에 이어 행복도 잠시, 비밀은 그 누군가의 입에 의해 세상 밖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리게 된다.

 

책의 내용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 그 자체로 진행이 된다.

기자 출신인 만큼 세상 사람들이 이목이 집중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대강 짐작하기에 그저 이 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줄스의 심정이 있다면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분의 잘못된 것은 바로 아니라고 밝혀야 한다는 로지의 생각은 부딪치게 된다.

 

이에는 두 사람의 자라온 배경과 세상 사람들의 비난들, 어린아이까지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빛조차 비난의 일색임을, 특히 직장 내에서 줄스가 느끼는 압박들은 만일 이런 일들이 실제적으로 벌어진 이슈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진행이 사실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우리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피부색이 나와 달라서, 아니면 나와는 생각이 다르다는 것 하나로, 적어도 사회보편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행동이나 말을 하기 때문이란 별별의 이유를 달고 어떤 대상을 집중 공격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지금이야 누구나 갖게 되는 보통의 상식들이 예전에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었다는 사실들을 하나 둘 알게 될 때의 우리들은 왜? 하고 말도 안 된다는 식의 웃음을 던지게 되지만 모든 사람들의 상식적인 반응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다.

 

동성커플이란 것 하나만으로, 아니 이 책에서 보인 각계의 걱정 어린 생각과 비난, 종교계의 비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계의 행동들은 더욱 거센 반발로 나타난다.

 

남성을 배제한 채 두 여성 간의 난자로만 채취된 결과로 여아가 탄생이 된다면 인구 비율적으로 비현실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란 생각, 그렇다면 남성에 대한 존재에 대해 의문이 들것이란 생각 외에 신이 내린 원초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과학이란 이름 아래 성(性)에 대한 기본마저 배재한 동성들에 대한 비난은 종교계를 위시해 사회 각 전반적인 걸쳐 혹독한 비난의 눈길을 받는 과정이 사실적이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자신들의 아이를 원했기 때문에 정자 기증이나 입양이 아닌 진정한  자신들만의 유전으로 이루어진 아이를 갖고 싶었던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결실은 이처럼 두 사람 간에도 깊은 갈등을 보이며 폭발하게 된다.

 

사랑이란 존재 하나만으론 세상의 시선이 아직까지는 보편화되지 못했기에 이 두 사람이 겪는 시련이랄까, 아이의 출산에 대한 과정을 겪는 일을 통해 저자는 많은 것을 독자들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비록 가상의 이야기를 전재했다고는 하지만 영화에서 보듯 미래의 장치가 지금은 우리들 생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위 커플들처럼 언젠가 아이 출생에 대한 세상의 시선 또한 바뀔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 같다.

 

작품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준 책, 세상이 생각하는 시선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모두가 손가락질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잘못된 것으로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많은 생각들, 적어도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그들에게 돌을 던질 권리가 우리들에게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