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3월 21일

열세 번째 배심원

열세 번째 배심원 스토리콜렉터 72
스티브 캐버나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19년 3월

법정에서 벌어지는 심리 추리물들, 특히 존 그리샴을 많이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류들의 작품들은 법에 관한 문외한이더라도 일단 사건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배심원들의 각기 다른 활약상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이번 작가의 작품 또한 법정에서 다루는 이야기인 만큼 보다 치밀하고 팽팽한 신경전과 계획들을 통해 또 다른 법정 스릴러 물이 탄생했다는 생각을 지니게 한다.

 

한 노숙자가 법원을 오고 가는 우편 화물차를 눈여겨본다.

일단 우연처럼 차량에 팔이 다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을 만들고 우편 화물차 안에서 어떤 봉투를 집어 들게 되는데 바로 배심원으로 차출 된 사람의 주소를 알기 위함이다.

 

그의 이름은 조슈아 케인, 일명 완벽한 완전 범죄자다.

 

완전 범죄자라니, 어떻게 이런 판단을 내릴 수가 있을까?

 

바로 자신이 저지른 많은 살인 사건의 배후에 전혀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신출귀몰한 변장술과 범행의 전력,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이 배심원으로 뽑혀야만 한다.

 

한편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커플인 로버트 솔로몬과 그의 아내가 사는 집에 아내와 경호원이 한 침대에서 무참히 살해된 것이 발견이 되고 이는 곧 용의자로 솔로몬이 지목된다.

 

자신은 결코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솔로몬의 변호를 맡게 된 에디는 그가 정말 이 사건에 진범이 아님을 밝혀내야 하는데….

 

독특한 생각을 가진 범인과 한때 사기범이자 살인범이기도 했던 전력을 갖고 있는 에디 변호사 간의 보이지 않는 범인 잡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책의 흐름은 조슈아가 열세 번째 배심원으로 뽑히면서 12명 안에 들어가야만 사건의 진실에 대한 유죄냐 무죄냐를 두고 선택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벌이는 살인의 범행 과정, 그 이전에 있었던 사건의 실체 범행 과정을 회상하면서 느끼는 악마적인 생각들을 독자들에게 보인다.

 

조슈아는 이미 범인으로 몰고갈 작정인 솔로몬에 대한 모든 준비 과정을 마친 상태지만 에디는 범인의 행방조차 모른 채 법정에서 피 말리는 이의제기를 벌여야 한다는 긴박감이 이 소설을 읽는 묘미다.

 

흔히 범인의 전력을 보면 여러 가지 다양한 성격 파탄을 볼 수 있지만 조슈아가 범행을 저지르는 행위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극치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선택해 계획을 짜고 살인을 저지르면서 자신의 존재조차 없애기, 여기에 전혀 다른 범인을 내세움으로써 법정에서 그들이 형량을 받는 모습을 보는 스릴(?)을 만끽하는데서 독창적인 또 하나의 범인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신의 과오를 뒤로하고 유죄가 확실한 피고인에 대해선 변호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는 에디의 신념은 이렇게 조슈아와의 보이지 않는 대결을 통해 독자들에게 더욱 추리 스릴러물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여기엔 또 하나의 반전이 들어있는 묘미로 독자들로 하여금 허를 찌르게 하는데 책 속에 담긴 조슈아는 배심원들 중 누구를 대신해 그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읽어보는 것 또한 색다른 재미를 준다.

 

모두 읽고 나서 다시 배심원 명단을 들춰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하는, 무심히 흘러가게 만든 저자의 글 흐름에 이런 반전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죽은 사람들의 신체에 나비모양으로 접은 달러 한 장의 의미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에디의 활약은 O.J 심슨의 사건을 연상시키는 것 외에 그동안 타 작품들에 나왔던 기존의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합쳐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법정의 밀고 당기는 설전을 읽는 맛도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

 

 

이미 다른 작품에 에디가 나오는 설정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연작처럼 생각되기도 함으로 앞으로 에디의 활약은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도 다가오고, 이 책이 나오기 전 에디의 다른 활약이 담긴 책을 먼저 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너는 갔어야 했다.

 

 

 

너는 갔어야 너는 갔어야 했다 쏜살 문고
다니엘 켈만 지음, 임정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2월

시나리오 작가인 나와 배우인 아내, 네 살 난 딸과 함께 에어 앤비로 예약한 별장으로 겨울 휴가를 온 가족의 이야기다.

 

한 작품에 대한 시나리오의 진전이 없자 스트레스가 쌓여만 가고 부부 사이와 육아의 문제 사이에서 잠시 여유를 갖고자 도착한 그곳은 도심에서 볼 수 없었던 맑고 깨끗한 창공, 하늘의 모습들과 공기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안식처의 기분을 만끽하게 해 준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 어떤 것들이 ‘나’에게 다가오는데….

 

 

책의 분량이 짧고 손에 잡기 쉬운 문고판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닌 그 어떤 미지의 존재에 의해 느끼는 공포감의 표현들이 충분히 담겨 있는 이 내용은 분명 자신이 해왔던 행동들이 아닌 것이 되고 자신은 안에 있지만 밖에서 나와 안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갖는 것, 더군다나 다른 장소로 가기 위해 나선 길임에도 결국 되돌아오게 되는 미로의 집….

너는2

 

읽으면서 내 곁에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책 속의 ‘나’처럼 도망치려 해도 같은 길만 반복되는 현상들, 이곳에 분명 전화기를 놓았다는 기억이 있음에도 없는 현상들은 어떻게 생각을 해야만 할까?

 

 

마을과 떨어져 있는 외진 곳에 있는 별장, 허물어져가는 집을 헐고 다시 지었다는데, 그동안 사람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마을 주민으로부터 들은 ‘나’가 다시 도시로 나가려는 계획 하에 벌어지는 미묘한 현상들의 표현들이 실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언제부터 써놓았는지도 모르게 나 자신이 써놓은 가버려! 란 말은 이렇듯 무의식 속에 위험을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냄으로써 마치 자아 분리처럼 여겨지는 상황들이 현대인들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해 낸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책 표지에 실린 제목 자체도 너는 가버려 갔어야 했다 로 처음에는 느껴보지 못한 압축된 의미들이 책을 읽고 나서는 더욱 알 수 있다는 점, 진짜와 가짜의 교묘한 혼선들은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각본의 등장인물들과 현실 속에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가족들이 한데 어울려져 더욱 그 공포의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이 책의 특징인 공간을 이용한 저자의 독특한 공포 분위기 표현은 독자들에게 나도 모르게 점차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게 한다.

 

유리창에 비친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의 모습들 중에 진짜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작가가 표현한 별장의 거실 유리창에 비친 ‘나’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갔어야 했다는 말의 의미와 함께 왜 그토록 가버려! 를 외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해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어맨다 사리프리드와 케빈 베이컨 주연의 영화화된다는 책 띠지의 소개처럼 짧은 분량이지만 공포의 분위기는 충분히 표현해 낸 작품인 만큼 영상에서 보는 느낌 또한 얼마나 잘 그려질지 기대가 된다.